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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머니의 나라(母國)에서 살고 있다. 나라간의 이동이 잦은 사회에서도 국적을 옮겨서 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나라'를 찾아서 온 사람들은 보는 이의 눈을 뜨겁게 한다. 이산의 아픔을 달랜 '재일교포의 모국방문'이 그랬고, 해외로 입양간 입양인의 모국방문이 그렇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버지의 나라'를 찾아 한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주로 베트남전쟁에 참가했던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따이한'들이 아버지를 찾아온다. 그중 일부는 한국 법원에 '친생자 인지소송'을 제기해서 승소
를 하여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현재 베트남에 살고 있는 라이따이한은 적어도 2천명 많게는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된다. 이들중 상당수는 아버지를 찾아서 도움을 받고 싶어하고, 경우에 따라서 친생자확인 소송을 하여서 한국국적을 취득하길 희망한다.

그런데 30여년 전에 베트남에 "씨를 뿌리고" 온 한국의 아버지들은 얼마나 책임을 느끼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십년 동안 잊어버렸으며, 뿌리찾기를 시도하는 자녀들에게 매정하게 대한다고 한다. 현재 라이따이한들이 한국인 아버지를 상대로 진행중인 소송에서, 아버지들은 아들을 만났을 때는 "친생자임을 인정했으면서도 법정에서는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정에서 친생자임을 인정하면 베트남 자녀도 호적을 취득하고 재산상속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가족과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의 노릇을 포기하는 것'은 인륜을 저버리는 일이다.

불행한 과거 때문에 한때 모른 척 했더라도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
로 포용해야 한다. 한국정부와 시민단체는 라이따이한의 교육과 취업 그리고 사회적응에 좀더 깊은 관심을 갖고, 아버지들은 자식의 장래를 함께 걱정해야 할 것이다. "사랑에 국경이 없다"면 자녀양육에도 국경을 초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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