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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준

이회창 : 병역비리의혹 엎치고, 세풍·친일의혹 덮쳐오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한나라당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후보교체론'이 제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안에선 금기였던 이회창 후보사퇴 발언은 8월 23일 김원웅 의원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김 의원은 이 후보가 '병역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밝혔다.

"이회창 후보가 그 문제에 대해 자신도 있고 각오가 있어 했을 테니까 그 말을 믿는 수밖에 없다. 약속은 지킬 것이다. 그리고 병역문제로 한나라당이 어려움에 처한 것 같은데 그런 맹목적 충성에 기댄 대응이 대여 문제에 불신을 키웠고, 국민적 불신만 가중시켰다. 한나라당도 이 문제를 진실에 입각해 처리해야지 맹목적 충성에 기대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병풍은 이미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했다. 또 최근 병풍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고위당직자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이 후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병풍과 관련 예상되는 가장 극적인 순간은 역시 이 후보의 두 아들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다. 병적기록부 조작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고 '조작'이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에서 두 아들을 소환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기 때문에 구속되는 일이야 없겠지만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것만으로도 이 후보의 대선가도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병풍만이 아니다.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불법으로 모금했다는 의혹의 핵심인물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10월에 송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병풍과 세풍의 협공에 시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병풍이 국민의 '감성'을 자극했다면, 검찰에서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한 세풍은 국민의 '이성'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폭발성이 상당할 것이다.

또한 이 후보는 부친의 친일의혹 논란에 또다시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의 부친이 '창씨(創氏)'뿐만 아니라 '개명(改名)'까지 했다는 점은 국민감정을 상당히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주당에서는 친가뿐만 아니라 외가와 처가 쪽의 친일 의혹도 강력하게 제기할 태세여서 부친의 친일의혹 논란은 병풍 이후 최대의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의 정치상황 또한 한나라당과 이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다. 한나라당은 최근 정몽준 의원의 민주당 신당 참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의원이 민주당 신당에 참여할 경우 현재의 대선판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조급하다'는 일각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몽준 때리기'를 본격화한 것은 바로 한나라당의 위기감을 반증해준다. 정 의원이 조만간 노무현 후보와 만나 신당 참여문제를 매듭지을 경우 지난 97년 대선 당시 타결됐던 DJP연합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정 의원이 민주당 신당에 참여한 직후부터 더욱 강도 높게 정몽준 때리기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정 의원을 한나라당 쪽으로 묶어 놓아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하지만 정 의원과 한나라당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국정감사 등을 통해 공적자금 비리 등을 집중 공략해 김대중 정부의 권력형비리를 다시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수립해놓고 있다. 정 의원이 참여할 가능성도 있는 민주당 신당은 청와대에서 기획했으며, 그 신당은 결국 'DJ당의 아류'라고 밀어붙일 계획이다. 권력형 비리 제기와 민주당 신당 공격을 통해 내부단속을 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부패정권 심판론'으로 결집시켰던 지지층을 다시 묶어놓은 효과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는 DJ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대응전략이 선거국면에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병풍과 세풍, 부친의 친일의혹 등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후보교체론이 제기되면서 한나라당이 내부에서 분열되는 경우다. 어쩌면 이 후보는 병풍이나 세풍, 부친의 친일의혹보다 후보교체론 제기와 한나라당의 내부분열을 더 두려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노무현 : 못 말리는 적전분열 시달려... 운명은 여론조사에 달렸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낙마할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은 신당에서 다시 실시하는 국민경선에서 도전자에게 지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확실한 낙마다. 도전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재경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은 노 후보 스스로 밝힌 제안이고, 재경선의 방법이 국민경선제여야 한다는 것도 노 후보의 제안이니, 신당의 국민경선에서 노 후보가 지게 되면 노 후보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다. 자신이 제시한 모든 조건이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치러지는 타이틀매치에서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반노(反盧) 측에서 정몽준 의원 영입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이유도 그가 국민경선에서 노 후보를 꺾을 가능성이 제일 높아서이다. 국민경선은 이미 지난 3∼4월에 확인했듯이, 공정하고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당내 역학관계보다는 국민의 지지도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이 노 후보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여론은 종종 흥미 있는 볼거리를 원한다. 지난 국민경선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이인제'를 '혜성 같은 노무현'이 나타나 꺾을 때 국민들이 흥분하며 박수를 쳤던 현상에는, '도전자가 챔피언을 꺾는다'는 게임적인 요소가 일정정도 작용했다. 노무현-정몽준 대결에서는 상황이 반대가 될 수 있다. 누가 뭐라 해도 현재 '챔피언 벨트'는 노 후보에게 있기 때문이다.

경선은 성립됐지만, 즉 도전자는 나타났지만 국민경선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실시된 재경선에서 노 후보가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판 자체가 벌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우선 국민경선제는 민주당이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의 호응도 뜨거웠고 한나라당으로까지 파급됐던 정치개혁의 핵심 성과물이다. 국민경선이 아닌 다른 경선 방식은 전당 대회나 대의원 대회를 통한 선출인데, 이는 명백한 정치문화의 후퇴다. 당원이 아닌 일반국민이 참여해 뽑아놓은 후보를 전당대회 등에서 뒤집는다면,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실리도 찾기 힘든 도박에 가깝다. 이 점은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최악의 경우 노 후보의 지지율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당내 '노무현 회의론'이 점점 확산돼 당 차원에서 다른 후보를 추대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때의 논리는 아마도 '초비상 상황의 극약처방'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낙마보다는 분당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크다. 국민경선제로 뽑은 후보를 여론조사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마음대로 끌어내리고 다른 후보를 추대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쿠데타'로서 노 후보는 절대 받아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노 후보가 자신에게 동조하는 의원들과 뭉쳐, 당이 분당되더라도 명분과 정통성은 노 후보 쪽에 있게 됐다.

이렇게 국민경선제는 '변방의 무사' 노무현을 현재 대선후보 자리에까지 오르게도 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 구실을 하고 있다. '국민이 뽑아준' 후보가 낙마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가능성은 '국민에 의해서'이기 때문이다.

전혀 예기치 못한 노 후보 개인비리가 터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지율이 폭락해 어쩔 수 없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하는 상황 전개는 국민경선제와는 또 다른 낙마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직전까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에 가깝다. 결국 핵심은 여론 지지도이다.

도전자가 있어서 재경선에서 지는 경우도, 쿠데타에 의한 낙마도,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져서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모두 낮은 여론조사 지지도가 전제되어 있다.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은 "현재 노 후보 개인의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평균 두 배 가량 높게 나온다"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이 정도라면 노 후보의 중도 낙마 가능성은 적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8월 22일 KBS-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몽준 의원이 독자 출마했을 때 이회창 후보 31.3%, 정 의원 29.7%로 접전을 벌인 반면, 노 후보는 18.9%에 그쳤다. 빠른 시일 안에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노 후보는 대선까지 끊임없이 낙마설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정몽준 : 언론과 여론의 '도핑테스트' 앞둔 선수

정몽준 의원
정몽준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현재까지 정몽준 의원은 공식적인 발표만 없을 뿐이지 이미 유력 대선후보 반열에 올라 있다. 그는 이미 '사나이론'을 언급하면서, 또 "대선에 출마하지 않으면 역사의 벌을 받을 것"(History will punnish you)이라는 홀부르크 전 미국 유엔대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대선출마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왔다.

정 의원은 경평축구 직후인 9월 10일 경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적인 신당을 창당할 것인지, 민주당 신당에 참여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24일 노무현 후보가 김영배 신당 창당추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신당 창당추진위에 맡길 수도 있다"고 말했고, 정 의원도 같은 날 전경련 회장단과의 골프모임에서 "적절한 시기에 노무현 후보를 만나겠다"고 밝혀 이른바 '노무현-정몽준 대타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윤환 민국당 대표는 언젠가 사석에서 "정몽준 의원은 '뱃심'이 없어서 대선출마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월드컵과 대선국면을 최대한 활용해 몸값을 최대한 올린 후 이번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고 차기대선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심심찮게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대선행보는 김윤환 대표가 언급한 '뱃심'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정몽준'은 대선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돼 버렸다.

하지만 정 의원을 기다리고 있는 첫 번째 장애물은 역시 언론과 여론의 검증이다. 사실 4선의 중진 정치인이지만 그는 이제껏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그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직후 출생 비밀에서부터 재산 형성 의혹 등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그의 '실체'가 언론을 통해 하나씩 드러날 때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고 그는 또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이 여론지지율 덕분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검증에 대한 여론의 반응에 따라 지지율이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몽준 파일'을 바탕으로 '정몽준 때리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정 의원은 '부유한 정치인의 진보성'을 자주 얘기하면서 시저와 케네디를 즐겨 인용했다. 즉 "로마시대 귀족의 아들인 줄리어스 시저는 민중파에 속해 정치를 했고, 미국의 유명 재벌집안 아들인 케네디도 서민들 대변하는 민주당 소속이었다"는 것. 하지만 재벌2세라는 후광을 업고 권력까지 넘보려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근대사에서 권력과 부를 동시에 추구해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서청원 대표)며 그의 대선출마를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도 그에게는 부담스럽다.

또한 정 의원이 만약 민주당 신당에 참여해 노무현 후보와 경쟁할 경우 대선후보 선출방식이라는 벽에 부딪치게 된다. 그는 지난 민주당의 국민경선제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경선 후유증'을 언급하며 국민경선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 후보가 최근 '국민경선제 유지'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발언을 함으로써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노무현 후보에 비해 당내 기반이 약한 그가 대선후보직을 거머쥐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여론조사상의 후보경쟁력(높은 여론지지도)을 무기로 당내 경선을 통과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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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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