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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서양 옷을 특별한 불만 없이 입고 있는데 왜 느닷없이 한복타령인가? 그냥 놔두면 안 될까? 그러나 나는 이 즈음에 이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한복에 더해서 십수 년 전부터 생활한복이란 것이 나왔다. 이 생활한복은 전통한복을 현대인에게 맞게 활동성을 부여해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보통 전통한복이건 생활한복이건 한복을 잘 입지 않는다. 그저 서양 옷을 우리 옷인 양 당연한 듯 입고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한복은 아름답지만 불편하다." 심지어 한복인들도 일부는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는 듯하여 안타까울 때가 있다. 과연 그럴까? 생활한복을 판매하는 점포에 있어보면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사철 입는 한복 있습니까?" 단적으로 생활한복을 가볍게 보는 발상이다. 되묻는다. "서양 옷에 사철 입는 옷이 있나요?" 그는 답변을 못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한복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한복은 옷이다. 옷은 문화이다

한복은 옷이다. 옷은 문화 즉, 생활문화의 한 부분이다. 음악회에 가고, 미술전에 가며, 연극을 보는 것만이 문화가 아니라 의식주도 문화인 것이다. 그런데 생활문화는 다름 아닌 습관이다.

의식주문화는 수십 년의 버릇에서 생기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옷을 입고, 음식을 먹는 것, 그리고 주거문화는 누구든 좋고 싫고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기는, 아니 접촉할 수밖에 없는 문화이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보편적으로 입는 옷은 수십 년의 습관에서 나온 산물이다. 지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서양 옷을 입고 있지만 이건 한복 대신 서양 옷을 수십 년 입어온 습관의 결과이다.

한복을 입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지 않는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한복은 불편하다"는 주장은 과연 옳은 것일까?

물론 이 주장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속엔 상당한 편견이 숨어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복은 일할 때나 운동할 때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옷의 쓰임과 구분에 대한 검토 없이 하는 잘못된 이야기이다. 옷에는 일복이 있고, 외출복이 있으며, 행사 때 입는 옷 등으로 구분한다. 누가 양복을 입은 채 운동을 하고, 육체적인 일을 할 것인가?

서양 옷에도 분명 케쥬얼복, 육체노동자들의 일옷, 소위 화이트칼라 계층이 입는 양복, 파티복 등으로 구분되는데 한복에만 이 모든 것을 멀티로 요구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나는 국수주의자가 될 생각은 없다. 따라서 그저 한국 사람이니 한복을 입어야 한다는 말은 아예 꺼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한복을 입어야할 구체적인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할 터이다.

한복을 입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이다. 인간이 옷을 입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옷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면 옷을 입어야할 이유는 없다.

서양 옷과 한복의 구조상 차이점

서양 옷은 본래 몸에 딱 맞게 만들어진 옷이다. 특히 청바지나 스커트 등은 활동성이나 몸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에 맞게 되어 있지만 그 때문에 몸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만신창이가 된 현대인이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병이 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그러나 한복은 다르다. 여유롭고 넉넉한 것이 한복의 큰 장점인데 이것은 몸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또 한의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슴 위는 차게 하고, 배꼽 밑은 따뜻하게 해야 건강하다고 한다. 그런데 한복저고리는 목과 소매를 터주어 가슴 위를 차게 하며, 바지 아래쪽에는 대님이 있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아주어 이 한방의 이론에 부합하게 된다.

게다가 대님을 묶으면 발목에 있는 경혈자리(삼음교:三陰交)를 자극해주어 도움을 주기도 한다. 키만 비슷하면 누구나 같이 입을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옷이어서 정신건강에도 큰 이익을 주는 옷일 것이다.

한복은 우리의 자존심

거기다가 덧붙이고 싶은 이유는 자존심이다. 한복보다도 결코 좋은 옷이라 할 수 없는 기모노도 일본 사람들은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리가 한복을 입지 않는다면 우리 민족은 자존심도 없는 민족이라고 비아냥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복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서양 옷도 약간의 불편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서양 옷은 품위를 위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입으면서도 한복은 완벽해야만 입을 수 있다고 우긴다면 그건 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

자, 이제 우리는 한복을 입어야 한다. 그저 한국인이어서 한복을 입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자존심을 위해서 입어야 한다. 나의 이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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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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