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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에 설립된 목포 가톨릭병원이 17일 오후 5시30분부로 아예 문을 닫는다.

가톨릭병원의 의사결정기구인 학교법인 골롬반학원이사회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3년간의 적자누적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했지만 이마저 노조의 반대에 의해 무산되는 바람에 더 이상의 회생능력이 없다며 폐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목포가톨릭병원은 11일 오후 발표한 공고문에서 "병원은 개원 이후 의료환경이 열악했던 이 지역에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며 열악했던 지역 의료환경의 개선을 선도해왔으나, IMF 이후 무분별한 의료정책은 특히 우리 같은 중소병원의 경영환경을 극도로 악화시켰고, 수년간 계속된 적자누적으로 개원 이후 최악의 경영위기 상황에 봉착해왔다"고 밝혔다.

또 병원측은 "이를 극복해보고자 구조조정이라는 고통스런 자구책과 함께 긴급자금 투입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제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했다"면서 "더욱이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100일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일부 노동조합원의 불법파업과 이로 인한 많은 의사들의 이탈은 그나마 기대했던 가느다란 소생의 희망마저 접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병원측은 "본 병원 이사회에서 9월 17일 17시30분부로 병원의 폐업을 결정했다"면서 "이후 폐업과 관련한 모든 현안문제는 법인 내에 구성된 대책위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입원중인 환자 및 통원치료를 받아온 외래 고객들은 폐업일 전에 퇴원 또는 타병원으로 이동과 투약처방등을 담당 진료과장과 상의해줄 것을 병원측은 요청했다.

가톨릭병원 노조는 5월말부터 일방적인 30% 인원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100일이 넘게 파업을 벌여왔으며, 7월 초 노사는 합의의 과정에 거의 도달했지만, 사측이 징계위를 열어 11명에 대한 해고통지를 내리면서 노사관계는 파국상태로 빠졌다.

이후 해고조치에 대한 노사간의 팽팽한 대립으로 교섭과정에서도 한치의 진전없이 답보상태에 놓였으며, 교섭마저 거의 무의미할 지경에 놓이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부에서 중재안을 노사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사측의 11명 해고조치에 대한 완고한 입장에 막혀 무산돼버렸다.

이후 목포시 노사정위원회는 뒤늦게나마 목포시장 주재로 회의를 소집하고, 중재안을 만들어보기 위해 나섰지만, 노사정위 중재에 대해서도 사측은 이번 노조의 파업을 꺾지 않으면 구조조정할 수 없다는 절박함때문에 노사정위 중재마저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듯했다.

경찰은 9일 밤 검찰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사측의 고소고발 대상자인 노조 위주현 부지부장과 전 가톨릭병원 노조지부장인 이은영 대의원을 식당과 집 앞에서 각각 전격 연행해 민주노총과 가톨릭노조는 경찰서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등 큰 반발을 불러왔다.

이후 가톨릭교구측은 가톨릭병원의 경영상태를 보나, 노사 갈등에서 보여진 가톨릭재단의 이미지 손실을 볼 때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병원의 이번 폐업은 IMF 이후 병원측이 긴축 재정 운영보다는 과감한 시설투자를 통해 규모를 늘렸지만, 기대에 못 미쳐 부채가 쌓여왔고, 경영악화로 인한 20여 차례의 임금 체불로 인한 노사간의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병원경영이 악화되고, 가톨릭교구의 막대한 재정이 가톨릭병원에 투자되자 가톨릭교구측은 점차 병원운영에 회의적 반응을 보여왔으며, 최근의 파업과 해고 등으로 가톨릭교구에 대한 이미지마저 손상되자 이같이 전격적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이때문에 목포가톨릭대학교의 신입생 유치 또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폐업 결정에 따라 400여명의 가톨릭병원 직원들은 18일부로 한순간에 직장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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