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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투쟁중인 용두동 철거민 42가구와 그 가족들이 용두동 철거현장에서 합동차례를 지냈다. 강제철거 후 뿔뿔이 흩어져 살던 마을 사람들 200여명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자, 그동안 미루어왔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분위기는 흥겨웠다.

대전지역철거민공동대책위원회의 김규복 대표와 용두동철거민비상대책위원회의 이옥희 대표의 짧은 인사말이 끝나자, 주민들은 합동으로 절을 올리며 차례를 지냈다. 시위 현장에서와 달리 말끔한 정장을 한 손학준(82)옹이 제주를 맡아 술을 따르고, 생활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엄정환옹이 조상님들께 바치는 제문을 낭독하였다.

"... 이런 모습으로 제를 올리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우리 주민들의 눈물을 조상님께서 닦아주십시오. 인간답고 평등한 세상에서 오순도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떨리는 목소리로 제문을 읽어 내려가자, 주민들의 훌쩍임도 많아졌다. 설움 가득찬 제문에 불을 붙여 하늘로 날리고 한 가정씩 절을 술을 바치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 중구청 앞에서 노숙을 하며 투쟁하는 주민들이 오늘만큼은 깔끔하게 차려입고 아들 딸, 손주들과 함께 나와 절을 올렸다.

현재 보상을 거부하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화순씨의 가족인 아들 김태영(33)씨는 차례를 지켜보며 심정을 토로했다. "용두동에서 평생을 사신 어머니는 쥐꼬리만한 돈을 받고 고향에서 쫓겨 나는 것을 가장 억울해하십니다. 처음엔 어머니가 시위하는 것을 말렸는데, 이젠 말리지 않아요. 정말 주택공사나 중구청이나 너무하지요. 나이가 많으신데 걱정이에요. 이웃과 함께 차례를 지내는 것은 좋지만, 오늘 기분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착찹해요."

지난 13일 대전시장이 마련한 금요민원실의 대담이후 사태해결의 기미가 있어 희망에 가득찼던 주민들은 이날 또 한번 좌절과 분노를 맛보는 일이 생겼다. 주택공사는 주민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용두동내 임시주거시설과 가수용단지 조성을 받아들여 현재 용두동 지역에 임시주거시설인 천막 2동을 세웠다. 그러나 돼지우리보다도 못한 천막 안을 들여다 본 주민들과 가족들은 다시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로7미터 세로3.5미터의 좁은 천막 2동에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42가구가 한꺼번에 숙식해야하기 때문이다. 천막끝을 마무리하지 않아 비가 오면 들이치기 십상이고 바닥엔 얇은 스티로폼이 깔린 것이 고작이어서 난방이 전혀 안 된다.

게다가 편이시설은 간이화장실 단 1개에다 수도시설은 아직 없다. 더구나 이곳은 6.25전쟁 직후 세운 영렬탑 밑이라 무덤가나 다름없다. 주민 금병화씨는 "몇 년 전에 관이 나와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치운 적도 있고, 굉장히 습한 물구덩이"라고 증언했다. 주민들이 임시수용시설과 가수용 단지의 위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주택공사측에서 모래를 부어 바닥을 메우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습한 기운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옥희 주민대표는 임시주거시설과 가수용 단지의 위치와 모양에 대해 "주택공사가 주민들이 요구하는 장소를 무시하고 눈에 띄지 않는 습한 구석자리에 시설을 짓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런 불편한 곳에서 들어와서 살 주민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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