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무맹랑한 정치공세 말라 / 김정훈 기자 |
| "현대상선 자금 북으로 갔다" / 김정훈 기자 |
<제6신>: 26일 오후 8시
"끝없는 정치공방, 국감 결국 파행"
지난 25일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한 '대북 4억 달러 지원 의혹'은 한나라, 민주 양당의 끝없는 정치 공방과 함께 27일 정무위 국감도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의혹의 불길을 확산시켜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한나라당의 '공세'와 민주당의 '반박'은 국감 마지막까지 충돌하면서 진실에 대한 접근보다는 의혹만을 더욱 증폭시켰다.
한나라당 김문수, 엄호성 의원은 "처음 금감원이 제출한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 실적 '기표'에, 문제가 되고 있는 4900억원이 누락됐다"면서 "고의로 이를 누락시킨 이유가 뭐냐"며 따졌다. 이에 대해 '기표'를 제출했던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 채권은행의 변경에 따른 기술상에 착오가 일어났으며 그 과정에서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2000년 당시 현대상선의 주 채권은행은 외환은행이었고, 2001년에는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면서 "처음 제출했던 자료는 산업은행이 만든 자료였으며, 차후 2000년 대출기록이 빠진 것을 확인한 후 두 번째 자료를 만들어 추가로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와 산업은행 실무자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표실적이 빠져 있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다"며 "4900억을 왜 감추려고 했는지 의혹을 지울 수 없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늦게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민주당이 자신을 고발한 것을 비난하면서 "민주당은 잡으라는 도둑놈은 잡지 않고 신고한 놈을 잡으려 한다"면서 "국정원이 여권 인사들도 도청한 내용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25일 대북 교섭의 밀사로 언급했던 '요시다'씨와 관련된 의혹을 폭로하면서 금감위에 이 인물의 실체를 파악해달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북한의 지도급 인사와 DJ정부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추악한 뒷거래에 밀사로 활용한 사람은 신일본 산업 요시다 다케시라는 인물"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그는 남한과 북한을 오가며 박지원 비서실장이나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도 수시로 통화하고 만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어떻게 일본 기업인이 대북 밀사로 활용됐는지 알 수 없다"면서 "요시다씨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법무부에 의뢰해 출입국 상황을 10월 4일 종합감사 때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는 최근 사회문제화된 델타정보통신 주식매매 사건과 보험 리베이트 등에 대한 실질적인 감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사건과 관련해 이수창 삼성화재 대표이사를 비롯해 10여명의 관련 증인들이 참석했지만 의원들과의 치열한 질의 응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제5신>: 26일 오후 6시 30분
"북에 지원된 돈이라면 왜 기업이 돈을 갚나?"
- 민주당 의원들 반발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현대상선의 경우 아산에 투자된 돈 이외에 관광사업 등에서 막대한 손해를 봤고, 투신사 등의 대출 추심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면서 "이후 4900억원을 긴급대출 받은 뒤 만기까지 1800억원을 갚았으며, 만일 이 돈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용으로 북한에 지원된 돈이라면 지원토록 압력한 정부가 갚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현대상선의 경우 금강산관광사업 외에 개성과 나진 등지에 공장건설 등 각종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이 돈이)이 사업을 위해서 사용될 수도 있지 않은가"라며 "그럼에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로 단정하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원길 의원도 "4억 달러가 북한에 지원됐는지 여부는 현대상선 장부만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는 것으로 대출을 받았다면 기표됐을 것이고 이 돈이 달러로 환전돼서 빠져나갔다면 또한 기록됐을 것"이라며 "국정 조사까지 갈 필요도 없고 장부 열람만 하면 끝나는 건데 의혹을 확대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박병석 의원은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말한 대로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라고 한다면 무엇때문에 1800억원을 갚았는가"라며 "이는 이 돈이 정상회담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주선 의원과 이근영 위원장간의 질의 응답 요약.
- 2000년 6월 당시 산은총재로서 (현대상선에)대출해 준 있나
"있다."
- 당시 현대상선의 경우 투신사들로부터 현대 왕자의 난을 계기로 4150억원이 추심됐으며 이후 유동성 위기에 처한 사실이 있었나.
"그렇다."
- 현대상선은 현대아산에 1800억원을 투자했고, 각종 대북 사업과 관광 운영으로 44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는데.
"그와 같은 보고를 받은 적 있지만 자세한 기억이 없다."
- 현대상선이 해온 금강산사업도 대북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상선에서 많은 손실을 봤고, 회사쪽에서는 국가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인데,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요구할 수도 있지 않았나.
"김충식 사장이 '금강산 사업의 경우 순수한 비즈니스 사업이라고만 할수 없지 않나. 경협 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하지 않는가'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 그래서 어떻게 답변했나.
"그냥 알았다고 했다."
- 현대상선이 4900억원 대출 받은 것은 대출 받을 당시 4400억원 적자가 원인이 됐고, 투신사들로부터 4150억원 회수 당하니까, 회사쪽 입장에서는 푸념과 넋두리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산은총재에게 갚을 수 없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그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고, (회사쪽에서는)경협 차원의 비용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 당시 현대상선에 4900억원이 긴급자금으로 대출됐는데 상선쪽은 선박 구입 등으로 4825억원을 사용했다고 장부에 의해 확인됐다고 해명서를 제출했는데, 이에 대해 보고 받은 적 있나.
"보고 받은 적 없다."
- 한나라당 주장대로 그 돈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지원이 된 돈이라면, 개별 기업이 갚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경협 자금으로 한다면,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본다."
- 정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
"없다."
- 청와대에서 모여서 대책회의를 했다고 하는데.
"이 문제 때문에 모인 적도 없고, 회의를 한 적이 없다. 금감위의 경우 재경부와 업무가 자주 겹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모임을 자주 가졌다."
- 어떤 종류의 회의인가.
"구조조정 회의가 많았다. 산은총재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고, 경제정책의 경우 한은총재가 참석했다. 회의 끝 무렵에 (엄낙용 전)산은 총재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다."
-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걱정마라'는 말을 했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
| | | "면책특권 이용한 무책임한 발언 취소하라" | | | 산업은행, 현대상선, 한광옥씨 '대북 비밀지원설' 해명 | | | | '산업은행이 당시 한광옥 비서실장의 압력을 받아 현대상선에 4900억원을 빌려주고, 그 돈은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북에 전달됐다'는 엄호성 의원의 주장에 대해 당사자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각각 해명에 나섰다.
산업은행측은 현대상선에 4900억원을 지원한 이유에 대해 "2000년 3월 현대계열사 전체의 신뢰도 추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는 등 현대 위기설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붕괴가 우려돼 2000년 6월 7일과 29일 4900억원을 긴급 지원했으며, 지금까지 1800억원을 회수했고, 2300억원도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측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현대아산을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는 엄호성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당시 단기 유동성 문제를 겪으면서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 상환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키 위해 조달한 것으로 선박 건조용 차입금 상환, 운항경비 지급, OP(기업어음) 만기 상환 등을 위한 용도로 쓰여졌다"고 주장했다.
현대상선측은 또 "당시 현대상선은 금강산 관광선 운영사로서 관광객 숫자에 따라 현대아산에 정기적으로 입산료 등 관광대금을 지불했으나 기타의 자금을 현대아산에 지원한 일은 일체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엄 의원으로부터 산업은행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시 대북사업과 관련하여 산업은행을 비롯한 어느 은행에도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엄 의원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이용한 무책임한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신중한 언행으로 국정감사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최경준 기자 | | | | |
<제4신>: 26일 오후 5시 30분
한나라당 의원, "대통령이 관련돼 있다"
민주당 의원,"면책 특권 이용한 정치공세 중단하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가 오후 2시40분 속개됐다. 오후에 속개된 정무위 국감에서도 어제 엄호성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북 비밀지원'을 놓고 여야간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특히 이성헌, 엄호성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2000년 4월과 5월에 걸쳐 정부와, 현대쪽 관계자, 국정원 고위간부 등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5억5000만달러가 북으로 지원됐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이어서 산업은행과 현대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이 북에 지원됐다는 것은 대통령의 지시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연관설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주선 등 민주당 의원 등은 "2000년 당시 현대 왕자의 난 등으로 투신사 등이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현대가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대출금의 사용처도 명확한 상태"라며 "북쪽으로 넘어간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면책 특권을 이용한 무리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이성헌 의원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의 질의 응답.
"어제 엄 의원께서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4900억원이라는 돈을 융자받아 대북 사업에 사용됐다는 진술이 나왔다. 2000년 당시에는 현대그룹의 여러 회사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와중에 현대건설도 1억5000만불 북에 송금했다는 제보가 있다.
지난 2000년 4월5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일본을 방문하고, 4월 9일 정몽헌 회장은 베이징을 방문한 뒤 이익치 현대증권회장이 귀국해 김재수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북한에 1억5000만달러 송금을 지시했다.
이승렬 당시 현대그룹 재정담당이사가 자금을 송금했으며, 홍콩 싱가포르 등의 국제은행 등을 통해 6개 구좌로 북한에 들어갔다. 이후 4월10일에 박지원 장관이 베이징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한 바 있다.
2개월 후 현대건설은 부도위기에 몰렸지만 북한에 자금을 송금한 이후 6월8일에 시중은행 4개가 현대에 2000억원을 지원하고 이후 산업은행이 1500억원을 건설에 지원했다.
은행들의 이같은 지원은 현대가 정상회담에 앞서 많은 자금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그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고 정부와 현대의 유착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정무위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익치 회장, 김재수 본부장, 이승렬 상무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
-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당시 산업은행장으로 이같은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고, 확인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못하다."
두번째 질문으로 나선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000년 3월 17일 중국 상해에서 북한의 송호경 아시아태평양 부위원장을 처음 만난 이후, 4월에 북경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비밀 회동을 했다"면서 "접촉 당시에는 현대 관계자와 국정원의 김보현 대북전략국장이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엄 의원은 이어서 "김 전 국장의 경우 지난 72년에 중앙정보부에 들어온 이후 30년 동안 대북업무만을 전담해 온 대북전략 기획통"이라며 "(2000년 당시) 박지원씨와 함께 활동했다"고 말했다.
엄 의원은 또 "2000년 2월25일 산업은행은 국가예산으로부터 1000억원을 빌려 쓸 정도로 당시 경영상태가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면서 "산업은행의 재무상태로 봐서 4900억원이 빠져나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는 재경부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개입설을 주장했다.
다음은 엄 의원의 질의 내용 요약과 이근영 위원장의 답변 내용.
"어제 제기한 대북지원은 미 의회의 한미관계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 2000년 4억불이라는 돈이 북으로 전달됐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관련자료와 면담을 통해 확신을 갖게 됐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 등은 이같은 진실을 감춘 채,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기는커녕 본 의원을 폭로 정치에 앞장서는 의원으로 폄하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북한에 이같은 돈이 지원하게 됐는지를 말해보겠다.
박지원 비서실장은 2000년 문화관광부장관 시절 북경을 방문해 북한의 송호경 아시아태평양 부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 합의서를 작성한다. 그 날짜가 바로 4월10일이며 이는 4, 13 총선을 사흘 앞두고 한 것이다. 이같은 갑작스런 발표는 이미 박 실장이 수차례에 걸쳐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박 실장은 지난 2000년 3월 17일 중국 상해에서 송 부위원장을 처음으로 접촉하게 되며 22일 북경에서 비공개로 접촉하게 된다. 이어서 4월 8일 합의서에 서명을 하게 되고, 10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 각서를 발표하게 된다.
이같은 비밀 접촉 당시에 현대관계자와 김보현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국장이 함께 했다. 김 국장의 경우 지난 72년 중앙정보부에 들어와 30여년 동안 대북 업무에만 근무해 왔고 박지원씨와 같이 활동했다.
문제의 4억불의 경우 현대상선에 대출될 당시 산업은행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얼마나 어려웠냐면 99년 12월 28일, 산업은행에 6000억원의 출자가 진행되고, 2000년 2월 25일에는 국가예산에서 산업은행에 1000억원이 지원될 정도였다. 이같은 재무상태에서 4900억원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정경제부 장관이나 경제수석의 힘으로도 되지 않는 일이다. 대통령의 지시 없이는 안 된다고 본다.
또 청와대에서 이에 대한 대책회의를 한 것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격화소양'이다. 이에 대해 이기호 경제특보는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이어서 문제는 기업과 은행의 대출을 놓고 무엇 때문에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이 거론되는가. 임씨는 대북 사업을 앞장서 추진해 왔다. 대북 사업의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이 잘못 됐다. 국정원에서는 2000년 7월 1일부로 대북 3차장이라는 직제가 신설되고, 대북담당이 3차장으로 승격되면서, 모든 대북 업무 맡게 된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임동원 국정원장은 (현대상선의 대출금)회수와 관련해서 대북3차장을 만나라고 했겠는가.
청와대는 이 돈이 정당하게 쓰여졌다고 두둔하고 있지만,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북경, 홍콩, 마카오, 싱가폴 등 대여섯 군데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놓고, (받은 돈을) 계좌를 통해 송금했다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다.
- 금감위원장에게 묻겠다. 이같은 돈의 행방을 알기 위해 현대상선에 대한 계좌추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계좌추적을 할 계획이 있는가.
"엄의원은 산업은행의 경우 재무 상태가 나쁘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은행의 유동성은 풍부했다. 정부로부터 현물을 출자 받은 것은 BIS(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자금 조달과는 무관하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자금을 추적할 권한이 없다."
계좌 추적을 위해서는 국정조사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현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뒷거래를 했다는 것에 대해 사과 해야 한다."
<제3신: 26일 오후 2시 30분>
"이익치 회장이 북한 송금 지시했다"
-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 정무위 국감서 주장
26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장인 금감원 회의실은 전날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 등이 제기한 '대북 4억달러 지원 의혹'에 따른 파장으로 한마디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오전 10시. 회의실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형근 의원 등 몇몇을 제외하곤 전원 참석했지만 회의 개시 시간이 다 지나도록 민주당 의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시각 금감원 10층 회의실에 모여 한나라당이 이번 문제를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오늘 열릴 정무위 국감에서도 집중 거론할 것을 예상,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 12시. 점심식사 시간이 다 되도록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입실하지 않자, 이강두 정무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지도부와 상의하는 문제가 있어 오전에는 국감을 개최할 수 없게 됐다"며 "오후 2시에는 국감이 개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오전 회의가 순연 되자,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불법 북한 지원과 관련해 준비한 것이 많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러 회피한다"고 비난하면서 "오후 2시에는 무조건 회의를 진행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당시 현대 유동성 위기 내용을 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데 지난 2000년 5월 이익치 회장이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에게 북한에 송금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김재수 본부장은 현대건설 전체 임원회의를 열어 현대건설에 자금을 파악, 가능한 자금인 1억5000만달러를 홍콩과 싱가폴을 통해 북에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상발언에 나선 엄호성 의원도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가 마카오 등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송금창구로 활용했다"며 "현대에서 페이퍼컴퍼니로 자금이 넘어갔는지 계좌추적을 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오후 한나라당은 문제의 4억달러를 현대상선에 대출할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 금감원장을 상대로 대출경위와 자금이동 경로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제2신: 26일 오후 1시 30분>
"남북정상회담은 DJ가 돈 주고 산 것"
"이회창 후보는 전쟁을 원하는가"
한나라-민주, '북 비밀지원설' 두고 대치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이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현대 계열사를 통해 북한에 4900억원을 비밀리에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26일 김대중 대통령의 사퇴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를 '호재'로 활용, 현 정권의 햇볕정책에 타격을 가할 뿐 아니라 병풍 공방에서도 벗어나고, 정몽준 의원도 견제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당력을 총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이회창 후보는 전쟁을 원하느냐"며 이 후보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정부를 향해 한나라당의 주장에 적극적인 정면대응을 촉구하는 등 강경대처 입장을 보임에 따라 당분간 '대북 비밀지원설'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대북 비밀지원설'의 진의 여부를 떠나 정부가 그 동안 추진해왔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지원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근 활기를 띠며 진전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나라당, "전모 밝혀지면 DJ는 물러나야"
| | | "오늘로써 김정일씨 답방은 없을 것" | | | 서청원 대표와 엄호성 의원 기자간담회 안팎 | | | | 서청원 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대북 비밀지원'은 "이적행위이고, 반역행위"라며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다음 정권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문제만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또 "북한은 국민 속이고 보낸 돈을 잘못 받았다는 사과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뒤 "김대중 정권이 야바위로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 알려졌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무슨 면목과 낯으로 한국을 방문해 역사적 이적 행위자인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겠느냐"며 "오늘로써 김정일씨의 답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함께 배석했던 엄호성 의원은 기자들에게 둘러 쌓인 채 전날 주장했던 '대북 비밀지원설'에 대해 재차 설명했다. 엄 의원은 특히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대북사업 투톱이 임동원씨와 박지원 비서실장인데 소위 '종자돈(씨드머니)'이 어떻게 김정일에게 들어갔는지 밝히기 위해 두 사람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 의원은 또 "2000년 4월 10일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할 때 분명히 현대그룹의 김윤수 사장이나 다른 관계자가 동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이 밝혀지면 정상회담을 대가로 북에 돈을 줬다는 것이 더욱 명백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청원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엄호성 의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엄 의원이 자랑스럽다", "엄 의원이 아니었으면 이 엄중한 사실이 묻힐 뻔했다"고 격려하는 등 오랜만에 만난 '호재'로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최경준 | | | | |
서청원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남북 정상회담은 김대중 정권이 돈을 주고 산 것임이 입증됐다"며 "정권이 국민을 속이고, 재벌과 짜고 적의 전력증강을 도운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 돈을 (북한이) 군비증강에 사용했다는 미의회 보고서가 있었고, 정부는 이런 내용을 미국으로부터 작년 2월에 통보받고도 지금까지 국민을 속여왔다"며 "용서할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되는 대역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모가 밝혀지면 남은 임기에 관계 없이 김대중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냥 물러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합당한 정치적, 사법적, 역사적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한편 당내 특위를 구성, 당력을 총동원해 독자적인 진실규명 작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서 위원장은 이어 "현대는 이런 식의 거래로 김대중 정권의 약점을 잡고 계열분리를 통해 알짜기업은 빼돌리고 적자기업은 공적자금으로 유지하는 부도덕성까지 보여왔다"며 "현대가의 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자마자 김 대통령이 민주당 내 친위세력들을 앞세워 후보단일화 운운하면서 유착을 과시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그 저의를 알게 됐다"고 정몽준 의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권과 재벌기업이 유착해서 국민 몰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엄청난 이적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이 정권과 현대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연장하려는 책동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의 정치공세"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확대 원내대책회의를 갖고 '북 비밀지원설'에 대한 대책마련과 엄호성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에 앞서 한화갑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회창 후보는 전쟁을 원하느냐"며 "이 후보 방식대로 하자면 전쟁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역공을 폈다.
한 대표는 또 "세계가 변하고, 김정일 위원장도 변하는데 이회창 총재만 변하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도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이회창 총재의 열린 마음,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처럼 개방적인 남북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을 내놓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북지원 사업이 북한의 군비증강에 쓰였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햇볕정책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느냐"고 반문하고,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오고, 자본주의 형태의 경제개혁, 신의주 특구 지정을 하는 것이 이회창 후보가 말하는 북한의 군비 증강의 전쟁 형태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현대에 빌려준 돈을 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건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에서 발표했듯이 만약 그때 현대가 쓰러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쓰러지니까 돈을 빌려준 것"이라며 "현대에 빌려준 4900억 중에 1800억원은 회수했고 또 2300억원도 회수할 계획이 있는데도 (한나라당이) 증거도 없이 의혹만 얘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정부를 향해 "우리 일 아니고, 현대의 일이라고 놔둬 버리니, 국민이 보기에는 야당이 떠드는 것만 들리고 그 피해는 민주당이 본다"며 "왜 옳은 일 해 놓고도 국민들에게 칭찬 못 듣느냐"고 정면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떤 신문을 보니 북한 투자한 돈도 (그냥) 줬다고 보도하고, 현대에 왜 돈을 빌려줬는지에 대한 산업은행 보도자료도 안 써줬다"며 "내가 칼자루 쥐고 있으니 내맘대로 보도한다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일부 신문에 대한 강한 불만을 피력했다.
이낙연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은 이렇게 위험한 정략을 써야 할 만큼 다급하냐"며 "남북교류협력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자 한나라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방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전형 부대변인도 "두 아들 병역비리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의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제1신:25일 오후7시 30분>
남북정상회담 전후, 북에 4900억 줬다?
엄호성 의원, 정무위 국감 주장 파문... 국정원 등 부인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4900억원이 북쪽 지원금으로 비밀리에 지원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25일 국회 정무위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산업은행은 2000년 6월7일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긴급 운영자금으로 지원한데 이어 같은달 28일 90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는데, 이 자금이 현대상선에 입금되지 않고 북으로 갔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엄 의원은 이어 "산업은행이 6월 7일 지급한 돈의 경우 3개월 내 일시불로 상환하는 조건이었지만 1700억원만 상환되고 2300억원은 아직 남아있으며, 6월 28일 지원한 900억원은 100억원만 상환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 현 금감위원장은 불가입장을 보였지만 한광옥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엄 의원의 청와대 대출 압력에 대해,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현대상선 대출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총재 취임 직후인 2000년 8월말 당시 이기호 청와대 수석과 진념 전 경제부총리,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청와대 별관에서 만나 '김충식 사장이 현대상선이 쓴 돈을 못 갚겠다.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다'고 버티고 있다고 보고하자, 이 수석은 '알았다'고 했다"고 대답해 엄 의원의 주장 일부를 시인했다.
엄 전 총재는 이어 "2000년 8~9월 초 김보현 국정원 대북담당 3차장을 만나 같은 문제를 보고하자 '걱정 말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 전 총재는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으로부터 '현대상선이 사용한 자금이 아니라서 갚을 수 없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자금이 바로 북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쪽은 "김 3차장이 엄 전 총재를 개인적으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청와대 별관에서 이기호 수석 등과 함께 만나지는 않았다"면서 "엄 전 총재로부터 대출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뿐 '걱정말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산업은행도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2000년 5월께 금융시장에 현대 위기설이 퍼져 현대상선의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2001년 이후 올해까지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가 나아지고 있어 10월중으로 유동성 부족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이기호 청와대 경제노동복지특보에게 수차례에 걸쳐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밖에 엄호성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2002년 4월 5일 미국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를 제시했다.
엄 의원은 "2002년 3월 25일 미국 의회 조사국은 '한미관계보고서'에서도 4억달러가 비밀리에 북한으로 갔다는 정보소식통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면서 "이 보고서는 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자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 의회의 정책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료로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자료"라고 주장했다.
엄 의원은 "이 보고서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래리 닉스 미국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로 내용에는 현대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공식지원금 4억달러 외에 비밀리에 별도로 4억달러를 더 지원해 주었고 이 돈이 무기구입 등 군사목적에 전용되었을 가능성을 기술했다"고 밝혔다.
이성헌 의원 "현대건설도 1억5000만달러 북 송금"
또한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현대 특혜지원설과 관련된 주장도 이어졌다.
이성헌 의원은 "현대건설은 2000년 5월말경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전 자금담당이사 송인권씨 명의로 1억5000만달러를 역외펀드를 통해 동남아에서 북한으로 송금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이 의원은 "현대아산을 자금줄로 해서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이 북한에 많은 지원을 해왔다"며 "현대아산의 경우 케이만군도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이를 통해 대북 지원을 해왔으며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지불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북한에 그처럼 많은 돈을 보내는 바람에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 송인권씨를 내달 4일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형근 의원도 "지난 2000년 6월15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여러가지 북한에 돈을 지원했는데 당초 정상회담이 하루 늦어진 것도 돈 지급이 안됐기 때문"이라며 "많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정권에서 대북관계와 관련 심부름을 하고 북한측에 서서 모든 역할을 한 사람은 일본인 요시다"라며 "요시다라는 사람이 한국에 몇번 출입국 했는지 정무위 의결로 법무부에 자료요구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무위의 국정감사는 24일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 청와대 등 정치권 로비 의혹을 주장했던 정형근 의원의 발언을 놓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정 의원이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도청이 있었다'는 발언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도청 자료 사실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등 국감이 파행을 거듭했다.
한나라당 정무위 위원들은 "대생 인수과정에 한화그룹에 특혜를 주기 위해 전 권력기관이 동원됐다"고 공세를 강화하면서 '한화, 대생 인수 권력층 개입의혹'을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할 것을 요구했고, 민주당 위원들은 "국민들을 우롱하고 혹세무민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며, 도청과 도청자료의 사실여부를 가리기 위한 진상조사위 구성을 주장하는 등 격렬히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