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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혁
1960년대 말을 핵폭탄 급으로 강타했던 록의 가장 유력한 유행은 '싸이키델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이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라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 장의 음반은 1967년 그 모습을 드러내며 당시의 음악을 하던 이들에게 격렬한 찬사와 아우성을 받으며 이는 싸이키델릭의 위대한 시작임을 당당하게 선포하게 된다.

이 1967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숫자이상의 싸이키델릭의 시작을 알리는 전율적인 예조(豫兆)였으며 진지한 그리고 치열했던 아티스트의 그 거대한 순항의 시작을 알리는 메타포이기도 하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이 핑크 플로이드와 무디 블루스를 비롯하여 프로콜 하럼, 트래픽, 롤링스톤즈 등의 슈퍼밴드들이 그들의 모습을 싸이키델릭이라는 총천연색의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선보였으며 이 당시의 록의 뜻을 두던 아티스트는 초일류의 아티스트부터 클럽에서 연주를 하던 무명의 인디밴드들까지 싸이키델릭을 연주했었다. 그리고 이는 60년대의 끝을 알리며 마치 한 여름밤의 꿈이었던 것처럼 흔적만을 남긴 채 순식간에 산화하였다.

이렇게 2년이 약간 넘는 시간은 지극히 매혹적인 유산을 남겼으며 어떤 유산은 시대의 금자탑으로 남아있고 어떤 유산은 운이 모자라서 발굴되지 못한 채 숨겨진 보물로 그 이름을 높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 쉬버의 유일작은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음반 중의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쉬버는 1967년 5월 그룹의 기타리스트이자 록스타를 꿈꾸던 Dany Role에 의해서 결성되었다. 지미 헨드릭스의 영향을 받아서 늘 'Fire'같은 곡들을 카피하며 싸이키델릭한 기타의 세계를 가지고 그것을 키워나가던 그는 1968년 오르간, 베이스, 드럼, 리드보컬을 맡는 4명의 멤버를 더 보강해서 Schweiz Rhythm and Blues Festival에 참가한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에서 당시 신출내기에 불과했던 그들은 같이 참여한 수많은 밴드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최고의 밴드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그리고 1968년 7인치 싱글 'Hey Mr. Holyman'을 발매한 후 이듬해인 1969년 그들의 유일작 'Walpurgis'를 발매하게 되었다. 이후 이 그룹의 멤버들은 여러 이합집산을 통해 다채롭고 복잡한 Family Tree를 그리며 스웨덴의 록의 역사에 굵직한 족적으로 남아있게 된다.

앨범의 쟈켓 일러스트는 H.R. Giger가 담당하였다. 이 때부터 이미 기괴한 상상력과 기묘한 화풍으로 이름을 떨치던 그는 이들의 앨범에서 가장 엽기적인 일러스트를 사용하게 된다. 아마도 스웨덴에서 발매되었던 커버 중에 가장 엽기적인 커버를 자랑하는 이 앨범의 첫 트랙인 'Repent Walpurgis'부터 그들의 실력에 그리고 젖어있는 감수성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7분대의 중장편의 곡 안에 그들은 분명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데에 성공한다.

과장되어 보이는 장엄하게 흐느끼는 기타와 꿈결같은 멜로디의 피아노가 전해주는 보드라운 질감의 음, 이어지며 울부짖는 오르간의 장중한 흩뿌려짐. 다채로운 사운드가 절묘한 접착력으로 꼴라쥬되어 있는 독특하며 매력적인 음상의 창출에 성공한다. 텁텁한 코러스라인과 작열하는 기타솔로가 어우러지는 'Leave this man alone', 오히려 톤의 변화를 주지 않은 오르간 연주가 애수를 불러일으키는 'What's wrong about the blues'와 'The peddle'은 블루스 록 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트랙이다. 앨범의 또 하나의 Killing Track은 싱글로도 발매되었던 'Hey Mr. Holy Man'이 아닐까 한다.

짧은 시간 동안 환혹적으로 울리는 오르간의 비명위로 우울한 남녀보컬들의 코러스, 자신도 규정치 못하는 신기루같은 해소 불능의 우울한 중얼거림. 마치 사그러들어 버릴 것만 같은 이런 녹음방식은 슬플 정도로 효과적이다. 또한 'Don't Let Me be Misunderstand'에서 보이는 어두움과 애조는 굉장히 농염한 것이다. 몽환적이면서도 밝은 곡조가 느껴지지만 종극에 이르러 이에 표현함이 우울함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감정의 대척을 조화롭게 구성해낸 'No Time'의 모습은 수려한 멜로디가 정통파 브리티쉬 팝의 흔적이 남아있는 트랙이기도 하다.

싸이키델릭의 궁극적인 목적은 청자를 지극한 몰입의 세계에 돌입시키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렇게 표현의 수단이 어찌되었던 몰입의 세계에 들어가면 자기도 기억하지 못했던 빛이 바랬지만 그 모습이 또렷한 심상이 평온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쉬버의 음반은 분명 이런 면모를 적확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음반의 전체에 약간의 힘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느껴지지만 이것은 오히려 '여백의 미감'으로 느껴지며 더욱 아련함을 부채질한다. 아마도 이런 독특한 경험은 흔히 할 수 없는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며 이 맺는 말이 상투적인 찬사로 오인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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