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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다.
내년이면 나도 수능을 봐서 대학에 가야한다. 벌써부터 입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긴장도 되고 잠도 잘 오지 않는다. '만약 대학을 나쁜 대학에 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부담감과 '만약 내가 노동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그런 불안감. 왜 내가 노동자가 되기 싫은지는 계속 읽어나가면 아실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둘 다 대학을 나오시지 못하셨다.
특히 우리 어머님은 그 당시에 이화여대에 합격하셨지만 삼촌이 재수를 하는 바람에 어머니는 이화여대에 다니지 못하고 취업을 해야 하셨다. 당시 국비장학금을 받아보려 하였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였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은 노동자이시다. 아버지는 공장에 다니시고 어머니는 신문 영업을 하신다.

현재 우리 아버지의 연봉은 3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회사를 다닌지 20년이 넘었지만 생산직에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월급은 오르지 않는 것이다. 경영자인 대학나온 삼촌은 일년에 몇 억씩을 번다고 하는데 왜 우리 아버지는 3천만 원도 되지 않는 것일까?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기에는 너무나 벅찬 사회다. 노동자들은 파업하면 즉각 구속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일을 안해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온다.

노동자들은 몇십년 뼈빠지게 일해도 남는 것은 집을 살 때 받은 대부와 엄청난 아이들의 학비로 인해 노후 생활은 꿈도 못 꾼다. 실제로 우리 부모님도 지금 사는 집을 얻으려 20년 상환의 대출을 받으셨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부동산과 이곳저곳에서 청탁으로 재산을 더욱더 불려나간다. 도대체 노동자들은 국회의원보다 일을 안해서 그런 것인가?

국회의원들은 맨날 싸우기 바쁘고 파업을 해도 뭐라 안 그러는데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바로 경찰투입해서 피 터지도록 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사람들이 기를 쓰고 대학에 가려는 줄 아는가? 어떤 사람은 대학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가면 공장은 누가 돌리냐고 걱정하시는 사람이 있는 데 그런 사람들은 당신이 직접 공장에 가서 일해봐라 얼마나 힘든지..

우리 아버지 회사에서 아버지 일하시는 모습을 하루동안 본 적이 있다. 우리 아버지는 피아노를 조립하고 검사하는 부분을 맡으신다. 그 때가 여름이었는데 날씨가 더운데도 불구하고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제대로 켜있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피아노를 조립하고 음질을 검사하시느라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계속 물을 찾으셨다.

그 때 그 옆에 사무직 직원들이 일하는 곳을 봤다. 에어컨이 켜져 있어서 추운지 다들 두꺼운 외투를 끼고 일하는 장면이 보였다. 그 순간 너무나 많은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 복잡하게 얽히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너무나 더워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데 한쪽에서는 에어컨 때문에 추어서 외투를 껴입고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모습을 봤다. 물론 생산직보다는 사무직의 월급이 더 많다. 이것은 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눈물이 나올 뻔했다.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여름에도 선풍기도 제대로 안 나오는 곳에서 일하시는데 누구는 추워서 외투를 껴입고 일하다니..

사람들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대학에 간 사람들과 안 간 사람들간의 차별이 심하다. 노동자로서의 삶은 너무나 힘든 것이다.

이 나라는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해서 그 물건을 수출해야 먹고사는 나라이다.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오직 살길은 수출뿐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자들이 물건을 만들지 않아 수출을 안 하면 국회의원이던 의사이던 검사이던 변호사이던 먹여 살릴 수가 없는 나라이다.

그런데 선거 때는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은 맨날 업무시간에 골프 치기 바쁘고 멱살잡고 욕하고 싸우는 것인가? 그들이 그렇게 골프치게 해주고 멱살잡고 욕하며 싸우면서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이 뭐가 있는가? 그들이 그렇게 권세누리면서 사는 게 다 국민이 세금 내서 살리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의 국회가 없어지는 것이 나라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노동자가 되기 싫다! 우리 아버지는 사람은 열심히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다고 한다. 사람이 일하지 않으면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시지만 나는 그 말에 코웃음만 친다. "아버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버지는 그만한 대가를 못 받으시잖아요."

한국사회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대우를 못 받는 사회, 아무리 싸우고 놀아도 대우받는 사회다. 나의 소망은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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