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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을 마친 뒤 한가로워진 기자에게로 한 장의 성명서가 메신저를 타고 날아들었다.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 선거인단을 모집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만 18세 선거권 운동모임인 '낮추자'(www.downage.net)에서 보내온 그 글. 그리고 그 글의 서두에는 그들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었다 '선거를 하고 싶은 누구나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선거란 무엇인가? 바로 민주주의 축제. 국가를 이루고 있는 국민들이 스스로가 주권자임을 확인하고 과연 이제 까지 나라가 제대로 발전해 왔는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 그러나 오늘날 그 축제의 어느 한 구석에서도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방법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때문에 드디어 여기 인터넷의 한구석에서 청소년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작은 반란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우선 주축으로 참여하는 청소년 단체를 소개한다면 바로 '청소년 웹 연대 WITH'(www.mywith.net/)를 들 수 있다. 그냥 'WITH'라고 하면 못 알아들을지 모르지만 불과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두발제한 반대 서명운동'을 이야기한다면 또 그 사건의 시작과 진행의 중심에 언제나 'WITH'가 서 있었음을 말한다면 더 이상 이들에 대한 소개는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지난 '두발제한반대서명운동'이 청소년들의 힘만으로 추진되어 그 한계성을 드러냈다면 이번에는 이 겁없는(?) 아이들을 이끌고 지원해줄 든든한 후원자도 생겼다. 바로 지난 1999년 설립된 이래로 '문화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꾸준히 사회와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온 시민단체인 '문화연대'(http://www.cncr.or.kr/). 여기에 '학벌 없는 사회'를 주장하는 '학벌 없는 사회 전국학생모임(준)'도 참가하여 청소년 선거권 확보운동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물론 이런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반대자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논리는 과연 고3 나이인 만18세 청소년들이 성숙한 정치시민의식을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과 금품 살포 등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 이 두 가지다.

우선 정신적인 성숙과 관련된 질문에 대하여 '낮추자'의 반론은 이렇다. 단순히 나이로서 성숙과 미성숙을 가를 수는 없으면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서 청소년들이 더 이상 단순한 훈육과 교육의 대상이 아닌 어른과 똑같이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그것의 해결방안에 참여한 권리와 그에 수반되는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금품살포와 같은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선거'를 민주주의 축제가 아닌 '권력과 부'를 향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며 단지 사회가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도록 조장 내지는 통제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한 어떤 객관적인 조사나 증거가 없으며 어쩌면 이것 역시 청소년들이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할 수많은 '사회적 편견'들 중 하나가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만18세라는 나이가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이라는 점에서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가 '대학'을 가고 '학문'을 쌓는 목적은 단순히 '지식의 충천'이 아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방향을 고민하기 위한 것이고 바로 이 점에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 역시 그 어떤 공부보다도 중요한 공부라는 것이 '낮추자'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사상 처음으로 추진되는 운동인 만큼 위와 같은 논쟁이외에도 앞으로도 수많은 의견들이 이 운동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또 서로 충돌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논쟁에서 최후의 승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되야할 것이다. 과연 무엇이 우리나라 정치와 청소년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이에 대한 여러분이 신중하고 또 신중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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