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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리스트 조성진
마임리스트 조성진 ⓒ 정연우
14일은 부산 컨벤션 센타(BEXCO)에서 4개의 큰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프레타 포르테 부산을 비롯해 2002 부산국제신발 피혁 전시회, 부산 국제섬유패션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는 뜻깊은 날이었다.

공연중인 마임리스트 조성진님
공연중인 마임리스트 조성진님 ⓒ 정연우
그날 여러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갔다가 조성진씨를 만나게 되었다. 조씨는 마임리스트로 유명한 인물이다. TV에서 2002춘천마임축제를 보면서 잠깐 얼굴을 본적이 있을 뿐 실제 만나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작가적인 면보다는 미소를 머금는 표정이 더 인상적인 분이었다. 처음 인사 때부터 느껴지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상이 나로 하여금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마임을 보여주기 위해 탈의실를 찾았지만 것을 확인하고는 그냥 간이 무대 뒤에서 스스럼없이 옷을 갈아있었다. 만약에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 창피하다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씨는 진정 마임을 좋아하며, 사람들 속에 몸짓을 표현하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디지털퍼포머 김성진님
디지털퍼포머 김성진님 ⓒ 정연우
벡스코 실내 끝에서 조씨는 조용히 몸을 풀고 있었다. 천천히 몸을 푸는 모습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도 정말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부드럽고 편안한 인상 또한 나의 가슴에 아련한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이자 그는 나무가 된다. 그리고 나무가 자라나 바람에 흔들리고 비를 맞자 생기가 든다. 나무가 잠이 들고 꿈속에서 사람이 된다. 나무 사이를 걸으며 꽃을 따고 물에서 고기를 잡는다. 힘이 세고 미끄러운 물고기를 놓치고 얼떨결에 물 속으로 따라 들어간다. 숨이 차 다시 올라와 숨을 들이마시고 물고기를 찾아 나선다.

"아! 숨을 쉴 수 있다", 물고기가 된 거다. 물고기는 다시 왜가리가 되고 우아하게 걷고 이리 저리 먹이를 찾는다. 날고 싶다. 함차게 비상한다. 세상이 아름답다. 신명이 난다. 잠시 후나무 위에 앉는다. 다시 나무가 된다.

디지털 퍼포머 김성진
디지털 퍼포머 김성진 ⓒ 정연우
조성진씨의 몸짓이 끝나자 사람들은 정말 깊게 빠져들어 있다 깨어난다. 나도 그 때 조씨의 몸짓과 표정에 빠져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그날의 사람들에게는 뜻깊은 날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잠시 후 쉬고 있는 조씨에게 가서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는 당일 날 내려오게 되었다고 했고,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에 이끌려 내려오게 되었다고 했다.

분명히 젊은 예술하는 사람이란 아마 특이한 소리를 내는 기계를 가진 인물을 말하는 것이었다. 소리로써 조성진씨과 같이 한 것이었다. 오늘 바로 대구에 올라가신다고 하면서 거리문화에 대해 여러가지 좋은 말을 해 주었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접하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며, 굿이라는 것을 통해 한국적인 몸짓을 창조하려고 노력중이라는 것을 듣게 되었다.

ⓒ 정연우
조성진, 그는 정말 따뜻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대화 내내 기자를 편안하게 해 주면서 주위 사람들의 인사도 정겹게 받아주었다. 대구 올라가는 기차 시간 늦었다며 젊은 사람같이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난 한 가지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생활 속의 마임을 실천하는 그 분의 뒷모습에서 우리나라 마임의 희망이 아직도 밝게 빛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조성진님은 현재 한국마임협의회 부회장, 축제문화연구소장, 왜관YMCA 사무총장, 대구거리마임축제위원장, 2002대구월드컵행사 자문위원 ,낙동강세계평화제전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계명대학교 무용과, 대구과학대학 연극영상과 강의를 나가신다. 그외에 수원, 천안 , 창원, 춘천 '마임의 집' 등에서 초청리사이틀을 가졌으며, 무용, 음악회, 오페라, 패션쇼 등과 결합하여 마임작업을 하였다. 특히 축제공간에서의 마임을 즐기며, 명상으로서의 마임 등 생활세계속에서의 마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도란도우'라는 이름의 대구지역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거리공연네트워크를 만들어 거리공연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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