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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안암동 152번지 일대 재개발지역의 안암동철거민대책위원회(아래 안암철대위, 위원장 이영철)에 19일 오전 8시20분 포크레인, 크레인, 공사용 물대포차 등 중장비를 동원한 신한환경개발(주) 직원 50여명으로 구성된 철거반이 들이닥쳐 안암철대위 주민과 학생 등 100여명과 2시간40분 동안 심한 대치를 하다 물러갔다.

▲ 19일 새벽 철거반의 진입이 예상되자 빈민해방철거민연대 소속 회원 및 대학생 100여명이 18일 밤부터 안암철대위에서 비상대기 하고 있다.
ⓒ 석희열

이날 새벽 4시에 장비를 동원한 철거반이 들이닥칠 것이란 소식을 듣고 달려온 빈민해방철거민연대(상임의장 정성래) 소속 회원 70여명과 건국대, 고려대, 성공회대, 연세대, 한성대 학생 30여명 등 100여명은 안암철대위의 침탈을 막기 위해 18일 밤부터 주변 10여군데를 규찰하며 안암철대위에서 밤새 대기했다.

이날 오전 8시경 안암동철대위 주변에는 경찰 11개 중대 1500여명의 병력이 배치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혹 있을지도 모르는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하여 주민 안전을 위해 병력을 배치했을 뿐 다른 목적은 전혀 없다"며 철거반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배치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의혹을 일축했다.

▲ 이들은 아침 식사를 하다 철거반이 들어오고 있다는 비상연락을 받았다
ⓒ 석희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한환경개발(주) 철거반이 개운산 삼거리와 고려대병원 후문에 각각 인력과 장비를 배치한 뒤 오전 9시43분경 개운산 삼거리에 배치되어 있던 포크레인을 안암철대위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진입로에 미리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대기하고 있던 빈민해방철거민연대 소속 회원과 학생 등 100여명은 구호를 외치며 맞섰으며 순간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빈민해방철거민연대 소속 회원 등이 "용역깡패 옹호하는 성북경찰서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투쟁노래를 부르며 거세게 저항하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신한환경개발(주) 김달수 전무는 안암철대위측에 대화를 제의하고 협상에 나섰다.

빈민해방철거민연대 정성래 상임의장과 김달수 전무는 미리 와있던 언론사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 동안 담판을 벌인 끝에 신한환경개발(주) 철거반과 장비를 모두 철수하기로 합의하고 오전 11시경에 장비 일체와 인력을 철수시켰다.

이곳에서는 지난 7월 9일 새벽 경찰 7개 중대 1천여명의 병력이 주변을 에워싼 가운데 신한환경개발(주) 철거반 3백명을 동원한 철거과정에서 주민 15명과 고려대생 2명이 철거반의 무차별적인 집단 구타와 낫, 곡괭이, 쇠파이프, 해머 등의 흉기에 의해 머리가 깨지고 발등이 찍혀 실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날 이후 집과 가재도구마저 다 잃어버려 142일째 천막에서 노숙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안암철대위 9세대 주민 28명은 그간 구속 2명, 수배 1명의 대가를 치러야 했으며, 부상을 입은 주민들은 치료를 위해 30만원에서 최고 1500만원의 병원비를 지출했다.

대부분 막노동 등 하루 벌어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겨울 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형벌은 지난 봄부터 생계비와 병원비 등으로 각 세대당 2천만원 이상의 카드 빚이나 은행 대출을 통한 부채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 19일 오전 8시 안암철대위 주변 도로에 경찰과 중장비를 동원한 신한환경개발(주) 철거반이 대기하고 있다
ⓒ 석희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24시간 밤낮으로 규찰활동을 해야만하는 안암철대위 주민 모두는 지난 8개월간 생계를 그만 두었기 때문이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한성대 등의 학생들이 자체 모금활동이나 주점행사 등을 통해 매달 일정액의 지원을 하고 있긴 하지만 방 한칸 없이 살며 하루에 50~100명의 식사를 매 끼니마다 해결해야 하는 이들의 지친 삶을 치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99년 11월에 재개발 공시를 한 서울 성북구 안암동 152번지 일대의 안암동철대위 주민들은 2002년 2월에서야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재개발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곳에 삼성 래미안아파트라는 최고급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안 것도 이때였다. 이후 삼성물산의 철거용역회사인 신한환경개발(주)가 철거대책반을 구성하면서 주민들과 계속해서 마찰을 빚어왔다.

안암철대위측은 삼성물산과 성북구청에 △철거주민들을 위한 가수용단지를 건설해줄 것 △재개발지역에 임대아파트를 지어줄 것 등을 그 동안 요구해왔으며, 7월 9일 사태 이후에는 여기에 더하여 △부상자의 치료비를 지불해줄 것 △구속자 석방과 이영철 위원장의 수배를 해제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과 성북구청에서는 예산 부족과 민원 발생 등의 이유를 들어 주민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철거반이 물러가자 안암철대위 주민 등이 승리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석희열

안암철대위 이영철 위원장은 "삼성물산은 가수용단지를 지어주겠다는 약속을 세 번 씩이나 하고 이를 번복하는 파렴치를 계속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뒤에 빠져서 철거용역업체를 앞세워 주민들을 내쫓게 하는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달 10일에 이곳 재개발지역에 대한 관리처분이 떨어졌는데 어째서 대집행 영장도 없이 무단으로 사람이 사는 집을 철거할 수 있느냐"며 "이는 분명히 성북구청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며 행정관청을 향해 울분을 쏟아냈다.

그는 또 "용역회사에서 철거하는데 수천명의 경찰병력과 성북소방서의 물대포 차량이 어째서 함께 출동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성북경찰서와 성북소방서도 싸잡아 비난했다.

삼성물산의 철거용역업체인 신한환경개발(주) 김달수 전무는 "안암철대위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주민들의 보상에 관한 문제로 삼성의 하청업체인 우리가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재개발조합과 삼성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라면서 "삼성과 조합에서는 '나 몰라라' 하고 빠져버리니까 우리가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전무는 또 "공사기간을 넘긴 우리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철거작업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공사 지연으로 인해 삼성으로부터 지체보상금 압박을 받고 있다. 철거 공사기간만 3~4개월이 걸리므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고 안암철대위쪽에 제의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편 재개발지역에 들어설 삼성 래미안아파트의 건축주인 삼성물산으로부터 심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한환경개발(주) 철거반은 이번주 내지 다음주 중으로 또다시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하여 안암철대위에 들어올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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