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자 신문들의 1면 머릿기사는 '대동소이' 하다.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양강 구도가 확립됐다는 요지의 기사들로 1면이 채워져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기사는 <대한매일>여론조사 내용. <대한매일>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22일부터 24일까지 20세 이상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회창 후보는 44.8%, 노무현 후보는 50.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호감도의 경우 이회창 후보가 0.75, 노무현 후보가 0.58을 나타냈다. 단일화 시너지 효과로 노무현 후보는 지지율이 21.6%포인트 상승했다.
각 신문들은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양강 구도가 지역과 이념,세대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다음은 각 신문 1면 머릿기사 내용이다.
<대한매일> 대선 오차범위 대접전 예고, 지지율 이 44.8% 노 50.5%
<동아일보> 이-노, 세불리기 본격경쟁
<한겨레> 노-정 선거·정책공조 본격화
<경향신문> 대선 정책대결 본격화
<한국일보> 대선 이·노 양강 구도 재편
<조선일보> 이 "현정권 연장 막을 것", 노 "낡은 정치 청산돼야"
<세계일보> 대선 양강 대결 본격화
<국민일보> 대선 '지역 이념 세대 대결'
대부분의 신문들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내용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칼럼들도 상당수가 '단일화'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이 가운데 <한겨레> 김효순 논설위원의 칼럼 '후보단일화 공신들'은 관심을 끌만하다.
김효순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민주당에서 경선을 통해 뽑은 노무현 후보를 흔든 일은 저질 코미디의 연속이라고 규정했다. 그 저질 코미디의 주인공들은 누구인가?
"그간 이 정권에서 장관도 하고 당의 요직을 맡았던 사람들이 당내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뽑힌 후보를 끌어내리느라고 당외 인사와 몰려다니며 바람을 잡았다. 일부는 정치판의 오갈데 없는 낙오자, 지역정당을 끌어모아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부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집권 저지가 지상과제라고 하더니 그 당에 슬그머니 들어가버렸다.
이 무렵 관심의 초점이 됐던 사람들이 정균환 총무, 박상천 최고위원 같은 이른 바 ‘호남 중진’들이다. 특히 정 총무는 소속의원들의 집단탈당이 벌어지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더니 단일화 협상이 이뤄지자 후단협쪽 인사들을 만나 그 동안의 노고를 격려까지 했다. 그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기가 정말 힘들다.
이런 해괴한 소동에서 한화갑 대표의 행동거지는 백미다. 노 후보를 깎아내렸다가 다시 쓰다듬는 듯한 발언을 되풀이했으니 얼르고 달래기의 전형이다. 한 대표가 노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며칠 만에 했다는 내용이 이따금 기사화되곤 했는데 세상에 이렇게 웃기는 일이 또 있을까.
불철주야 대선 승리를 위해 뛰어다녀야 할 대표가 선대위원장도 맡지 않고 강건너 불구경하는 식의 행태를 보였으니 말이다. 이런 마당이니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이 아무리 김대중 대통령의 초연한 자세를 강조하더라도 ‘김심’의 소재, 작용 여부에 대한 논란이 꼬리를 이었던 것이 아닌가
끝으로 김민석 전 의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통합21에 합류하면서 “배후가 있다면 단일화를 바라는 민심”이라고 말했던 그는 단일화 협상의 막판 진통을 증폭시키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노풍이 다시 점화되면 이 쟁쟁한 공신들의 몫을 어떻게 산출해낼 것인가"
후보 단일화 이외에 관심을 끄는 뉴스는 '대학내 부재자투표소' 관련 기사다. 선관위는 거소(居所)조항을 문제 삼아 투표소 설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다음은 각 신문의 사회면 머릿기사다.
<한겨레> "20대가 참해야 민주주의 새장 열린다"
<대한매일> 잇따른 총기사고에 신분증도 못 믿어
<국민일보> 사이버 선거운동 '혼탁'
<세계일보> 검찰, 연말 동창회 등 단속기준 완화 '사생활침해' 논란에 한발후퇴
<조선일보> 직무 무관자는 선물 받아도 된다?
<한국일보> 해외도박 '덫' 놓인 강원랜드
<경향신문> 필리핀 원정도박 1천억 날렸다
<동아일보> 김치 너마저?
덧붙이는 글 | 다음은 김효순 논설위원 칼럼 '후보단일화의 공신들'전문
기자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오보를 했거나, 선의로 쓴 것이 엉뚱한 결과를 가져왔다든가 하는 부끄러운 기억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한 개인을 왕따로 만들어버리는 집단 괴롭힘의 현상을 보면 불편한 기억이 떠오른다. 1990년대 전반 일본에서 특파원을 하던 시절 이지메를 일본 학생사회의 독특한 병리현상으로 보고 보도했던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사회의 곳곳에서 집단 괴롭힘이 벌어지는 경우를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돼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그의 처지에서 보면 다행스런 일이지만,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 지난 반년 동안 그는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국민경선제를 통해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도 그는 끊임 없이 양보를 거듭했다. 추석이 지나 더 이상 논의할 물리적 시간이 없다고 했다가도 다시 문을 열었고, 담판이나 여론조사 방식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거둬들였다. 마지막으로는 역선택 방지 등 조사의 구체적 세부사항에 대해서도 상대쪽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
지난 봄의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노풍이 폭발했을 때 그것을 촉발시킨 발언의 하나가 노 후보 부인에 관한 것이었다. 경쟁자가 장인의 좌익전력을 따지며 색깔론을 들고 나왔을 때 그는 “대통령이 되려고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한번도 보지 못한 장인 때문에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나는 호남고립구도인 민자당 창당 때 합류를 거부하고 정도를 걷던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계속 몰리는 모습을 보고 저러다가는 아내와 둘만 남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만일 여론조사 결과가 반대쪽으로 나왔을 경우 그와 그 주변의 모습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노 후보가 유달리 참을성이 많아서, 또는 결국 민심이 돌아오리라는 확신에서 계속 뒷걸음질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당 안팎에서 막무가내로 흔들어대는데 자금줄도 빈약하고 패거리 정치문화에도 주변머리가 없는 그가 도대체 무슨 재주로 버틸 수가 있었겠는가 그간 민주당에서 벌어진 일은 저질 코미디의 연속이다. 문제는 코미디가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구역질 나게 한다는데 있었다.
그간 이 정권에서 장관도 하고 당의 요직을 맡았던 사람들이 당내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뽑힌 후보를 끌어내리느라고 당외 인사와 몰려다니며 바람을 잡았다. 일부는 정치판의 오갈데 없는 낙오자, 지역정당을 끌어모아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부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집권 저지가 지상과제라고 하더니 그 당에 슬그머니 들어가버렸다. 이 무렵 관심의 초점이 됐던 사람들이 정균환 총무, 박상천 최고위원 같은 이른 바 ‘호남 중진’들이다. 특히 정 총무는 소속의원들의 집단탈당이 벌어지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더니 단일화 협상이 이뤄지자 후단협쪽 인사들을 만나 그 동안의 노고를 격려까지 했다. 그 깊은 속내를 드려다보기가 정말 힘들다.
이런 해괴한 소동에서 한화갑 대표의 행동거지는 백미다. 노 후보를 깎아내렸다가 다시 쓰다듬는 듯한 발언을 되풀이했으니 얼르고 달래기의 전형이다. 한 대표가 노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며칠 만에 했다는 내용이 이따금 기사화되곤 했는데 세상에 이렇게 웃기는 일이 또 있을까. 불철주야 대선 승리를 위해 뛰어다녀야 할 대표가 선대위원장도 맡지 않고 강건너 불구경하는 식의 행태를 보였으니 말이다. 이런 마당이니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이 아무리 김대중 대통령의 초연한 자세를 강조하더라도 ‘김심’의 소재, 작용 여부에 대한 논란이 꼬리를 이었던 것이 아닌가
끝으로 김민석 전 의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통합21에 합류하면서 “배후가 있다면 단일화를 바라는 민심”이라고 말했던 그는 단일화 협상의 막판 진통을 증폭시키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노풍이 다시 점화되면 이 쟁쟁한 공신들의 몫을 어떻게 산출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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