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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토토의 새로운 세상>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신작 <토토의 눈물>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문화와 정서가 그다지 정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본 유명작가의 책도 읽는둥 마는둥 하는 저에게 <창가의 토토>는 실로 대단한 힘을 발휘했던 책이었습니다.

마치 무슨 병에 걸린 듯 사람들에게 <창가의 토토>를 마구마구 선물로 뿌렸고, 좋은 문구는 메일을 보낼 때 단골 손님으로 등장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리고는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또 언제 다시 이런 감동을 줄까 목을 빼고 기다리던 차에 신작 <토토의 눈물>은 참으로 반가운 책이었답니다.

이번에도 작가는 어김없이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84년 아시아인 최초의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그녀의 활동은 전작을 통해서 익히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84년부터 96년까지, 13년간 만난 세계 어린들과의 만남을 생생하게 전해 줍니다. 기아에 허덕이고, 사소한 질병에도 죽고, 전쟁의 위험에서 한시도 편안할 날 없이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작가 말마따나 여태껏 매체를 통해 들어온 바 실상과는 사뭇 다르고, 그보다 더욱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그늘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너무나 아름답게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에게 말없는 채찍을 가하게 만듭니다. 더욱이 이들에게 원하는 것이 묻자 개인의 부귀영화도 푸짐한 음식도 아닌, 세계 평화와 사랑이라는 보편타당한 것을 말함으로써 진정 어린이들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더욱이 작가는 어린 시절 자신의 애칭인 '토토'가 아프리카에서 스와힐리어로 어린이라는 뜻이라고 전하며 작가는 어린이들과의 숙명적인 만남을 넌지시 말하는 듯 하기도 하면서 이 책의 제목처럼 <토토의 눈물>은 세계 각지에서 소리없이 울고 있는 어린이들의 눈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어볼까요?
그녀가 처음으로 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는 하루에 600명이 목숨을 잃는 지역입니다. 우리는 아마도 기아에 허덕여 볼록 배만 나온 아이들을 TV등을 통해 봤지만 실제 기아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영양실조로 인해 어린이들의 머리카락은 먼지를 뒤집어 쓴 것마냥 옅은 갈색을 띄는가 하면 걸어 다닐 힘조차 없어 기어 다녀야만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게다가 소리 내어 울 힘도 없어 조용히 흘린 눈에 맺히는 눈물. 그리고 그 눈물에 파리가 앉아도 뗄 힘도 없다는군요. 또 물도 부족해 이것마저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물을 발견하더라도 "순서, 순서"라고 말하며 나이 어린 아이에게 물을 먹이는 배려를 잃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일 어른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안 봐도 뻔하네요.

인도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이야기도 전해줍니다.
기나긴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의 나라인 인도 또한 어린이들의 영양실조와 질병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의 몸무게는 30%가 체중 미달 사태를 빚고, 1년에 3만명의 어린이가 입원을 하고, 하루 평균 250명의 외래환자가 속출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파상풍이 심하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근육이 경직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아프면서도 어린이는 작가를 보면서 입이 굳어 발음이 정확치 않지만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뒤로 한채 먼저 남에게 행복을 빌 수 있는 것은 어린이의 순수함이 아니고서야 힘들겠죠?

이러한 영양실조와 질병 외에도 어린이들에게 치명타는 전쟁입니다. 이것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아직 자기 방어력도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한없이 두려움의 존재입니다. 91년에 있은 미국과 다국적군의 공습 이후 5개월만에 찾게 되는 이라크는 발전소가 다 파괴되어, 정화를 할 수 있는 갖추지 못해 더러운을 그대로 마시게 돼 장티푸스 등의 전염병을 앓는 아이, 전쟁통에 분유값이 배로 오르고, 엄마는 영양실조로 젖도 나오지 않자 다섯살 미만 어린이의 1/3이 영양실조를 겪게 된다고 합니다.

또 전쟁으로 인해 어린이들은 때로는 기억 상실증에, 때로는 피부병을 앓게 되는 것은 다반사고, 부모님을 잃어 혈혈단신으로 살아가기도 한답니다. 게다가 한창 공부할 나이게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논밭이나 전쟁터에서 전전긍긍해야만 합니다.

이외에도 작가는 어린이들이 처한 상황에 가슴 아파하며 눈물마저 삼켜야 하는 아픔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차마 이 아름다운 아이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평범하지 않았던 생활들을 떠올리며 어린들을 향한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씨를 드러내 보입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 겸 영화배운 안성기씨는 추천의 말에서 "어린이를 돕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다 현지로 찾아 갈 수는 없겠지요.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토토의 따뜻한 눈과 마음을 느껴보세요. 사랑의 힘으로 다시 희망을 얻고 일어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여러분 마음 깊숙한 곳을 울려줄 것입니다"라고 말을 전합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은 바로 어린이'라는 책 속의 말처럼 여전히 힘겹게 살고 있는 세계 각지의 어린이들에게도 그들의 바람대로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랄 뿐입니다.

토토의 눈물

구로야나기 데쓰코 지음, 서혜영 옮김, 작가정신(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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