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란도트라는 이름의 공연을 두 편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하나는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투란도트>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5세대 감독 장이모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연출할 오페라 <투란도트>이다.
그 중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투란도트>는 한국의 거타지 설화와, 도솔가를 차용하여 오페라가 아닌 연극으로 내용을 확장하여 만들었다. <투란도트>를 만든 연출가 주요철은 이 작품을 꾸준히 다듬고 음악을 입혀 뮤지컬로 만들고 세계무대로 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2003년 1월 1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연출가 주요철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투란도트에 관해 설명해 달라.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오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연극도 있다. 브레히트의 투란도트, 러시아의 고찌가 쓴 투란도트도 있다. 투란도트는 천일야화처럼 사랑의 시험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한 왕자가 투란도트란 공주를 사로잡고 사랑을 이룬다는 전형적 이야기이다. 이것을 한국의 거타지 설화와 도솔가에 나오는 '태양이 두개'를 통해 끌고 가고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를 보지 못했으나 대략적인 것으로, 스케일이 크고 노랫말이 아름답고 이런데, 연극 투란도트는 인간적인 드라마의 갈등구조로 확대시켰다. 복수를 하고 결국 화해를 통해 사랑으로, 진정한 하나의 인생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 공연작으로 투란도트를 선택한 이유?
"사실 투란도트가 세계적으로 제목 자체로 많이 알려져 있다. 세계성을 갖은 무대를 꾸미고 싶었다. 투란도트를 오페라로 제작하는 것은 세계성이 없다고 생각이 들어 우리식의 방법론, 동양식의 방법론을 사용해서 세계시장에 내놓고 첫 출발점으로 대작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이 끝나면 좀더 축소시켜 작은 인원으로 열서너 명 정도로 압축해서 만들 것이다. 세계무대로 나가고 싶은 욕심, 극단의 욕구로 만든 것이다."
- 원작 오페라의 유명세 때문에 연극을 만드는데 부담감은 없었는가?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오페라는 오페라고, 연극은 연극이다. 이런 연극 정신으로 일관하니까 그런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올해 장이모 연출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출연인원이 600명, 스텝이 400명인 대작으로 찾아온다는데, 결국은 인간적인 감정의 호소는 극장이 좋은 것 같다. 극장에서 서로 직접 가깝게 보는 교류성은 연극이 강할 것 같다."
- 한국적 소재를 사용하여 연극을 확장시켰는데?
"결국은 세계무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동양적, 한국적 방법론을 더 사용해야하는데 이번 경우는 좀 덜 나온 경우다. 왜냐하면 대극장 무대 메커니즘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 연극과 견주려면 우리 연극의 방법론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우리식의 연기와 표현법과, 음악과, 정서가 묻어 나와야 그것이야말로 한국적인 작품인 동시에 세계적 작품인 것이다. 이런 것만이 앞으로 연극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 극중 지식인, 대신, 신의 캐릭터가 희화화 되었는데?
"이것은 서사극 구조, 동양적 방법론을 사용한 것이다. 동양적 방법론으로 양식화, 희화화와 같은 방법이 사용되었다. 이 작품은 리얼리즘 연기를 벗어난 것이다. 학자들의 위선, 비양심 이런 쪽을 희화화 한 것이고 대신(大臣)들의 희화화를 같이 겸해서 시켰다. 사대신(四大神)은 어렵고 딱딱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같이 갈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인물로 그리다 보니, 또 다른 표현법을 사용한 것이다. 결국 양식화 희화화를 학자, 대신, 신의 세 파트에서 사용한 것이다."
- 무대에 대한 설명
"무대 변화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대도구나 소도구의 운반이 전혀 없다. 무대가 알아서 운반하도록 연출 콘티를 짰다. 배우는 그 자리에 서서 있으면 된다. 이런 양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다. 큰 장이 13장이고 사실 25장 정도 된다. 이렇게 많은 장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좀더 빠른 전환의 포인트, 이것은 무대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대 메커니즘을 이용한 방법론을 썼고, 이것이 하나의 그림적 효과를 창출했다. 그것이 다른 연극보다 탁월한 것 같다.
- 무대 전환시 조명을 디졸브 시키는데
"전환의 이유도 있고, 미학적 요소, 그 외 요소도 겸비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요소는 연극을 지루하게 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를 주기 위해선 빠른 속도감이 있어야 한다. 관객이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조명의 체인지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관객의 흥미도를 떨어트리지 않는 장점도 있다. 라이팅의 미학에 있어서 이런 전환 포인트를 주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라이팅을 보는 즐거움을 같이 겸해서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해서 조명을 고려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공 연 명 : 투란도트
공연기간 : 2002. 12. 30 ~ 2003. 1. 9
공연장소 :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
문의전화 : 02-764-8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