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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해, 각종 연극상을 휩쓴 화제작은 단연 <거기>(극단 차이무 / 이상우 연출)였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작가 코너 맥퍼슨이 쓴 The Weir를 번안하여 아일랜드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강원도의 한적한 시골마을 부채끝으로 바꿔놓았다.
원작이 외국작품인지 모를 정도로 완벽한 번안과 차이무 소속 배우들의 충실한 연기, 미소를 짓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는 이 작품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밀려드는 관객들로 10월부터 시작된 공연은 현재까지 계속 연장 공연되고 있다.
2003년 1월 7일부터 시작되는 <거기> 공연은 <생연극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생연극시리즈>는 생맥주같이 부담 없고 친근한 느낌의 소극장 공연을 말하며 이전에 공연되었던 좋은 작품을 발굴하여 소극장 공연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1월 7일 동숭아트센터를 찾아 극단 차이무의 대표이자 <거기>를 연출한 이상우에게 <생연극시리즈>와 2002년 화제작 <거기>에 대해 이야기 들었다.
| "생맥주 같은 연극, 생연극 시리즈"
소극장의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연극 기획이다 / 한상언 PD |
| 연극'거기'를 말한다
아일랜드 잉글리쉬가 강원도 사투리로 환생하다 / 한상언 PD |
| 극단 '차이무', 명계남도 돌아오고...
'늙은 도둑이야기' 등 차이무의 공연계획 / 한상언 PD |
- 2003년 시작하는 <생연극시리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생연극시리즈>는 차이무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극단 동숭아트센터, 공연기획 이다 이렇게 세 팀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생연극시리즈>는 소극장 연극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작품들, 좋은 작품들을 모아서 소극장 공연을 살려 보자는 뜻으로 기획했다. 생맥주와 병맥주의 맛이 다른 것처럼, 관객과 무대가 거의 숨소리도 다 들어가면서 호흡도 같이 느끼면서 서로 만지면서 하는 것 같은 그런 연극이란 뜻으로 '생연극'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차이무가 그 동안 했던 공연 중 관객들에게 호응을 많이 받았던 작품들을 주로 골랐고 동숭아트센터에서 제작했던 <이발사와 박봉구>를 포함 올해 다섯편에서 잘하면 마지막 연말쯤 여섯편까지 될 수 있도록 진행하려고 한다.
사실 오랫동안 연극계가 불황이다. 지원제도도 많이 생기고 그랬는데 아직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지원제도도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 연극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려주는 일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이런 방법으로 그것을 한번 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 <생연극시리즈>는 차이무의 레파토리 개발과 관련있나?
"레파토리 개발도 포함된다. 일단 <생연극시리즈>에 올라가는 것은 기존에 공연했던 것을 주로 올리기 때문에 레파토리 개발도 포함된다. 신작은 따로 준비한다."
- 공연은 이곳 동숭아트센터에서 하고 연습은 어디에서 하는가?
"공연장 옆에 연습실이 있다."
- 2002년 화제작 <거기>는 어떤 연극인가.
"원작은 아일랜드의 코너 맥퍼슨이라는 32살의 젊은 작가의 'The Weir'라는 작품이다. 아일랜드의 서해안의 작은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그 동네 사람들이 모여 옛날이야기 하는 연극이다.
어떻게 보면 전통적 연극이라고 하기에는 뚜렷한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클라이막스가 있는 것도 아닌 그런 연극이다. 그런데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처음 희곡을 읽었을 때 연극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새로운 희곡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우리 관객들에게 제대로 맛을 전달해 줄까 생각해서 결론을 내린 것이 이것을 번안하는 것이었다.
영국에서 공연을 해서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베케트 이후에 이만한 작가가 없다는 천재 소리를 들었다. 런던에서 공연했을 때 사람들에게 화재가 된 이유 중 하나가 ‘아일랜드 잉글리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일랜드 시골에서 쓰는 영어, 그것이 주는 소박하고 따뜻한, 고향 생각나게 하는 느낌을 강원도로 가지고 갔다. 강원도 바닷가 시골마을로 가지고 가서, 강원도 사투리를 사용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향수 같은 것 고향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연극을 만들었다.
연습을 굉장히 오래 했다. 강원도 사투리가 배우기가 어려웠다. 배우들이 한 5개월 정도 사투리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해서 공연을 올렸는데 다행히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소리를 들었다."
- 보통 많이 사용하는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나 오태석 선생의 공연처럼 제주도 사투리가 아닌 왜 강원도 사투리인가?
"경상도에도 바다가 있고 전라도에도, 충청도에도 바다가 다 있다. 그 동안 경상도 사투리하면, 전라도 사투리 하면 갖는 편견이 있었다. 충청도 하면 무언가 연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강원도 사투리 하면 아무것도 연상하지 않는다. 시골이구나 생각을 하지 다른 것을 연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강원도로 갔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시도니까 남들이 한 것 하기는 싫다."
- 차이무의 전작들이 사회 풍자적이거나 폭소가 터지는 연극인데 <거기>는 성격이 다르다?
"내가 쓰고 연출한 작품들이 대체로 코미디이다. 일종의 사회풍자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그런 정치성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웃음을 끌어내고 폭소를 끌어내는 연극을 많이 했다.
이 작품의 원작은 희극이 아니다. 같이 앉아서 얘기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이 번안하면서 마지막 부분도 바꾸고 했는데, 처음 대본을 읽는데 분노 같은 것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아일랜드인이 느끼는 개발, 환경파괴, 직접적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외국자본이 나라를 망치게 한다는 등의 그런 것이 깔려 있었다.
나는 일단 그것을 빼고 따뜻한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따뜻한 쪽으로 완전히 바꾸었다. 그리고 우리 배우들이 저랑 작업들을 굉장히 오래한 친구들이니까 처음부터 생각에 아마 상당히 유머러스한 연극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관객을 웃게 만드는데 우리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이 바뀌었다. 희극은 아니다. 그런데 웃음은 많이 나온다. 기술적으로 우리가 그런데 익숙해서 그렇다."
- 원작의 제목이 The Weir(방죽)인데 '거기'라는 특이한 제목을 붙였다. 그 이유는?
"고민을 많이 했다. 방죽이라고 하면 한참을 생각해야 될 것 같아 안했다. 나는 여기서 태어났지만 고향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고향 동네 생각을 하면 방죽 생각을 한다. 저수지에서 썰매를 타고 여름에는 고기를 잡고 물놀이를 하고 미역도 감았던 곳이다. 그런데 요즘 지하수가 고갈되어감에 따라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고 개천들이 말랐다. 그런 경우 대부분 개발이 된다. 최근에 보면 거기에 상가를 짓는다. 시골마을들이 도시근처는 굉장히 빨리 변해가는 것 같다. 그 생각을 했다. 그래 거기. 그때 거기에 방죽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잖아. 할 때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기라고 제목을 지었다. 향수 같은 것이 느껴질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괜찮았던 것 같다."
- 이 연극은 무대 전환이 전혀 없다. 원작의 의도를 살린 것인가?
"원래 원작도 무대전환이 없다. 그리고 소극장 공연에서 무대가 바뀌면 굉장히 힘들다. 대극장에서는 무대전환이 있을 수 있는데 소극장은 포켓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무대전환이라는 것이 힘들다. 어차피 대부분의 소극장 연극은 무대전환이 거의 없을 것이다. 장면이 바뀌면 일종의 기호정도로 바뀐다는 어떤 약속을 하고 간다.
이 연극은 특히 별로 움직임이 없다. 소위 말하는 동작선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그냥 앉아서 계속 얘기한다.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 세상에 연극이 어떻게 동작선도 없이 앉아서 하는냐? 그것이 가능하냐? 그리고 어떤 연출가가 그러더라. 그렇게 해도 연극이 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 캐릭터의 내부에 상실감이 느껴지는데?
"원작도 그렇다. 지금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아일랜드에도 있다. 아일랜드와 우리나라는 상황이 비슷한 데가 많다. 정서적으로도 그렇고. 간단한 얘로 소위 서구사회에서 아일랜드인이라고 하면 술주정뱅이라고 한다. 술도 엄청 많이 먹는 나라이다. 동양에서도 한국처럼 술을 많이 먹는 나라가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영국 식민지를 오랫동안 겪으면서 쌓여온 것들. 바로 옆에 강대국을 두고 있는 상황. 우리도 그렇고 아일랜드도 그렇고 굉장히 정서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원작에도 시골총각들이 늦게까지 장가를 못 간다는 설정이 되어있다. 우리나라도 시골총각들이 장가를 못간다. 여자들이 없어서. 굉장히 비슷하다."
- 전 배우들을 더블 캐스팅을 했는데 그 이유와 효과?
"이유는 재미있게 해 보려고 그랬다. 어떤 중요한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원래 생각은 이제 우리 팀 배우들이 꽤 많아져서 전원이 다 배역을 겪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되서 전부다 더블로 몽땅 다 들어 온 것이다.
그렇게 하니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있었다. 무엇인가하면 배우들이 달라지면 공연이 달라지는 것이니까 매번 공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명을 조합해 놓은 것이 32가지나 되니 매번 공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은 효과 또 하나는 그러다 보니 배우들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상대 배우가 누가 올지 모르니 매공연마다 긴장을 놓지 못한다. 익숙해지면 좀 게을러진다. 익숙해지지 못하니까. 늘 긴장하게 되고 훨씬 공연이 재미있어진다. 관객들도 한번 보고난 사람들이 몇 번 더 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여러번 본 사람들도 많다."
- 이 공연의 성공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재밌게 해야 관객도 재미있어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게 연습했고 작품도 워낙 좋았다. 원작이 워낙 좋았고 번안하는 과정도 그랬다. 연습을 오래했다. 11월 초에 번역본 받아서 10월 3일에 올렸으니 공연 올리는데 딱 1년 걸렸다. 그 사이에 준비도 굉장히 많이 했다. 번안도 몇 달 걸려서 여러번 해서 거의 번역극 냄새가 하나 안 나도록 거의 우리나라 연극처럼 번안을 했다.
또 하나, 연극들이 배우가 살아나는 연극들이 최근에 좀 생기긴 했으나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연극은 배우들이 살아나는 연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가 해볼 만하고 배우가 욕심낼 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따뜻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극이라고 하면 극적이라고 하는 강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자극적이고 스펙타클에다 폭력적인 얘기가 없는 보고 있으면 따뜻해지는 연극이다. 굉장히 따뜻하다 아마 그것이 성공요인이라면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 장면에 창에 별빛이 보이고 별똥별이 지나가는데 어떤 의미인가?
"그런 것이 어떤 의미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 수 없다. 관객이 무엇이라 느꼈을 것이다.
난 별보는 것을 좋아한다. 일부러 별 보러 설악산 쪽으로 많이 간다. 밤에 별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에서 사람이 바닷가에 서면 인류의 근원에 다가간 듯 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밤에 별을 보고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 하늘 가만히 보고 있을때 인간이 가장 착해지는 순간이 아닌가 생각 한다. 원작에는 그런 장면이 없지만 일부러 별을 해보았다. 이번 별에 신경 많이 썼다. 별이 이쁘게 나왔다."
- 감정의 정화라고 이해하면 되는가?
"그런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못 봤다. 다들 느낌이 있을 것이다. 별을 보면서 옛날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 같다."
- 차이무의 다음 공연에 대해.
"이번 <거기> 공연은 2월 23일까지 한다. 3월 1부터 명계남이 돌아와 생연극 시리즈로 박광정 명계남이 출연하는 <늙은 도둑 이야기>가 올라간다. 연습 곧 들어가야 한다. 그 다음 작품이 오태영씨가 쓴 <조통면옥(통일 익스프레스)>라는 작품으로 5월 6월, <이발사 박봉구>가 7월, 8월에 올라가고 그 다음에 <돼지사냥>이 또 두 달 올라간다. 그런식으로 계속 진행된다. 연출은 <늙은 도둑이야기>는 내가 할 것 같은데 나머지는 다른 친구들이 연출할 것이다.
그 다음 음악극을 준비하는 것이 있다. 황지우가 대본을 쓰고 어어부밴드의 장영규가 작곡하고 제가 연출한다. 대본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작곡 들어가면 5월부터 연습하고 연말쯤 공연을 하려고 한다. 음악극을 늘 뮤지컬, 뮤지컬 그래서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을 가지고 그러는 것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 그럼 브레히트식의 음악극을 말하는가?
"브레히트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식으로 음악극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전문적인 밴드가 등장하지 않고, 기술이 필요한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문적인 댄서가 나오지도 않고, 춤을 못 추는 사람이 추는 춤, 그런 식이다. 지금 장영규씨와도 그런식으로 합의가 되어있다. 그런 음악극을 하나 준비중이다. 올해 계획은 그렇다.
내년에는 <생연극시리즈>를 계속 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될 것 같다. 내년에는 차이무 작품이 중심이 되지 않고, 지난 10여년동안에 소극장 연극 중 좋았던 작품들을 다섯, 여섯 작품 모아보려고 한다. 내가 예술감독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올해하고 내년하고 계속하게 되면 계획이 그렇다.
지금 생각으로는 <생연극시리즈>를 극단 연대를 중심으로 끌고 가려한다. 극단이 합치지는 못한다. 대신 작업을 같이하는 것이다. 배우나 스태프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생연극시리즈>가 차이무가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올해는 박광정씨가 운영하는 극단 파크가 같이 작업을 하지만 이름을 같이 걸지는 못했다. 내년에는 파크이름도 들어올 것이고 다른 극단도 한두개 정도 들어올 것이다. 연우무대가 될지, 뭐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올해 이렇게 하는 동안에는 아마 관심을 갖고 모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1년씩이나 두고 페스티발을 하는 것이 세상에 없던 일이다. 시행착오가 어차피 있을 것이다. 그래서 법으로 무엇을 정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다가 틀리면 수정하고 가자라고 융통성 있게 열어두었다. 이러는 동안에 극단들이 몇 개 들어올 것이다.
지금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작품 몇 개가 있다. 소극장 작품 중 지닌 10년동안 정말 괜찮았던 작품들. 대부분의 경우에 극장이 없어서 좋은 작품도 잠깐하고 사라져 버린다. 너무 안타깝다. 그것을 다 살려 내야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관객도 점차 늘어날 것이고 연극판 전체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다."
<생연극시리즈> 계속 성공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공 연 명 : 거기
공연기간 : 1월 7일 ~ 2월 23일
공연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문의전화 :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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