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선의 8일자 사설 ‘시민운동 본연의 자세 지켜야’는 곡해와 사실왜곡으로 일관하면서 시민단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새정부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한다.

무엇보다 시민단체의 정치 참여를 부당한 논리로 죄악시하며 억죔으로써 국민주권을 부정하고 있어 심각하다.

또 시민단체의 이념적 편차가 다변화되는 상황과 시민단체 조직상의 특성을 애써 외면한 채 자의적 해석에 근거, 시민단체를 불순한 ‘권력게임’에 끼어든 타락한 정치모리배인 양 묘사해 뒤튼다.

조선일보가 ‘시민단체=홍위병’ 논란을 주도한 일간지로서의 면모를 여전히 과시하면서 다시 한번 새 정부의 개혁을 ‘좌향좌’라며 문제삼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조선일보의 불편한 심경이 미시적인 트집잡기로 표출된 전형적 글쓰기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인수위에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참여해 이미 재벌개혁 등 정책 입안에 그들의 주장이 수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검찰 인사와 제도 개선 등 검찰개혁의 향방이 시민단체와 시각을 같이하는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에 대한 사설 필자의 뿌리깊은 불신이 녹아있는 대목. 시민단체 출신 시민이든 일반 시민이든 정부가 정책을 짜거나 의제를 설정하는 데 ‘대거 참여’해 ‘주장이 수용되’게끔 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사회에서 진작해야 하는 일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시민단체와 시각을 같이하는 특정인’이란 표현은 읽는 이를 아연케 한다. 마치 ‘북한과 같은 시각’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를 적용하듯 조선일보는 ‘시민단체와 시각을 같이하’는 이유로 심판을 내린다. 사설의 필자는 시민단체를 불순하고 과격한 소수의 이상주의자로 보고 있음이 이로써 명확해 진다.

시민단체의 시각이 정책에 많이 반영된다고 할 때는 시민단체 시각의 어떤 측면이 문제가 되는지 지적해야하며 확인되지 않은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 설을 제시하는 것은 부당하다.

무엇보다 사설 필자는 시민단체에 대해 매우 무지하거나 의도적인 사실왜곡을 저지르고 있다.
시민단체에는 ‘바른사회 시민회의’처럼 보수적 성향의 단체부터 ‘경실련’이나 ‘참여연대’같은 제도개혁을 강조하는 온건개혁 단체, 또 소위 민중진영으로 분류되는 급진개혁적 단체까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또 의제나 주제별로 환경단체, 장애인단체, 교육단체, 인권단체 등 수십여 가지로 나뉘어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가 매우 포괄적임에도 뭉뚱그려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라고 표현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번 대선 승리 원천 가운데 하나가 시민운동에 있었다고 보는 노 당선자로서는 시민단체를 적극 활용하고 개혁에 동참시키려 할 것이다. 그것이 참여민주주의 확대와 열린 정치에 기여할지, 아니면 일종의 포퓰리즘으로 번져 나갈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국정 참여가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반드시 짚어야 하며, 시민단체들도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필자의 사실 왜곡은 이 대목에서 정점을 이룬다. ‘대선 승리 원천 가운데 하나가 시민운동’이란 말에서 사실 관계를 교묘히 왜곡하는 필자의 꼼수를 보게 된다. ‘시민단체’와 ‘시민운동’, ‘시민’이란 개념에 대해 필자는 편의대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

필자는 여기서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시민운동’을 일컬은 것인가? 아니면 대선당시 일반시민들의 조직화 되지 않은 거대한 개혁열망의 분출을 ‘시민운동’이라 부른 것인가? 후자라면 필자가 제대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관례대로 라면 필자는 전자를 지칭한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들은 노무현 당선을 위해서 과연 열심히 뛰었나?

그렇지 않다. 대선 기간 중 ‘시민단체’들의 행보를 보면 기계적 중립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유권자운동’ 수준에 그쳤다. 잘 나가는 시민단체들이 선거기간중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에 얼마나 부담스러워 하는지는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잘 안다. 오히려 노무현 지지자들은 시민단체들이 기계적 중립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사설을 보면 ‘마치 겉으론 중립을 가장했지만 단체 차원에선 노무현 당선을 위해 발벗고 나선 듯이’ 묘사된다.

또 ‘시민단체의 국정 참여가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반드시 짚어야 하며, 시민단체들도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를 보자.

필자는 국정에 시민이든 시민단체든 정말 참여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국정은 특정인을 위해 준비된 것인가 보다. 가족의 문제는 가장이 결정하는 것이니 나머지 가족구성원들은 옆에서 가장이 하는 노릇에 ‘잘했다’, ‘못했다’ 평가나 하면 된다는 뜻이리라.

무엇보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개별적으로 참여한 이들을 두고 ‘시민단체의 참여’로 얘기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호도이다. 필자가 시민단체들을 순식간에 노무현 정부의 당국자로 만들었음에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시민단체들은 분개해야 마땅할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적지 않은 성과와 결실을 이뤄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조직이 취약하고 역할이 분명하지 못한 점 등 많은 문제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섣불리 정치세력화하다 보면 시민단체의 본령인 감시와 비판, 견제와 대안 제시 등 본연의 존재 이유는 퇴색 될 수밖에 없다.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려면 내실을 다져 시민단체 본래의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정치예비 사단’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 진로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참으로 뜬금없다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이 노무현 정권에 직접 참여해 국정을 좌지우지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더니 마지막까지 점입가경이다.

시민단체가 정치세력화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정치모리배를 몰아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정치세력화를 지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적 소신이나 발언에 너무 둔감한 채 고고하게 굴어 많은 사람들이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라며 시민단체를 비판하는 마당에 오히려 시민단체가 노무현을 등에 업고 ‘정치세력화’를 한다며 필자는 장난을 친다.

조선일보의 모 논설위원임이 분명할 필자는 조선일보야말로 그가 지적한대로 ‘섣불리 정치세력화하다 보면 (언론)의 본령인 감시와 비판, 견제와 대안 제시 등 본연의 존재 이유는 퇴색 될 수밖에 없’음을 사주에게 따져 묻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조선일보 사설] 시민운동 본연의 자세 지켜야 

시민 사회단체의 영향력이 검찰개혁 등 국정 전반으로 번지는 추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각종 개혁과 정부 위원회 구성에 시민단체 인사들을 참여시키고 개선안을 정책에 반영하려하는 최근 조처들은 그 나름의 긍정적 측면이 있겠지만 시민단체의 정체성(正體性)을 모호하게 만들 우려도 없지 않다. 
인수위에 시민단체 출신들이 대거 참여해 이미 재벌개혁 등 정책 입안에 그들의 주장이 수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검찰 인사와 제도 개선 등 검찰개혁의 향방이 시민단체와 시각을 같이하는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엊그제 시민 사회단체 신년 하례회에 참석해“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심”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는 말도 했다. 이는 노무현 정권이 시민단체를‘개혁의 동반자’로 삼아 공동 보조를 취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대선 승리 원천 가운데 하나가 시민운동에 있었다고 보는 노 당선자로서는 시민단체를 적극 활용하고 개혁에 동참시키려 할 것이다. 그것이 참여민주주의 확대와 열린 정치에 기여할지, 아니면 일종의 포퓰리즘으로 번져 나갈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국정 참여가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반드시 짚어야 하며, 시민단체들도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적지 않은 성과와 결실을 이뤄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조직이 취약하고 역할이 분명하지 못한 점 등 많은 문제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섣불리 정치세력화하다 보면 시민단체의 본령인 감시와 비판, 견제와 대안 제시 등 본연의 존재 이유는 퇴색 될 수밖에 없다.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려면 내실을 다져 시민단체 본래의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정치예비 사단’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 진로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