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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학내 분규로 심하게 몸살을 앓았던 인권학원의 한 학교 교문
지난해 학내 분규로 심하게 몸살을 앓았던 인권학원의 한 학교 교문 ⓒ 전교조
다섯명의 후보 중에서 권영길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전체 항목에 걸쳐 가장 전향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다음으로 정몽준 후보는 질의에 대해 부분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일부 항목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였고, 이회창 후보의 경우 답변거부를 밝히면서 포괄적 입장으로 부패 반대의 원칙론적 입장 천명과 더불어 그 동안 사학재단들이 집단적으로 요구해온 것과 흡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국본은 밝혔다.

4년째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해 애쓰고 있는 국본에 의하면 사립학교법 개정 투쟁의 목표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학교 운영구조의 민주화이고 또 하나는 부패방지 방안의 제도화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후보시절 사립학교에 대한 진단과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입장이 매우 궁금해진다. 우선 이번에는 국본에서 발표한 후보별 답변서를 중심으로 '학교 운영구조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노 당선자는 사학의 세습과 족벌운영에 대해 "사학설립자의 공로는 인정되어야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공로나 업적이 곧 사학을 사유화하거나 족벌세습체제를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학에서 학교를 개인소유화하고 족벌체제로 운영하거나 친족에게 세습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 "사립학교 운영자들은 '사학을 위하여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유물 같이 다루어져서는 아니 된다'는 스스로의 '사학 윤리 강령'에 따라 사심을 버리고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사립학교의 족벌체제를 풍자한 만화
사립학교의 족벌체제를 풍자한 만화 ⓒ 전교조
둘째, 학교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 투명성,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익이사가 법인이사의 2분의 1을 차지하는 방안에 대해 "학교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 투명성,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이는 곧 사학의 건전성과 발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선결요건이다"고 말하고 "사립학교의 경우 법인운영과 학교운영을 구분해서 지금처럼 이사장(설립자측)이 법인과 학교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즉 법인운영은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체제로 운영하고, 학교는 학교 설립이념의 틀 내에서 학내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셋째,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 및 교원위원 선출방안에 대해서는 "학교 자치의 핵심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 강화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사립학교운영위원회도 국공립과 같이 심의기구화 되어야 한다. 교원위원의 선출과정은 민주성·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대표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따라서 사립학교 교원위원 선출도 국공립학교와 같은 방법으로 교원들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넷째, 초ㆍ중등학교에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대학에 교수협의회·직원회·학생회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학교자치를 위해서는 초ㆍ중등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대학의 경우 가칭 대학운영위원회라는 자치기구가 필요할 것이고 이들 기구는 임의기구가 아닌 명실상부한 법정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각 기구에 참여할 대표자들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부조직인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 등도 법정 조직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섯째, 현행 이사회가 의결하고 있는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을 학교장에게 되돌려 주고 학사업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관여를 배제하여 학교장과 이사회의 역할을 구분하고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교원의 임면을 학생들의 교육권 문제로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 교원 임면은 법인의 경영권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또한 교원 임면은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교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만약 불가능하다면 학교인사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자를 반드시 임용토록 하고 면직의 경우도 학교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했다.

여섯째, 이사회가 전원 임시이사들로 구성되었다가 정이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이사의 3분의1 이상은 초·중등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가, 대학의 경우 교수회가 추천하는 자를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안정되었는가, 새로운 이사장이 도덕성과 자질이 있는 가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우선 동 조항을 적용해서 운영해보고 그 장단점을 분석해본 후 계속 동 조항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했으면 한다"고 답변했다.

일곱째, 교원인사위원회와 교원징계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이사와 당해 학교의 교원 중에서 교사회 또는 교수회가 추천하는 자로 함으로써 교사회·교수회가 교원의 인사 및 징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행법에서도 구성은 되어 있다. 문제는 해당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위원으로 참여하는 교원도 친 법인 측 교원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따라서 현행 사립학교법 하에서는 교사회·교수회가 추천하는 교원이 해당 위원회에 참여토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 교원의 임면 권한이 학교장에게 있고,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운영위원회 등의 학내자치기구가 민주적으로 구성·운영된다면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답했다.

여덟째, 학교직원에 대한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부여함으로써 학교운영의 책임자인 학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사무직원의 명예퇴직·징계 등과 관련한 규정을 교원에게 적용되는 조항에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신분보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학교장과 법인의 역할을 구분하고 학교운영과 법인운영의 분리라는 측면에서 학교직원에 대한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교원 임면권과 학교직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최종 권한은 학교장에게 부여하되 동 문제도 학내자치기구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과 학교장의 수평적·민주적 리더십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무직원의 신분보장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사항이다"고 말했다.

작년 3월 서울시교육청 앞 횡단보도에 누워 부패재단 퇴진을 요구했던 신정여상 학생들
작년 3월 서울시교육청 앞 횡단보도에 누워 부패재단 퇴진을 요구했던 신정여상 학생들 ⓒ 전교조
지금까지 대통령 후보시절 노무현 당선자가 가지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견해를 '학교 운영 구조의 민주화'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거의 대부분의 질의에 대해 국본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제 그가 가지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통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부 입법 발의를 통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수년간 국회가 보여줬던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미지근한 태도를 보면서 이해관계 당사자로 구성된 국회에서는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 문제 만큼은 정부가 국회를 끌고 가야한다. 학교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 투명성, 전문성 확보 이전에 노무현 당선자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사학)재벌 개혁과 국가 경쟁력, 효율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초ㆍ중등의 50%, 전문대학의 96%, 4년제 대학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학교가 제자리를 잡지 못했을 때 그 어떠한 처방도 백약무효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로부터 많은 빚을 지고 이제 곧 출범하는 '국민이 대통령인 시대'의 노 당선자는 70% 이상의 국민들로부터 강력히 요구받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제일의 교육 개혁으로 삼아 추진할 때만이 빚을 갚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새 정권의 개혁 성공의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사립학교법 개정만이 오늘의 한국 교육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립학교 분규의 원인, 현행 사립학교법의 문제점, 개정 방향 등을 몇 차례에 걸쳐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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