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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정균환 총무 "철부지 같은 행위"

살생부에 '역적중의 역적'으로 분류된 의원들은 대체로 내심 불쾌감을 표하면서도 특별한 대응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균환 민주당 원내총무는 17일 오전 교통방송 '굿모닝 서울'에 출연해 "예를들면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가 천백만이 넘지만 그 사람들을 적으로 규정해서는 안된다"며 "당내에서 적극적으로 많이 한 사람도 있고 소극적으로 그보다는 적게 한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가려서 그런 것을 만들었다는 것은 어린애 같은 철부지같은 행위"라고 말했다.

박양수 의원도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당선자가 임명한 조직특보이고 조직특보를 밖으로 드러내놓지는 않았지만 선거전부터 활동을 해 왔다"면서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 활동을 하다보니 편견과 감정으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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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의원은 "살생부는 노사모 사이트에 올라온 것으로 누가 작성한 것인지 모르고 당선자와도 관계가 없기 때문에 조용히 해결하려 한다"며 명예훼손 등의 대응조치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국회 정보위 업무로 해외출장중인 박상천 의원쪽은 "의원님이 현지에서 한국언론을 보고계시므로 알고는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3등 공신으로 지목된 장영달 의원은 농담 투로 "나도 1등 공신에 해당할 만큼 했는데 잘못 알려진 것같다"며 웃어넘기기도 했다.

한편, 이날 살생부가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자 장전형 부대변인은 구두논평을 내어 "명예를 먹고사는 정치인으로서 치명적일 수 있다"며 작성자와 네티즌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이어 "정도와 농도의 차이는 있었겠으나 우리당 소속의원과 당원들은 모두 대선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대선에서 승리했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화합이며 국민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사정 잘 아는 인사가 '자유롭게' 작성한듯

이 '살생부'는 민주당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가 쓴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살생부' 작성자가 민주당에 근무중인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작성자가 누구인지 당 지도부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고위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의뢰한다든가 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살생부'는 정교한 보고서 형태의 형식을 갖춘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의 판단과 느낌을 적은 정도다. 또 대상인물에 따라 평가의 길이도 들쭉날쭉이다.

김근태 의원(서울도봉)은 "판단유보. 알수없음", 김경재 의원(전남순천)은 "특1등공신, 말이 필요없음", 김옥두 의원(전남영암)은 "긴말이 필요 없다.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어야 함"이라고 짧게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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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성호 의원(서울강서)에 대해서는 "역적은 아님. 그럼에도 나는 이번 선거기간 내내 김성호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음. 그 이유가 무엇인가? 젊은 소장파로서 임종석이나 송영길 정도의 활동을 했어야 옳았다. 그 내막은 좀더 알아봐야 할 것 같으나 김근태, 김영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국회활동은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 봐 줄만함"이라고 길게 평했다.

또 유용태 의원(서울동작)에 대해서는 "역적, 노무현 후보를 가지고 놀았다. 사무총장으로서 후보사무실 집기 들여놓는데도 20여일이나 걸리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특별당비 5000만원을 낸다고 용서받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적었고 한화갑 대표(전남목포)에 대해서는 "오락가락행보. 백지신당파문. 최후의 만찬파문. 정말이지 안개 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노무현 후보의 애를 태웠다. 막판에는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좀 도와주었지만 그의 행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명예롭게 2선으로 물러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 살생부는 특1등공신(19명), 1등공신(10명), 2등공신(16명), 3등공신(17명), 역적(21명), 역적 중의 역적(3명), 판단유보 및 기타(8명) 등으로 분류돼 있다. '역적 중의 역적'으로는 박상천, 박양수, 정균환 의원을 들었다.

한나라당, "'살생부'는 현대판 인민재판"

김영일 사무총장는 17일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살생부'는 현대판 인민재판"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영일 사무총장는 17일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살생부'는 현대판 인민재판"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한나라당은 17일 인터넷 상에서 나돌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살생부'에 대해 "섬뜩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살생부'가 여당 내부에서 공신이니 역적이니 하면서 보복정치를 노리는 정계개편의 서곡이라면 대단히 위험하고 섬뜩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한 뒤, "여당 내부가 그렇다면 야당에 대해서는 더 큰 보복의 칼날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총장은 특히 "이러한 여론재판은 현대판 인민재판 방식이고, 문화혁명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대선 승리에 기여한 지지세력들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개입이 (노무현 정권의) 가장 큰 장애물로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노 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도 야당이 아니라 측근 때문에 발목을 잡힌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을 겨냥했다.

이규택 원내총무도 "'살생부'는 조선조 단종때 수양대군을 도운 1등 공신 한명회가 만든 것으로 피와 보복의 살육을 뜻하는 것인데 21세기에 이런 살생부 명단을 보니 한심하고 자괴감이 든다"면서 "한명회 같은 사람이 누구인지, 일생동안 피를 묻히고 살 것인지, 섬뜩한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편 옆 자리에 앉아 있던 김영일 총장이 이 총무를 향해 "역적 중의 역적과 대화하는 심정이 어떻겠는가"라고 말해, '살생부'에서 '역적'으로 규정된 정균환 민주당 총무가 이 총무의 '카운트 파트너'인 점을 상기시켜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에서 '살생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면서도 은근히 민주당 내부의 교란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네티즌들 "뒤늦게 왠 난리부르스?"

한편 네티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정치권과 종이신문들의 과민반응이 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토마'라는 ID를 쓴 한 네티즌은 "대선 직후 어느 분이 재미삼아 인터넷에 올린 글이고, 다들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던 글인데 언론과 국회의원들이 뒤늦게 왜 이리 난리부르스인지 모르겠다"면서 "인터넷 언론을 무력화 시키고 종이언론이 다시 힘을 받기 위해 작전을 피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독자의견에 실린 '적토마'씨의 글 전문.

살생부가 인터넷에 올려진것은
적토마, 2003/01/17 오후 12:28:29


지금으로부터 거진 한달전이었습니다.
그게 왜 이제와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선직후 어느분이 재미삼아 인터넷에 올린글이고
다들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던 글인데
언론과 국회의원들이 뒤늦게 왜 이리
난리부르스인지 모르겠습니다.
흑심을 가진 세력들이 노하우에 올려진 옛글들을
몽조리 파내서 기사화될 건덕지가 있는것이나
노당선자에 해로울 내용들을 고의적으로 오프로 꺼내
분란을 부채질 하는것 같습니다.
문제를 확대하여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글표현을 막고 인터넷을 무지막지한 언어의 폭력장으로
호도하려는 기존언론들의 작전을 보면 뻔하지 않습니까.
인터냇 언론을 무력화 시키고 종이언론이
다시 힘을 받기위해 작전을 피우는것 같습니다.
현명한 네티즌들이라면 이런 저들의 꼼수에 넘어가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칼럼니스트는 "제도권 언론들은 지금에서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네티즌들에게 이런 척결대상 명단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서 "전형적인 인터넷의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일 뿐이며, 실제로 이제는 일종의 공론으로 의견집약이 돼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영석씨는 "이러한 네티즌들의 정리 작업이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년 총선에서 기회주의적인 낡은 패러다임의 정치인들을 심판하자는 데 있으며, 철새적 행태를 보여왔던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무시해 왔던 이유로 작용했던 망각증을 극복하자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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