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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눈이 내린 순천시 주암면 일대
눈이 내린 순천시 주암면 일대 ⓒ 김해화
눈내려 온 세상 하얗습니다. 일 끊긴 사이 몇 가지 일이 겹쳐 창원으로 서울로 다녀오고 나서 다시 일 시작하려니 이렇습니다.

사실 일이 계속되고 있었으면 창원이나 서울도 일 핑계대고 다녀오지 못했겠지요. 일 없는 동안 다녀오는 일도 여비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설 앞두고 이렇게 많은 눈이 내렸으니 설 안에 다시 일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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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사람들
공사장 사람들 ⓒ 김해화
눈이 많이 내려 출·퇴근길 걱정하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우리 생전에 날씨 궂으면 출근길 걱정하면서 집을 나서고 퇴근길 걱정하면서 일터를 나서는 세상 살아보기나 하겠습니까.

비가 사나흘만 이어져도 먹고살 걱정에 한숨이 앞서고, 흰눈이 발등만 덮어도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람들이 주5일제 근무와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부르짖고 있는 대한민국에 2백만명이 넘습니다.

한 사람의 건설노동자가 책임져야할 식구들이 두 사람이라고쳐도 육백만이지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 모든 것들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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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새벽 ⓒ 김해화
하루 열한 시간이 넘는 작업시간과 휴일도 공휴일도 인정하지 않는 전일근로를 명시한 근로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다고 전일근로가 이루어지기나 하겠습니까만 노가다살이 20년에 처음 받아본 황당한 문서 앞에 기가 막혀 말도 안나오드만요.

그런데, 지금은 차라리 그렇게 전일근로를 내세우고 쉬는 날 없이 몰아붙이는 현장이 그립습니다. 어차피 일당쟁인데, 노는 날 없이 일한다면 먹고살 걱정은 안 할테니까요.

아파트 짓는다고 현장에 사람 불러다 놓고, 한 달에 열흘씩도 안되는 일거리에 낭떠러지 끝까지 밀려온 삶이 벌써 일년 하고도 여섯 달이 넘었습니다.

눈길
눈길 ⓒ 김해화
사람도 독이 오르면 가시가 돋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이제는 사람도 세상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랑도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시대에 시가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식구들 얼굴 보기 미안해 갈 곳 없이 눈길을 나서면서 시인보다는 차라리 테러리스트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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