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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공연장면
<금의환향> 공연장면 ⓒ 한상언
2003년 1월 27일, 실험극장이 제작한 <금의환향>(강석호 작, 김순영 연출)이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30대 초반의 젊은 작가가 극본을, 40대 초반의 연출가가 연출을, 5~60대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세대간의 간격이 있음에도 공연이 끝나고 관객은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조화는 성공적이었다.

1월 27일, 첫 공연이 끝나고 <금의환향>을 연출한 김순영을 만나 <금의환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첫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소감이 어떤가?
"첫 공연이었으니 내일 다시 수정 작업을 해야 된다. 셋트, 조명, 전환 이런 것을 많이 손봐야 한다. 첫날 공연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 극단 미연 소속으로 실험극장 공연의 연출을 맡은 이유?
"연출이 직업이다. 어디서 연출을 해달라고 하면 가서 연출을 한다. 실험극장의 이한승 대표님이 저에게 이번 작품이 맞을 것 같다고 해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

- 30대 초반의 젊은 작가 강석호와 작업을 했는데
"나는 40대 초반이다. 작가는 30대 초반이다. 30대 초반의 작가가 이렇게 진한 인생 얘기를 썼다는 점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기분 좋은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 작가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 단점을 정확히 알고 이야기 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서로 보완해 가며 작품을 만들었다. 기분 좋게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작품을 별로 안 쓴다. 거의 50, 60세가 넘은 그런 분들이 써야 어울리는 소재이다. 그런데 30대 초반의 작가가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상당히 놀랐다. 깊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


연출가 김순영
연출가 김순영 ⓒ 한상언
- 첫 장면에서 박우창이 빗으로 머리카락을 빗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그 장면은 마지막 장면과 연결된다. 주인공 박우창이 미국에서 유명한 작가가 됐다는 친구 ‘제임스 리’ 그 사람을 기다리는 장면이다. 그러니까 마지막 끝 장면이 앞으로 온 것이다.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기다림이다. 자기가 그렇게 기다렸고 좋아했던 사람을 기다릴 때 그 긴장,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그 간절한 마음을 표현 한 것이다. 기다림의 표현이 박우창이라는 사람은 담배를 피다가, 꼼꼼하게 코도 풀다가, 머리를 단정히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빗은 머리 또 빗고, 얼굴이 어떻게 됐나 다시 다듬고 한다는 것이다. 기다림의 긴장감,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 두 노인의 모습과 기자, 아나운서 등 주변 인물의 모습이 대조적인데
"박우창과 황달구는 이미 70이 넘은 상태이다. 70이 넘은 상태라는 것은 어른들이 말씀하시듯 곧 저 세상으로 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70 노인의 모습과 지금 막 이게 내 세상인줄 알고 뛰어다니는 사람들과 비교해 보고 싶었다.

어떤 이들은 극중의 아나운서, 기자 등을 세태에 물들 속물들로 표현 한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속물까지 갈 필요가 없다. 그 사람들은 살아야 하고, 황달구와 박우창은 죽어야 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죽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앞으로 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틀리다."

- 주인공 박우창과 황달구의 모습이 노인치곤 천진스럽다.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했는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서학 선배나 박웅 선생님이나 두 분 다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친할수록 짜증 많이 내고, 싸우기도 많이 하고, 욕도 많이 하고 그렇다. 친하다는 것은 서로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평범하게 이야기해서 재미가 없다. 딴 짓도 막 해야 한다. 일부러 속아주기도 하고 정말로 속기도 하고. 두 분들이 인물에 접근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원체 두 분이 그런 정서는 잘 표현한다."

ⓒ 한상언
- 음악이 극의 감정을 증폭시킨다.
"김성국씨가 음악을 작곡 했다. 국악 작곡가이다. 맨 처음 포인트를 잡았을 때, 노인네들 이야기니까 국악 냄새가 나는 음악을 사용하자고 생각하고 그 분에게 의뢰를 했다. 음악이 잘 나왔다. 좋은 음악을 받아서 그것을 두 연기자에게 붙여 놓으니까 잘 맞았다. 그것을 써먹은 것뿐이다."

- 회전무대(revolving stage)를 이용하여 무대 전환이 효과적으로 이루어 졌는데.
"무대에 나오는 것은 박우창 집과 박우창이 제일 좋아하는 나무 밑 그 두 장면이 연극의 대부분이다. 4분의3, 5분의4까지 차지한다. 그 두 장면을 여러 가지 기계 시스템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별로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두 덩어리를 놓고 계속 돌려가며 사용했다. 대신 그 두덩어리를 입체로 사용했다.

어느 면에서 봐도 사용할 수 있게끔. 그것이 보기에 좋았던 것 같다. 같은 장면은 지루하다. 똑같은 나무 밑 장면도 그렇고. 단순함의 미학도 있다. 단순하다는 것, 깨끗한 것이 보기 좋다. 사용한 것이 보시는 분들에게 지루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다행이다."

황씨 역의 서학(좌) 박우창 역의 박웅(우)
황씨 역의 서학(좌) 박우창 역의 박웅(우) ⓒ 한상언
- 관객들에게 한말씀
"금의환향은 사람마다 의미가 틀릴 것 같다. 조금 있으면 설날인데 집에 가는 것도 금의환향이 될 수 있고, 돈버는 것도 금의환향이 될 수 있고, 자기가 원했던 것을 성취하는 것도 금의환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곳으로 편안하게 기쁘게 가는 것도 금의환향이라고 보았다. 그런 주제를 가지고 갔다. 그러니까 나에게 알맞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여기 나오는 박우창이라는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없다 못해 불행의 극치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마지막에 우정 하나 건졌다. 그리고 저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금의환향, 그것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 바쁜데 시간 내주어 감사하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공 연 명 : 금의환향
공연기간 : 2003. 1. 28 ~ 2. 2
공연장소 : 문예회관 대극장
문의전화 : 02-766-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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