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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안산시 '시화호'의 운명은 너무나 기구하다.

최근에 공룡알 화석이 무수히 발견되어, 아주 먼 옛날에는 공룡들의 낙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선가 공룡들은 사라지고 공룡알들은 시화호 바닥에 묻혀 버렸다.

그곳은 다시 바닷물에 잠겨 수 천만년을 지내다가 시화호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후 담수호가 되면서 오랜기간 물 속에 잠겨있던 화석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시화호의 변화무쌍한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 매년 시화호를 찾아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인 '흰죽지오리'
ⓒ 최한수
바다를 막아 담수호가 되어버린 시화호는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고, 시화호에 살고 있던 조개, 게, 물고기 등은 갯벌에 파묻힌 체로 무참하게 생매장 당했다.

이들도 공룡화석과 마찬가지로 먼 훗날 화석이 되어서야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 후 정부의 담수화 포기 선언으로 다시 바닷물이 되어 버린 시화호,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나게 될는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시화호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87년부터 7년 동안 6천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물막이 공사와 경기만 매립공사로 만들어진 인공호수의 이름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겐 커다란 썩은 호수, 죽음의 호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제 담수화 포기로 시화호는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고 ‘죽음의 호수’라 불리던 시화호에는 매년 수십만 마리의 새가 날아올 정도로 생명의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 염생식물 군락
ⓒ 최한수
인간들이 만든 시화호의 청사진은 거창했다.

경기 시흥 정왕동과 안산 대부동을 잇는 12.6㎞의 시화방조제를 쌓아 바다를 뭍으로 만든 다음, 그 안에 깨끗한 담수호를 만들고 농경지와 공업단지도 조성한다는 환상적인 계획이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국토 면적이 169㎢나 늘어나고, 101㎞의 해안선이 줄어들 것이며, 공업단지에는 1,600여개의 공장을 유치해 수도권 인구분산과 고용증대 효과도 기대하며, 아름다운 서해안 경관을 이용한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바다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방조제가 다 만들어진 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갯벌이 마르면서 소금이 바람에 날려 주민들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겪었다.

▲ 공룡화석이 발견된 시화호의 퇴적층
ⓒ 최한수
▲ 공룡알 화석
ⓒ 최한수
포도나무, 영지버섯, 배나무 등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이던 작물들은 말라죽거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꼬챙이로 변해갔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바다 일을 못하게 돼 받은 보상금을 서툰 장사로 날려버렸다. 시화호는 주변 도시의 생활폐수와 오염물질이 마구 흘러들어오면서 설계와 시공상의 문제까지 겹쳐 썩은 물만 넘실대는 시커먼 괴물로 변해갔다.

시화호는 이제 애초 계획대로 밀고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엄청난 ‘환경 재앙’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 이상 호수가 썩어 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 없던 정부도 98년 7월부터 시화호에 조금씩 바닷물을 섞어 주더니 급기야는 6천억원을 들인 시화호의 담수화를 포기하게 되었다. 바다를 막아 맑은 호수, 살기 좋은 땅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공사비 6천억원만 날린 사기극이 되어버렸다.

누구 한사람 이익을 보지 못한 시화호 사업. 그러나 이 국토에서는 제2의 시화호를 만드려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바로 ‘새만금’ 사업이다.

현재 진행중인 새만금 사업은 시화호의 두 배 규모이며 이미 시화호보다 3배 이상 오염되어 있다. 어떤 이들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길래 불 보듯 뻔한 일을 밀어 부치고 있는 것일까?

10여년간 시화호 살리기에 몸 바쳐온 환경운동가 최종인씨는 "시화호는 새만금의 어머니다"라 말한다.

어머니인 시화호가 이렇듯 처참한 고통을 겪고 이제 겨우 살아나려 하는데 자식인 새만금을 다시 어머니의 고통 속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

덧붙이는 글 | eco.greenne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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