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람들은 대소의 행동을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았다. 대소는 주몽이 뒤돌아보지도 않고 제 갈 길로 가버리자 겁만 줄 의향으로 주몽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술에 취한 탓이었을까, 화살은 주몽의 등 뒤로 정확히 날아갔다.

"저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주몽은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하며 잽싸게 화살을 잡았다. 주몽의 옆에 있던 여인은 놀라서 대소에게 소리쳤다.

"무슨 짓이에요! 사람을 죽일 작정입니까?"

대소 역시 뜨끔하여 활을 놓고는 황망히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이만 헤어져야겠습니다."

주몽은 잡은 화살을 챙기며 여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여인은 약간의 섭섭함을 간직하며 발길을 돌렸다.

"참, 낭자의 이름은...?"

여인이 반갑게 몸을 약간 돌리며 조용히 이름을 말했다.

"전 예주라고 해요."
"예주......"

예주는 주몽을 뒤로 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주몽은 다시 쓸쓸히 축제를 뒤로 하고 집을 향해야만 했다. 그 광경을 오이와 마리는 한쪽 구석에서 줄곧 지켜보고 있다가 혀를 끌끌 찼다.

"역시 대소왕자는 성정이 급해! 게다가 다른 왕자들은 아예 그릇이 부족하니 참..."

오이의 말에 마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는 항상 대소왕자의 성격적인 측면을 들어 비판하곤 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이 대소왕자와 그 주위를 둘러싼 귀족들에게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분노도 담겨 있었다. 모든 군소 호민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금와왕도 최근에는 사사건건 태자책봉을 미루게 하는 오이 등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말이 공공연히 들려왔다.

"그런데 저 청년은 누구일까요. 대소왕자 앞에서도 저렇게 꼿꼿하다니..."

마리의 물음에 오이도 모르겠다는 고개를 저었다. 다만 그의 머릿속에는 대소왕자에게서 들은 '주몽'이라는 이름만은 각인되어 있었다.

주몽은 아무도 없는 집으로 집어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어머니인 유화부인은 영고를 맞아해 금와왕의 부름을 받고 왕궁으로 들어가 있을 터였다. 주몽에게도 왕궁에서 살 수 있다는 배려가 있었지만 오래 전에 어머니에게 부탁해 주몽은 궐밖에 기거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대소를 비롯한 일곱 왕자들이 주몽을 수시로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일곱 왕자들이 어머니를 여의고 후궁으로서 그 자리를 지키는 유화부인과 자식인 주몽에게 반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 금와왕은 주몽을 잉태한 채 동부여로 온 유화부인에게 한눈에 반해 궁궐 안에 살도록 배려하며 극진한 대접을 했다.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부모를 볼 낯이 없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향에서 떠난 유화부인이 금와왕의 배려에 감읍했음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금와왕으로서도 주몽의 존재는 왠지 껄끄러워 수시로 젖먹이 때부터 유화부인에게서 떼어놓기도 했고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적까지 있었다.

그때마다 유화부인이 간청하여 주몽은 어머니의 보호아래 장성할 수 있었다. 주몽이 활에 집착하고 외부사람들과 단절되다시피 행동한 것은 이런 과거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주몽이 이불을 덮고 고달팠던 과거를 뒤로하면서 오늘 만난 예주낭자를 머리 속에 그리고 눈을 감으려는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