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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사라진 이 책이 70 노년 선생님들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서점에서 사라진 이 책이 70 노년 선생님들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 황종원
작년 연말에는 신바람이 났다. 그 바람이 지금까지 내게 불고 있다.
로또 복권 1등 당첨이 어떤 행복감과 신바람을 당첨자 본인에게 줄지 모르지만 나는 그 보다 더 큰 행복감과 감사를 느끼며 요즘 산다.

그것은 돈이 아니요, 직장도 아니며 이 나이에 추억 삼을 실연의 아픔도 아니다. 한 분, 50년 만에 하늘서 뚝 떨어진 듯이 나타나신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 덕이다.

잡지에서, 내가 쓴 책에서 나는 원경자 선생님 이야기를 했고, 추억 속 선생님은 늘 그리움 으로 계셨다. 무심한 제자인 나는 글 두 쪽 글을 세상에 띄워 그 글을 본 선생님의 친지가 알려주어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었다. 내가 선생님을 가르침을 받았던 그 이후 선생님은 교직을 떠나셨고, 가정을 지키며 살아오셨다.

선생님은 당신을 기억해준 제자의 마음을 교직 생활의 보람으로 생각하시며 내게 감사하신다. 선생님을 미워했거나 사랑했거나 우리는 그렇게 젊은 날을 자라왔다. 미우면 미운대로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살아왔다. 동창회를 열어서 선생님을 만나는 수도 있고, 수소문해서 찾는 수도 있고 인기인들은 방송을 통해서 찾을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우연히 선생님을 만나 뵈었다. 선생님께서 고마워하시는 것은 내가 쓴 책에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 더 내게 고맙다 하신다. 선생님은 작은 정에도 흔들리시는 노년에 계시구나. 선생님을 마음에 그리워하면서도 나서서 찾지 않는 수많은 제자들의 마음은 볼 수 없기에 이렇게 나서 준 제자가 유독 고맙게 생각하시는 구나. 나는 송구스럽고 감사하다.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다.
" 내가 자네가 보내준 책들을 작은 선물과 포장을 해서 동문 모임에 갔었어. 대전 사범 동문 중 막둥이가 이제 칠순 잔치를 하게 되어 만나게 되었는데 22명 모두가 다 모였어. 모두에게는 책을 못 주고 부족한대로 주고서 내 이야기를 했지. 다들 나를 얼마나 부러워했다고. 선생님을 찾아준 제자가 부럽다며. 자기들은 그런 제자들이 없었다는 거야. 고마워. 자네 때문에 내가 이렇게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붕붕 떠서. 내게 사촌 언니가 계신데 자네 책을 한 권 드렸지. 그 책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보고서는 엉엉 울었다는 거야. 당신 어머니께서 치매로 2년 동안을 고생을 하시다가 돌아가셨기에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각별했던 거지. 너무 감명 깊었다고 자네에게 전화를 걸겠대. 전화가 와도 놀라지 말고…….

" 놀라긴요. 선생님. 제가 그 분에게 전화를 올릴게 번호만 알려 주세요."

내 책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는 베스트셀러가 아니었다.
천여 권이나 팔렸을까. 지금도 교보문고나 다른 문고의 제목에 그 이름을 찍어보면 책 이름이 뜨지만 지금 누가 그 책을 사보랴. 나는 인세조로 받은 책을 아는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인사치레로 잘 보았다 하는 이들도 있고, 울면서 보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진정 당신 자신이 쓴 책인 양 가슴에 품어 다른 분들에게 권하는 분은 이분 뿐이셨다. 선생님은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시절에 찍었던 사진을 내가 드렸더니 그 사진을 TV스탠드에 붙여 놓고 매일 보시며 제자를 위하여 기도하시고 제자의 아내를 위하여 기도를 하신다.

나는 간 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갑자기 그리워져서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를 할 수 없었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아버지의 자전거 짐받이에 앉아서 어두운 시골길을 가던 때, 어머니를 모시는 병원에서 약국으로 가는 길에 힘들어 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이제는 품에 안아드릴 수 없는 두 분 생각에 생각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살아계실 때 정을 다 드리지 못하니 그 후회가 지금 무슨 소용. 이제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서는 어머니가 되시어 내게 나타나셨다. 내가 그 분께 드린 것은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하는 말 정도였지만 , 선생님은 그 말 한마디로 세상을 산 보람이 있었다는 말씀이시었다.

우리 한 번 쯤 그리운 분을 찾아 뵈어야 한다. 더구나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을 주셨던 선생님을 찾아뵈어야 한다. 이렇게 나는 선생님의 사랑으로 호강을 하고 있다. 선생님께서는 당신이 가지신 것을 아깝다 않으시고 이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제자 자랑에 여념이 없으시다.
지난 설에는 선생님은 광천김을 먹으라며 보내시고, 아내에게는 화장품 한 개를 보내주셨다.

선생님은 이렇게 늘 모든 것을 주시고만 사신다. 나는 선생님에게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의 사랑까지 받고 있으니 이 아니 신바람 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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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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