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월 28일 강릉 주문진 청소년해양수련원(이하 수련원)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이하 지역본부) 대의원대회 및 수련회가 열렸다.

투쟁의 열기가 뜨거웠던 이날 수련원 4층 대강당에는 지역본부산하 170여명의 대의원들과 민주노총 김기수 강원본부장, 민주노동당 고수정(강원도의회) 의원, 같은 당 김창현 울산시 지부장과 차봉천 위원장(국회 사무처), 반명자 여성위원회 위원장(광주 동구청)등이 참석했다.

때마침 이날 저녁 MBC 6시뉴스는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취임소식과 함께 '공무원 노조 명칭 허용'을 밝혔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이에, 차봉천 위원장에게 정중히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아무 망설임 없이 자신의 숙소로 기자를 안내했다. 인터뷰 자리엔 반명자 여성위원회 위원장도 함께 했다.

▲ 2월 28일 강릉시 공무원노조 노래패 '평행선' 창립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박수를 치고 있는 차봉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왼쪽). 오른쪽은 반명자 전국공무원노조 여성위원회 위원장.
ⓒ 김경목
- "노동운동을 하려면 '반골(反骨)기질'이 있어야 한다"

50대 중반의 선량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그의 첫 인상을 보고 그가 90만 공무원 노동자들을 이끌어 가는 자리에 있다고 쉽게 상상하지 못 할 것이다.

난(蘭)을 키우며 붓글씨를 쓴다는 차 위원장은 정적인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반면 '반골(反骨)기질'이 있어 불의를 못 참는다고 한다. "이런 일을(노동운동) 하려면 기질이 있어야 한다. 기질이 없으면 노조활동을 할 수가 없다"는 그의 말에 지금껏 순탄한 삶을 살아오진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또 "제 스타일은 일을 하면 확실히 하고 아니면 시작도 안 하는 성격"이라고 밝히며 난(蘭)을 재배하게 됐을 때 일화를 말한다. "나는 난을 키우기 위해 관련서적을 사서 먼저 공부를 하고 그런 다음 정성껏 키운다."

그런 그에게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클래식을 즐겨 듣는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음악 공부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다이나믹한 것도 좋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입술보다 감미로운 모차르트의 곡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모차르트를 좋아한다는 차 위원장은 자신을 '반골(反骨)기질'이 강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는데, 그가 좋아한다는 모차르트 역시 '반골(反骨)기질'이 강했던 인물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운동을 하기 이전의 정적인 일상이 지금은 정반대가 됐다"고 말하는 그는 멋쩍은 웃음을 머금고 본인도 부르주아 같은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 같았다.

한국적 노동운동의, 노동자의 현실은 정녕 차 위원장의 유유자적한 정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일까(?). 어찌 보면 그런 우리들의 생각은 오래도록 판에 박혀 있는 녹슨 고정관념이 아닐까.

다음은 차봉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개회식이 끝난 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 오늘(28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공무원 노조명칭 사용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하 행자장관)은 전 남해군수를 역임했다. 그의 재임 시절을 보면 이전 이근식 행자장관이나 전 장관들보다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리라 본다.

퇴임한 전 행자장관들은 '변화'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 그들은 '보수'였다. 국장급 이상도 모두 마찬가지다. 도저히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다.

반면, 신임 김 장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대화)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조 허용' 한다는 그의 말은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일개 장관이 '허락한다, 안 한다'고 결정한다는 자체가 첫째로 기분 나쁘다.

두 번째로, 행자장관의 노조 허용 결정은 적절치 못하다. 행자장관이 90만 공무원 복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 문제는 복무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로서 권리인 동시에 우리들의 결사체인 것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오히려 노동부에서 언급함이 옳다고 본다. 이전 장관들보다는 대화가 되겠지만, '(노조) 허용한다, 안 한다'고 하는 것은 못마땅하다.

-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지법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이러한 법원의 태도에 만족하는가.
"진정 아직도 민주주의가 아니다. 인권의 국가를 만들려면 아직도 멀었다. 판사가 이렇게 말하더라, '피고 차봉천은 공무원 노조 정상화에 기여한바가 크므로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집행을 2년 유예한다.' 그렇지 않았으면(노조 정상화에 기여)…. '공무원 노조' 해달라는 것 죄 아니다. 납득할 수 없다. 우리가 국가를 전복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중형을 내리다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된다."

- 노무현 '참여정부'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지난 달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노총간에 간담회가 있었다. 당시 유덕상 직무대행(민주노총 위원장)이 공무원노조 입장을 전달했다.
공무원 노조법 만들 때, 당사자들을 배제하지 말고 정부 교섭단체 회의에서 합의해 국회 제출해야한다. 또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정부도 교섭단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묵살 또는 일방적으로 정부가 나간다면 '총파업' 할 것이다.
우린 지난 2월 23일 대의원대회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무원 노조법'을 만들려 한다면'총파업'도 불사할 것으로 결정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기 전, 인수위측과 두 번 만나 노조의 입장을 전달했다. 물론 인수위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린 결정권도 없고 힘도 없다. 그저 기다릴 뿐이다.

인수위 관계자들은 조심스런 반응이다. 교섭단이 꾸려져 정부와 대화를 하게 되면 징계관련 문제 등 부수적 사안들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교섭단에서) 행자부는 배제해야 한다."

- 지난해 11월 4일 '연가투쟁'을 치렀다. 그 후 지금까지 노조의 분위기와 상태는 어떤가.
"행자부가 착각했다. 4일 이전까지 잘못 봤다. 구속, 징계 엄포에 그만 둘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우리의 이런 태도에) 많이 놀랐을 것이다.

협박, 징계로 될 일이 아니다. 처음 간부수련회 할 때는 경찰이 원봉(원천봉쇄)등으로 (우리를) 막았지만, 지금은 정부나 경찰 등에서 물리적인 짓을 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정부는) '교섭단'을 꾸려 대화에 나서라, 직위 당사자와 만나 법안을 만들도록 요구한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조만간 행자부에서 연락이 올 것 같다. 노동부나 실권을 가진 사람과 대화에 나설 것이다.

주무부서가 아니라 청와대가 결정권을 지고 있는 것 아닌가. 일단은 역대 정권처럼 청와대가 더 힘이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이전에는 비서실장을 통해 일이 이뤄지던 것이 지금은 정책기획실장으로 바뀌어 여기서 모든 것이(국가 중요 정책)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중요 정책에 있어서) 장관의 결정보다는 청와대의 힘이 우선 작용할 것 같다."

▲ 강릉시 노조 노래패 '평행선' 창립공연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차봉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김경목
- 언론을 성토하는 기사를 봤다. 언론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한 견해를 가진 이유는.
"지금 언론은 수구 보수적이다. 소위 잘 나간다는 언론에서 상대 못할 보도를 하니까, 적대감 내지 부정적이다.

다만, (대체로) 독자들이 적은 (국민들에게 덜 알려진) 오마이뉴스, 노동일보, 한겨레 등 (일부 신문)은 괜찮아 보인다. 노동일보 이전엔 좋았는데, 지금은 별로다. 시민일보도 괜찮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조중동'등 보수언론들은 싫다. 기사는 소설이 아니잖습니까. 소설처럼 쓰면 안되죠. 인터뷰 열심히 응해주면 단지 한 두 줄 신문에 나온다. 그것도 데스크의 입맛에 맞춰 쓴다. 사실대로 보도도 안 한다.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언론 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왜 보수적인가 하면, 그런 사람들은 우파, 극우파다. 이회창 같은 사람이 극우파 같다. 본인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난 언론도 수구·보수가 있다고 본다.

감옥 있을 때, <문화일보>에 실린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력의 힘이 강한 곳 1위가 언론이었다. 2위는 정치인 3위는 고위공직자 4위가 법조인 순으로 나왔다.

권력 가진 사람들, (돈 많이)가진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현 상태 유지를 좋아한다.

'돈=권력'이다. 돈은 엄청난 힘을 가졌다. 권력은 개인이나 집단이 다수나 개인에 대해서 자기 생각대로 따르게 하는 힘이다. 자기들 의도대로 하게 한다. 나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힘을 가지게 되면 진보를 거부하게 된다. 현상 유지를 좋아한다.

공무원 노조가 활성화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 권력은 일부 계층에 집중돼 왔다. 이런 (권력의) 집중에 분산 역할을 우리가 할 것이다. 당장 공직사회 고위 공직자들의 힘을 분쇄하고 정치인, 공무원 순으로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왜 안 써주는가 하면, 보수언론은 바로 이런 것이(공직사회 개혁) 두려워서다. 쓰면 노조가 사회 여론화되고 또 그렇게되면 합법화로까지 가니까.

(보수언론의)합법화 거부, 그 이유를 국민들이 알면 (우리를) 인정할 것이다. 11월 4일 연가파업 이후, 작년 기점으로 '국민여론화' 했다."

- 오래 전 소위 '철의 노동자'들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지 않았나.
"그렇다. 철의 노동자들이 이전엔 가장 힘이 강했다. 이젠 공무원 노동자가 '노조 합법화' 되면 더욱 힘이 세어질 것이다. 그들은(철의 노동자) 그 만큼 힘든 일을 하고 고생을 하니까.

우린(공무원) 그 동안 한이 맺혔다. 당분간 큰 힘으로 투쟁할 것이다. 또 한가지 공무원 노조는 파괴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무원은) 정부하고 투쟁한다. 그러니까 힘이 클 수밖에 없다. 정책 입안자들과 투쟁하고 싸움하지 않나. (그러나) 일반 노동자는 회사 경영진과 투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향력 행사에 있어 (공무원 노조가) 엄청 크다. 우리는 전국에 걸쳐 있고 지방자치정책과 싸우니까 (더군다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 강릉시 공무원노조 노래패 '평행선' 창립공연을 보고 난 후 소감.
"전공련(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 시절 노래패는 꿈도 못꿨는데, 야! 이제 우리도 갖는구나 싶다. 처음엔 노동가요도 몰랐다. (더군다나) 지부 노래패는 (상상도 못했다) 속된 말로 우리도 많이 컸다."

- 강릉, 어떤 느낌을 받았나.
"12, 3년전엔 경포나 설악산엘 오곤 했었는데, 그 이후론 오지 못했다. 오랜만에 와서 좋다. 바닷가도 보이고 공기도 깨끗하고 그런 것 같다. 여기 올 때 비행기를 타고 와서 양양공항으로 들어왔다. 착륙하기 위해 바다 위를 선회할 때 지상을 내려봤다. 정말이지 공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역시 강원도는 공기 오염 없는 깨끗한 청정지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백기완 선생님이 나를 부러워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자신도 지하활동을 오래했지만 차 위원장처럼 큰 조직을 가져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주변에 잘 살든 못 살든지 간에 내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사는 사람, 아부도 하고 적정 수준에서 못된 짓도 하고, 사실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이다.

두 번째 종류의 사람은 반면 오직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그랬기에 사회가 진보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공직협법' 국회 통과되면서 공무원 사회 변화 해보자. 그래야 국가, 민주주의 완성하게 된다. (물론) 예전보다 낫지만 서구유럽의 수준으로까지 되려면 공무원 노조 결성돼야 한다. (그래야) 명실공히 인권국가가 된다."

-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가.
"학생운동 경험은 없었다. 젊을 적 먹고살기가 힘든 때였다. 독서는 많이 했는데, 그 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공직생활은 어떻게 시작했나.
"대학 재수하면서 군 입대를 했고 제대 후 먹고살기 위해 부산에서 공직생활(동사무소)을 시작했다. 2년간 근무하다 그만 둘 생각으로 있다가 사표를 냈는데 수리가 안 돼 1년 8개월을 더 있다 그만뒀다. 그 뒤 3년 넘게 공부하다 국회 사무처 주사보 시험을 치르고 공직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