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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곤
시시한 것들에 주목하는 사람들, 이른바 문화평론가 혹은 문화비평가라고 이름 붙여진 그들은 평론과 비평의 영역을 문학과 영화에서 뽕짝과 만화, 그리고 찌라시에 이르기까지 넓혀갔다. 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해서 미대 대학원생을 거쳐 이제 자칭 B급 미술가에 이른 강홍구도 이런 범주에서 시각 문화 평론가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디지털 사진기로 찍은 작품들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그의 세번째 책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에는 웨이터들의 광고와 붕어빵, 이발소 그림과 가로등, 건물의 담과 거리의 플래카드 등 각종 시시한 시각 문화들에 대한 단상들이 담겨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런 시각 문화들은 너무 흔하고 많아서, 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음으로 해서 '아 그랬었지'하는 감탄과 함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그것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거기에는 개인적 욕망과 역사, 또는 무서운 권력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시한 것들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욕망이 담긴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웨이터들의 광고를 통해 우리는 우리 시대에 누가 진정 유명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또 미인클럽이니 과부촌이니 하는 유흥업소의 전단 속에서 노골적이면서도 암묵적인 말초적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또한 거리에 가지 잘린 가로수를 통해 환경에 대한 비인간성을 고발하기도 하고 스티커 사진이 유행하는 세태를 빌려 소모적으로 흘러가는 사회를 비판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운동회가 열릴 때면 걸리게 되는 만국기와 반공포스터들 속에서 권력이 무엇인지, 거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주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키치'라고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독특한 문화에 주목하면서 우리의 시각 문화가 얼마나 왜곡되고 허위에 차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바로 얼마 전까지 전통과 문화의 거리 인사동에 있던 국적불명의-아직도 전국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로등으로 유럽 양식에 동양적 문양이 너무나 유치하게 결합되어 작가로 하여금 '대한민국 만세! 키치 만세!'를 외치게 한다.

이 책의 흠이 있다면 작가가 서론에 학술서가 아닌 이상 주석을 생략한다고 밝힌 바 있듯이 가볍고 경쾌한 전개에 비해 너무나 외국 문화 이론가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에 비해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시각 문화들로 시선을 옮겨가는 재미와 함께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시시한 것들을 보는 눈의 깊이를 갖게 해준다는 면에서 이 책은 즐겁고 의미 있는 읽기의 경험을 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 20년 후 (표지 6종 중 랜덤 발송) - 우리 시대 일상 속 시각 문화 읽기

강홍구 지음, 이안북스(IANNBOOKS)(2018)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 우리 시대 일상 속 시각 문화 읽기

강홍구 지음, 황금가지(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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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에 관심이 많다. 함께 쓴 책으로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여기 사람이 있다>,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재난을 묻다>,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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