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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으면 절대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책이 있는가 하면, 한 번 읽은 후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알콩달콩한 얘기가 너무도 재미있을 때, 그 책 한 권은 마음의 양식이 되고 가치 있는 무언가가 된다.

이 책 <노박 씨 이야기>가 그렇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에는, 무슨 열매의 씨 이야기인 줄 알았다. 제목에서는 이상한 투박함이 연상되는데, 그와는 달리 노박 씨는 한 쥐의 이름이다.

노박 씨는 게으르지만 철학적이고, 단순하지만 의미를 찾을 줄 아는 교양 있는(?) 쥐다. 방 청소는 2주에 한 번, 유리창 청소는 4년에 한 번이다. 노박 씨의 이웃 쥐들은 그가 너무도 게으르다고 하지만, 그는 어떤 다른 쥐들보다도 부지런하다. 그는 끊임없이 사색한다. 그는 기차 역 플랫폼에 내 걸린 꽃다발과 손수건에서 사랑과 이별을 이해할 줄 안다.

노박 씨는 첫눈에 반한 여자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기도 하고, 그 아픔을 극복하고 일어나 유명한 음악가가 되기도 한다. 그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의 대립된 감정들이 있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는 생각과 "그런 바보 같은 일은 다시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또 근사한 여자 '릴라'를 만나, 짝사랑인 아닌 진짜 사랑에 빠진다. 다른 연인들처럼 여행도 하고 손을 잡고 걷기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노박 씨. 그런 그에게 또 시련이 찾아온다.

릴라가 바로 자신이 찾던 그 사랑이라고 믿은 노박 씨는 어느 날 사랑 고백을 하고, 릴라는 돌처럼 차가운 말을 내뱉는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예요. 함께 있어 즐거우면 그뿐인 거고, 그렇지 않다면 그날로 끝인 거예요."

사랑이 변치 않음을 확신하던 노박 씨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고민과 방황을 거듭하다가 점점 초라한 모습이 되어 가고, 릴라는 그런 그를 떠난다.

그리고는 스스로 질문한다.

"왜 난 이렇게 불행할까? 릴라가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왜 그녀는 나를 원하지 않는 걸까? 내가 너무 작고 초라해서일 거야. 그럼 왜 나는 이렇게 작아진 거지? 그거야 내가 불행하니까. 결국 내가 불행한 이유는, 내가 불행하기 때문이군."

그러다가 깨닫는다. 자신은 자신이고, 릴라는 릴라일 뿐이며, 그녀는 자신의 사랑하는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는 걸. 그리고는 다시 자신감 있고 사색적이던 노박 씨로 돌아간다. 또다시 겨울이 찾아오고 노박 씨도 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마지막에 그는 나지막이 노래한다.

"나는 행복해. 왜냐구? 행복하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과 함께, 행복은 바로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온다는 소박한 사실이 다가 왔다. 노박 씨처럼 현재의 삶에 충실하면서 '나는 행복해. 왜냐구? 행복하니까' 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리고 그 단순한 깨달음으로 세상을 자신감 있게 살아간다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노박씨 이야기

슈테판 슬루페츠키 지음, 조원규 옮김, 문학동네(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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