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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재에서 바라본 쌍두봉.
ⓒ 최연종

옹성산 산행은 어느 코스를 택하느냐에 따라 사뭇 느낌이 다르다. 이번 산행은 북면 독재에서 시작했다. 옛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봉긋 솟아 처녀의 내민 젖가슴처럼 두개의 봉우리가 손짓한다. 쌍두봉(雙頭峯)이다. 매끄럽게 잘 빚은 때깔을 보니 과연 조물주의 솜씨로다.

▲ 눈으로 뒤덮인 쌍두봉. 왼쪽은 독아지 바위다.
ⓒ 최연종

왼쪽 봉우리에는 듬성듬성 눈이 쌓여있고 오른쪽 봉우리는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경사가 급해지면서 암벽이 나타나는데 바위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군데군데 홈이 패어 있다. 사다리를 닮았다는 사다리 바위. 로프가 설치될 정도로 경사가 급하지만 8부 능선쯤에 철옹산 성터가 있는데다 쌍두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즐겨 찾는 코스 중의 하나다.

▲ 갈대숲 광장. 철옹산성 본부가 있었다.
ⓒ 최연종

산허리를 돌아가면 넓은 터에 어른 키만 한 갈대들이 바람에 출렁이며 춤을 추고 있다. 갈대숲 광장이다. 산마루에 이렇게 넓은 빈터가 있는 것도 흔치 않으리라. 광장은 철옹산성의 성 안쪽으로 성의 본부가 있었다. 동복현감을 지낸 황진 장군이 임진왜란 때 군사훈련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 갈대숲 광장에서 바라본 모후산.
ⓒ 최연종

광장 북쪽은 바위 절벽으로 바위를 뒤덮고 있는 바위 꽃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것이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에서 생기는 수분을 먹고 산다는 바위 꽃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얼마 전까지도 사람이 살았던 허름한 집 한 채와 집 뒤켠에는 우물이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우물은 바위절벽에서 흘러드는 신비의 약수.

옹성산은 호남의 명당 중 으뜸이라는 제비집 모양의 연소(燕巢)자리가 있다고 전해온다. 이 혈(穴)자리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온 산을 헤매고 다녔다. 정상 부근에 묘가 유난히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묘지 앞에 노산 이은상 선생이 지은 비문이 있어 눈길을 끈다.

▲ 장대바위에서 바라본 할머니집.
ⓒ 최연종

옹성산에는 건폭이긴 하지만 몇 개의 폭포가 있다. 옹성폭포, 3단 폭포, 적벽에 있는 한산폭포까지 큰 폭포만도 3개나 된다. 곳곳에 있는 암벽은 비만 오면 폭포를 만들어 장관을 이룬다. 옹성폭포는 높이가 30여 미터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편이다. 바위 절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 앞으로 떨어지는 하얀 물기둥을 상상해 보라. 웅장한 폭포 소리 한 가운데서 오히려 평온함을 느끼는...

월봉마을터 아래 계곡에도 3단 폭포가 있다. 이 폭포는 마을 위쪽에서부터 큰 암벽이 3개의 단을 이루고 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오색 무지개를 이룬다해서 이 골짜기를 ‘무지개골’이라고 부른다.

▲ 옹성폭포.
ⓒ 최연종

옹성산의 빼어난 경관은 화순 적벽에서 절정을 맞는다. 적벽이 옹성산 서쪽 기슭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적벽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한데다 길이 잘 닦여 있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적벽이 물에 잠기기 전에는 동복 사람들이 이서로 넘나드는 길이었다. 수북이 쌓인 빛바랜 낙엽의 사각거리는 소리는 산중의 적막을 깨운다. 중간지점인 능선 갈림길에서 한눈을 팔았다.

오른쪽 길로 올라서니 큰 봉우리가 클로즈업된다. 떡시루처럼 생겼다는 시루바위와 상여를 매고 가는 모양의 상여바위다. 시루바위는 옹성산 정상에서 가장 서편에 있는 봉우리로 적벽 바로 뒤에 있다.

▲ 적벽 뒤쪽에 있는 시루바위.
ⓒ 최연종

시루봉에 올라서니 무등산이 손이 잡힐 듯 다가온다. 물아래로는 한반도 지도를 닮은 섬 위에 망향정이 의연하게 서있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물줄기는 한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 시루바위에서 바라본 동복호.
ⓒ 최연종

능선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등산로를 따라 가면 옛 한산암 터에 이른다. 한산암은 적벽의 벼랑 사이에 있는 암자로 72년 1차 수몰과 함께 사라지면서 곳곳에 자취만 남겨 놓았다. 천길 낭떠러지들이 서로 겹치면서 만든 야트막한 자연동굴이 3개가 있는데 무당들이 그들만의 신을 모셔놓고 푸닥거리를 하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가운데 동굴 위쪽 계곡에서는 폭포가 생긴다. 한산폭포다. 수십여미터 높이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물줄기는 물 밑 마을에서도 보일만큼 크고 웅장했다고 한다.

▲ 적벽 주변에 있는 한산폭포.
ⓒ 최연종

한산암에서 밤늦게 치는 종소리는 적벽을 타고 올라와 온 산을 메아리쳤다. 지금은 무당이 치는 징소리가 종소리를 대신하며 애처로운 정감을 자아낸다. 시루바위에서 듣는 징소리는 구슬프다 못해 아름답게 들린다. 한산폭포와 한산암의 종소리는 적벽 8경의 하나.

▲ 한산암에서 바라본 화순적벽.
ⓒ 최연종

방랑시인 김삿갓을 비롯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화순적벽.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바위는 높이가 무려 100여미터에 달했다. 지금은 30여미터가 물에 잠겨있는 상태. 검을 듯 붉을 듯 벼랑바위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시퍼런 물빛과 깎아 세운 듯한 절벽이 한데 어우러진 선경에 푹 빠져들었다. 숨죽인 채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어느덧 붉은 해가 적벽강을 물들이며 숨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군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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