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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입관식이 시작되자 합동분향소는 눈물바다를 이뤘다. 고 김주혁군의 아버지가 아들의 영정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다.
28일 밤 입관식이 시작되자 합동분향소는 눈물바다를 이뤘다. 고 김주혁군의 아버지가 아들의 영정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제4신:29일 오전 10시 40분>

"아빠가 잘못 했다..용서해라"
어제 밤 입관식.. 합동 분향소 눈물바다


천안초 합숙소 화재 사건 희생자가 안치된 천안단대 합동 분향소는 28일 밤 7시부터 입관식을 시작하면서 통곡과 오열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고 주상혁의 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영정에 얼굴을 묻고 연신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어"하며 오열했다. 고 주 군의 어머니는 "상혁아..네가 좋아 하던 과자 사왔다"며 평소 아들이 즐겨먹던 과자와 맛김, 음료수를 영정 앞에 올려 놓으며 통곡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고 이건우 군의 아버지는 이날 낮 고 이군의 누나 친구들이 빈소를 찾아 눈물을 흘리자 치미는 슬픔에 학생들을 끌어안고 "우리 건우가 죽었다..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며 흐느꼈다. 이군의 아버지는 하관식이 진행되던 이날 밤 오열하다 기력을 잃어 가족들의 부축을 받아야했다.

오열하는 유족들
오열하는 유족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슬픔을 이기지 못해 탈진해 쓰러지는 유가족들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응급실에서 간단한 링겔 주사를 맞고 몸져 누운 상태에서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날 경찰의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오자 이날 저녁 7시부터 염습 등 입관을 밟아 이날 밤 늦게 희생자 전원에 대한 입관절차를 마쳤다.

전국 각지에서 참배객들도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충남 소재 연무중앙초등학교 축구부 학생 15명이 유니폼 차림으로 분향소를 찾아 "못다이룬 꿈을 우리가 이루겠다"며 헌화했다.

유가족 "정부 직접 나서 대책마련 나서라"

그러나 유가족측과 교육청 사고대책반간 보상문제 등에 이견을 보여 장례 일정 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측과 교육청측은 28일 오후 2시 합동분향소가 있는 천안단대 병원에서 희생자 보상 대책 등에 대해 두 번째 협의를 벌였지만 이견만을 확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앞서 유가족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 천안단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교육청에만 사고수습을 미루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 유가족과 희생자에 대한 성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또 "이번 참사원인은 열악한 학교체육 지원 형태에 있다"며 "정부가 나서 사회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근간이 되는 학교체육지원 체계를 개선해 아이들의 억울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분명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한참 과자 먹고 뛰어 놀 때인데..' 고 김주혁군의 영정앞에 김군이 평소 좋아하던 과자와 음료수 등이 놓여있다.
'한참 과자 먹고 뛰어 놀 때인데..' 고 김주혁군의 영정앞에 김군이 평소 좋아하던 과자와 음료수 등이 놓여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유가족 '교육청 무성의' 분통

유가족들은 또 교육청측의 무성의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유가족들과 부상자 가족들은 "도교육청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위로는 커녕 유족들간 협의된 내용을 하루 두번 오전 오후로 전화할 테니 유족대책위 협의 사항을 전화로 통보해 달라"는 등 말도 안되는 행정을 하고있다고 지적 했다.

유가족들은 "월드컵 꿈을 안고 숨진 아이들이 이런 무책임한 행정당국의 행동에 눈이나 제대로 감을 수 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상자 3명 상태 악화 서울병원으로 이송
부상자 16명 중 중환자 9명


한편 8명의 희생자외 중경상을 입은 16명의 학생중 순천향대에 병원에 입원중인 3명의 학생이 상태가 악화돼 27일 서울 한일병원과 서울한강병원등으로 27일 이송됐다. 이에 따라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7명이 천안 등 충남지역 병원에 , 나머지 9명이 서울지역 병원에 각각 입원중이다.

한편 교육청 사고대책본부는 희생된 학생들과 유가족들을 돕기 위한 통장계좌를 개설하고 국민들의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다.

<농협 467-01-217511 예금주 천안교육청>

순천향병원에 입원중인 엄태훈 군. 사고 직후부터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순천향병원에 입원중인 엄태훈 군. 사고 직후부터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3신:27일 오후 7시30분>

초등학생까지 '합숙훈련' 해야 하나
"메달 만능주의가 안전 불감증 키운다"


화재로 8명의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초등학교 합숙소 사고를 계기로 무리한 합숙 훈련 관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기본 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채 벌여온 합숙 훈련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지 않다.

이번에 사고가 난 천안초 합숙소는 지난 1993년 10월 지어진 이후 사고당시 학생 24명과 코치 등 모두 25명이 합숙하고 있었지만 전체 면적은 111.6㎡(33.8평)에 불과했다. 1인당 1.3평의 공간을 사용해 온 셈이다. 게다가 천안초는 합숙소를 기숙사가 아닌 일반 건물로 등재시켜 단 한차례도 소방점검을 받지 않았다.

학교측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학부모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자 건물을 증축하겠다고 설득해 합숙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입원중인 한 학생의 학부모는 "새 합숙소 마련을 위해 후원자 모집에 나섰으나 사실상 모금된 후원액은 매우 적었다"며 "학교측이 새 합숙소 마련을 위한 별다른 대안 없이 합숙소 마련을 약속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에게까지 년중 내내 합숙훈련을 시키는 관행을 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스포츠 전문가는 "코치를 상주시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을 시키는 것은 아이들을 혹사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엘리트 체육, 메달 만능주의가 부른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생활체육을 중시하고 선진체육을 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무리한 훈련은 오히려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등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천안초측은 통상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에 대해 합숙을 추진하는 관례를 깨고 학부모와 해당 학생이 요구에 따라 1-2학년 학생에게 까지 합숙을 허용해 왔다.

학부모들은 또 무리한 합숙훈련으로 가계에도 큰 재정부담을 안겨줬다고 말하고 있다. 천안초 축구부의 한 학부모는 "매달 30만원의 회비에다 동계훈련비, 간식비, 축구화, 스타킹 등을 합쳐 월평균 50여만원을 내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문제가 천안초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전 서구 소재 B중학교 축구부에 학생 둔 학부모는 "월 40만원의 합숙비를 내고 코치, 트레이너, 주방 직원 월급까지 부담하고 있다"며 "전지훈련이 있은 지난 1월에는 도합 103만원, 체력강화 훈련이 있은 지난 2월에는 80만원을 냈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이어 "32인승 버스가 필요하다고 해 학부모들이 돈을 걷어 사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학부모는 또 "합숙소를 음악실 2층을 개조해 쓰고 있는데 별도의 합숙소를 지어 달라는 요구에는 학교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귀뜸 했다.

실제 충남 15개 시군에서 합숙소가 설치돼 있는 초중고는 천안을 포함 74곳 1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12곳, 중학교 38곳, 고등학교 24곳으로 이중 합숙을 하지 않는 곳은 8곳에 불과하다.

천안초등학교 2층에서 내려다본 축구부 합숙소. 밖에서 보기에는 여러명이 사망하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이라고는 보기어려울 정도로 화재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천안초등학교 2층에서 내려다본 축구부 합숙소. 밖에서 보기에는 여러명이 사망하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이라고는 보기어려울 정도로 화재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신:27일 오전 10시>

방화·환기시설 없어 희생자 늘어...경찰, 화인 규명 나서


경찰은 오전 7시부터 26일 밤 화재로 8명의 어린이가 숨지고 17명이 다친 천안초등학교 합숙소에 대해 국립과학수사대에 조사를 의뢰, 정확한 화인 규명에 나섰다.

애초 이번 화재는 중앙 거실 뒤쪽에 있는 가전제품에서 시작돼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번 화재의 원인을 누전에 의한 것으로 잠정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화인은 국과수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전했다.

27일 오전 11시 50분경 천안시내 병원에 흩어져있던 학생들의 시신이 단국대병원 냉장실로 모두 옮겨졌다. 아들의 시신이 냉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부모들이 오열하며 냉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50분경 천안시내 병원에 흩어져있던 학생들의 시신이 단국대병원 냉장실로 모두 옮겨졌다. 아들의 시신이 냉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부모들이 오열하며 냉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의 조사 뒤 취재진에 공개된 약 33평(111㎡)의 합숙소는 온통 시커먼 재만 남은 흉칙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중앙 거실은 대부분 화재로 소실돼 일부 기둥만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고, 바닥은 화재 진압 당시 뿌려진 물과 재가 섞인 검은 물들로 질퍽거렸다.

중앙 거실 왼편으로는 화재 당시 대부분의 아이들이 잠자고 있던 큰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방 왼쪽 벽에 설치된 축구부원들의 옷걸이 등 사물함과 천정은 모두 불에 타 뼈대만 남아 있었으며, 바닥에는 축구부원들이 덮었던 이부자리가 널려 있어 사고 당시의 긴박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현재까지 8명이 숨진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제대로 된 방화시설을 갖추지 못한 낡은 건물이 지적되고 있다. 20여명 가까운 축구부원들이 잠들어 있던 큰방에는 정면과 뒷면으로 조그마한 창문이 열려있을 뿐 적절한 환기시설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정면의 창문은 축구공이나 축구화 등 축구부 비품을 보관하는 사물함으로 절반 이상이 가려져 있고 알루미늄 창살까지 쳐져 있었다. 병원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축구부 합숙소는 환기시설이 부족해 평소에도 매우 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한편 부상을 입은 17명 중 김천명 군 등 6명은 중태에 빠져 현재 서울 구로성심병원과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화상 정도가 너무 심해 최악의 경우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7일부터 3일동안 임시휴교 조치가 내려진 천안초등학교.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27일부터 3일동안 임시휴교 조치가 내려진 천안초등학교.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충남교육청, 천안초 화재관련 27일 “애도의 날”선포

충남도 교육청과 학교측은 사고 직후 교내 대강당에 합동분향소(041-567-6742)를 설치했으며 충남도내 전체 학교와 산하 기관에 하루동안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교육청은 이번 사고 사망자들의 출상이 있을 때까지 도내 전체학교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직원들은 리본을 패용하도록 했으며 직원들의 음주가무도 금지토록 했다. 또한 천안초등학교에 대해서는 오는 29일(토)까지 임시 휴교하도록 조치했다.

한편 사망자 및 부상자들에게는 학교 ‘학교재해복구공제회’에서 최고 8,0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에 따르면 사망자에게는 최고 8,000만원 부상자에게는 1)상해 급별로 1급 1,500만원에서 14등급 20만원까지 보상 2) 치료비는 병원에서 치료한 실비로 계산하되 의료보험을 제외한 본인부담금으로 최고 8,000만원 보상 3) 장해는 급별로 1급 8,000만원에서 14급 500만원까지 보상 하며 1-3항을 합하여 최고 8,000만원까지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27일 논평을 내고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명복과 부상당한 학생들의 빠른 쾌유를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학교와 교육당국은 사태수습과 부상자들의 치료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또 "교육부와 관계당국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전국 초.중.고 합숙소와 기숙사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합숙훈련을 재고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좁은 창문으로 겨우 빠져나왔어요"
[인터뷰] 극적 탈출, 참사 면한 엄태훈, 조덕근군

▲ 순천향 병원에 입원중인 조덕근 군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26일 밤 발생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사건은 불과 13분만에 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8명이나 되는 어린이가 사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엄태훈(12), 조덕근(12)군은 기지를 발휘해 화재 초기 사건 현장을 벗어남으로써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엄군은 잠을 자다 이상한 냄새를 맡고 눈을 떠보니 주위가 온통 시커먼 연기 뿐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엄군은 불이 난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려고 "불이야"라고 소리를 지르고 친구들을 깨웠지만 반응이 없어 밖으로 나오려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연기때문에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사물함으로 가려진 창문 사이를 뚫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당시 엄군이 비집고 나온 창틈은 가로 30cm, 세로 50cm 정도로 매우 좁았다. 엄군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친구들을 찾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아 집에 전화를 하려고 공중전화를 찾다 지나던 행인의 도움으로 핸드폰을 통해 사고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렸다.

조군 역시 엄군과 같은 틈새로 빠져나왔고 곧바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엄군과 조군은 다행히 연기를 들이마신 것 외에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아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엄군은 지난 밤의 기억 때문인지 병원에서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조군은 병원에 온 뒤 27일 오전까지 줄곧 잠만 자고 있다.

조군의 어머니 김동분씨는 "감독과 코치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너무 잘해줘서 이런 일이 일어날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다행히 우리 아이는 별탈이 없었지만, 함께 지내던 친구들이 잘못돼 너무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 김영균 기자


26일 저녁 11시 20분경 화재가 발생해 8명의 초등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사망한 충남 천안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내부.
26일 저녁 11시 20분경 화재가 발생해 8명의 초등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사망한 충남 천안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내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1신:27일 오전 5시 40분>

천안초등 축구부 합숙소 화재
'축구 꿈나무' 어린이 8명 사망


선수들이 사용하는 축구화와 축구공 등 훈련용품 뒷편으로 합숙소 내부와 연결된 작은 창문이 보인다. 신발장에 가려져서 탈출을 시도하기에는 비좁은 공간만이 확보되어 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축구화와 축구공 등 훈련용품 뒷편으로 합숙소 내부와 연결된 작은 창문이 보인다. 신발장에 가려져서 탈출을 시도하기에는 비좁은 공간만이 확보되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6일 밤 11시17분께 충남 천안시 성황동에 위치한 천안초등학교(교장 성낙희) 축구부 합숙소에서 화재가 발생, 8명의 어린이가 숨지고 축구부 코치를 포함한 17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모두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는, 발생한지 13분만인 밤 11시30분께 진압됐지만 축구부 학생들이 잠을 자던 도중 불이나 피해가 컸다. 일부 학생들은 불이 나자 정면 창고쪽 유리창을 깨고 알루미늄 창살을 뚫어 탈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119구조대원이 도착한 뒤에야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는 지난 93년 지어진 건물로 시멘트 벽돌로 된 1층짜리 슬라브 건축물이다. 이 건물에는 방이 2칸으로 구분돼 한쪽은 학생들의 합숙소로, 다른쪽은 축구부 코치의 숙소로 사용돼 왔다.

축구부 학생들은 불이 날 당시 이 합숙소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코치인 허림욱(35)씨의 아내 김모(32)씨는 "작은방에서 TV를 시청하던 중 화장실을 가는데 축구부원들이 자던 큰방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나고 시커먼 연기가 나와 남편에게 전화로 연락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곧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이 출동해 화재는 10여분만에 진압됐지만, 유독가스의 발생으로 탈출로를 찾지 못한 축구부원 8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또 잠을 자던 24명 중 16명은 순천향병원, 단국대병원 등으로 곧장 옮겨졌으나 일부는 중태에 빠져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27일 새벽 5시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날이 밝는대로 현장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충남도교육청과 천안초등학교는 즉각 사고대책반을 구성해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 천안초등학교는 27일 하루를 임시휴교하기로 결정했으며 학교 내 대강당에 합동분향소를 준비하고 있다.

총남도교육청도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천안초등학교 교사들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천안초등학교 행정실에 붙어있는 '화재는 인재' 구호가 적힌 불조심 포스터가 무색하게 옆에는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이 적혀 있다.
천안초등학교 행정실에 붙어있는 '화재는 인재' 구호가 적힌 불조심 포스터가 무색하게 옆에는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이 적혀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

사망자: 임태균(2년), 강민수(4년), 김민석(5년), 고은주(5년), 이장원(6년), 이건우(6년), 주상혁(6년), 김바울(6년)

부상자: 송우민, 유안준, 배은한, 윤장호(이상 구로성심병원), 김민호, 김천명(한강성심병원), 박성환, 나종우(단국대병원), 유재석, 정한균, 김민성, 홍영동, 김건희, 조덕근, 엄태훈(순천향병원), 이경진, 허림욱(축구부코치, 이상 충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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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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