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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관 부장검사
박영관 부장검사
이제 이쯤 돼서 검사 박영관이 과연 정치검사인지를 검증해보자.

박영관(51) 부장검사는 전남 신안 출신으로 목포고·성균관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되었다.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검찰총장 시절 박영관 검사를 뛰어난 검사로 극찬한 바 있다. 그는 1988년 광주지검 검사 시절, 국정조사차 내려온 국회의원들이 무리하게 상급자들을 몰아붙이자 질문의 불합리함을 따져 '강단이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그를 '정치검사'라고 주장하는 까닭은 김대중 정부 들어 법무부와 검찰의 핵심 요직을 연이어 맡아온 경력 때문인 듯하다. 그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98년 3월 서울지검 부부장검사에서 법무부 검찰3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검찰2과장, 검찰1과장을 거쳐 2001년 6월부터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요직을 맡은 배경에는 동향 출신인 김정길 전 법무장관, 고교 선배인 신승남 전 검찰총장, 김학재 전 대검차장, 그리고 동향이자 고교 선배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덕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박영관 부장검사 본인은 물론 한화갑 전 대표도 서로 "한번도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건대 후원 관계는 아닌 듯하다.

한나라당이 그를 정치검사로 규정하는 또 다른 핵심 논거 중의 하나는 그가 병풍 사건의 배후라는 것이다. 그 주요 연결고리가 천용택 의원이다. 전남 완도 출신으로 목포 문태고-육사를 졸업한 천 의원은 지난 97년에도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터뜨려 병풍 의혹을 쟁점화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아 병풍 사건을 재점화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오마이뉴스>가 병풍 의혹을 제기한 이후 진상조사위원장으로서 김대업씨와 만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한나라당은 천용택 의원과 박영관 부장검사를 병풍 핵심 배후로 지목해 연일 공격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주장을 보면 이런 배후설이 얼마나 자가당착인 줄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대선이 끝난 후 지난 1월 13일 김대업씨가 검찰에 자진 출석할 때 자진 출두 의사를 천용택 의원이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을 통해 서울지검 특수1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은 다시 한번 병풍 배후설을 제기하면서 천용택-박주선-박영관 3인을 핵심 배후라고 지목했다.

이 전화 해프닝의 핵심은 김대업씨가 천 의원에게 "자진 출두할 테니 강제연행을 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전화를 했고, 부탁을 받은 천 의원은 검찰에 아는 사람이 없어 검찰 출신의 박주선 의원에게 대신 검찰에 전화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만약 천용택-박영관 2인이 핵심 배후라면 서로 모를 리가 없으니 천 의원이 박영관 부장검사에게 바로 통보하면 되지 '제3자'인 박주선 의원을 내세울 까닭이 없는 것이다.

결국 검사는 사건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박영관 부장검사가 특수1부장으로 재임한 동안 맡은 주요 공직자-정치인을 톺아보면 신광옥 전 민정수석, 정성홍 전 국정원 과장,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 권노갑 전 고문, 김방림 의원(처음 수사는 서울지검에서 했지만 구속은 수원지검 특수부) 등이다.

신광옥 전 민정수석은 전남 영암 출신이고, 정성홍 전 국정원 경제과장은 전남 해남 출신이며, 정 과장에게 '특수사업'을 맡긴 김은성 전 차장 또한 본인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부친이 호남 출신이어서 국정원 호남 인맥으로 분류되었다. 이밖에 권노갑 고문은 목포 출신이고 김방림 의원은 전남 해남 출신이니 주로 호남에 기반을 둔 구주류 정치인들만을 구속한 셈이다.

특수1부에서 수사한 이회창 총재 비서실장 출신의 주진우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입찰에 자신의 소유인 사조산업 계열사인 K유통을 통해 참여하면서 W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결국 박영관 부장이 특수1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구속한 한나라당 정치인은 한 명도 없다. 그러니 물론 영남 출신 한나라당 정치인은 더더욱 없다.

한나라당의 박영관 물고 늘어지기는 지역주의 입각한 정치보복?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이번 인사 대상자로서 세풍 사건을 실제 수사하지도 않을 박영관 부장검사를 물고늘어지는 것은 지역주의에 입각한 정치보복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검찰 주변에서는 박영관 부장이 지청장으로 '영전'할 것이니 아니면 한직으로 물을 먹을 것이니 하는 관측이 무성하다.

최근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된 정충수 전 대검강력부장은 사표를 내면서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명백한 귀책사유 없이 정치적 이유로 퇴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검사 임관 이후 줄곧 호남 출신이라는 천형과도 같은 멍에를 안고 살았다"며 "검사 보직을 정하는데 출신지역과 학교가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통탄할 뿐"이라고 쓴 바 있다.

검찰 인사를 하루 앞둔 3월 27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조국 교수)는 총 500여쪽에 달하는 <김대중 정부 검찰백서>를 발간했다. 참여연대가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전개했던 검찰 감시활동의 종합보고서이다.

이 백서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시절 법무부와 검찰의 18개 주요보직을 비교해 보면 호남출신이 영남출신보다 많았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기간 5년 동안 지청장급 이상 고위검사들의 출신지역의 경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을 합쳐 약 37%를 영남이 차지한 반면, 광주-전남과 전북을 합한 호남은 약 20%를 점하고 있었다.

한편 김대중 정부 기간 동안 동일한 분석대상을 통해 보면, 영남이 39%를 차지했고 호남이 29%를 차지하였다. 결과를 놓고 보면, 호남이 YS 시기에 비해 약 10%정도 점유율이 늘어난 반면 영남은 예상과 달리 소폭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영남 출신들이 누리던 자리를 호남 출신들이 빼앗아갔다"는 한나라당의 논리가 적어도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는 '거짓'이었음이 통계상으로 드러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박영관 검사에 대한 인사는 '거짓'을 바로잡을 '진실'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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