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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품할 작품을 손질하고 있는 한옥자씨.
ⓒ 최연종
"부끄러운 듯 숨어 피는 진달래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손끝으로 피워내며 삶의 활력을 느낍니다."

특수 주름종이에 혼을 불어넣어 살아 숨쉬는 생명의 꽃으로 가꾸는 주부가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동면 운농리에 사는 한옥자(49)씨.

한씨는 특수 염색된 주름 종이를 이용해 진달래, 엉겅퀴 등 종이꽃을 만드는 일명 '크리스탈 플라워' 작가다. 꽃잎 한장 한장을 손으로 일일이 오리고 붙이기 때문에 실제 꽃을 보는 듯한 생동감이 크리스탈 플라워의 매력. 당연히 섬세한 손길과 인내력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고무나 플라스틱을 이용해 기계로 찍어내는 조화(造花)에서는 볼 수 없는 질감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특수기법을 이용해 오랫동안 보관도 가능하다. 종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쉽게 싫증이 나지 않은 것도 크리스탈 플라워의 강점이기도 하다.

"창작활동을 하면서 자연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졌지요. 크리스탈 플라워를 통해 인내의 미덕과 겸손을 배웠습니다. 작품을 완성할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한씨는 첫 작품 전시회를 갖기 위해 1년이 넘게 치밀하게 준비를 한 끝에 지난달 25일, 그 동안 정성껏 가꾼 120여 점의 작품이 화순읍 모 뷔페식당 연회장에서 관객과 첫 만남을 가졌다.

생전 처음 관객에게 선보인다는 설렘 때문에 잠을 설쳐가면서 준비했다는 한씨는 마지막 작품 한 점을 완성한 날 새벽에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 지난달 25일 화순읍에서 첫 작품 전시회를 가졌다.
ⓒ 최연종
전시회 날, 관객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이 일자 그 동안 인고(忍苦)의 나날들이 일순간에 씻어 내려갔다. 이번 전시회는 첫 전시회인 만큼 어설픈 점도 있었지만 정성스럽게 다듬고 섬세함을 보태 다음 전시회에서는 종이꽃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한씨는 틈틈이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는 등 어려서부터 예술적인 끼가 많았다. 박이나 나무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취미 삼아 만든 작품들을 이웃 사람들에게 건네주는 마음이 너무 즐거웠다고 한다. 하지만 취미생활만으론 늘 마음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이 자리 잡고 있던 터에 어느 날 예술계 모 원로가 한씨의 ‘끼’를 알아보고 ‘꽃의 마술사’가 되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자 크리스탈 플라워와 인연을 맺었다.

남편인 동광교회 이수남(50) 목사는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온 정성을 쏟는 아내의 의지를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하지만 맘껏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못해준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한씨는 한국수공예협회 크리스탈 플라워 사범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화순읍 주민자치센터 내에 작품을 전시한 뒤 반응이 좋아 프로그램이 개설되면 내친김에 강의까지 할 참이다.

아름다운 화순의 자연을 작품을 통해 널리 알리고 싶다는 한씨는 소박한 멋을 내는 '들꽃' 위주의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고 내년에는 초가지붕 등 사라져 가는 풍경을 한지공예로 재현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씨는 "꽃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우리들 삶도 아름답게 가꾸어 보고 싶다"며 수정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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