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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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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12∼13일) 강릉 경포대는 봄의 향연을 만끽하려는 수많은 상춘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년대비 1주일 정도 늦게 개화한 벚꽃이 이제야 만개했기 때문이다.

강원지방 기상청에 따르면 14일 낮 최고기온은 18.6도로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그러나 벚꽃 축제 개막일인 지난 8일 낮 최고기온은 10도로 벚꽃이 개화하는데 충분한 일사량을 받지 못해 한동안 꽃이 피지 않았다.

경포도립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20만 명의(추정집계) 상춘객들이 '백옥 빛깔로 치장한 벚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갔다"고 밝혔다.

경포 벚꽃축제는 계속되는 초여름 날씨에 이번 주가 절정(4막 3장)에 다다를 것으로 보이며, 폐막일(14일)이 이틀(16일) 뒤로 연기됐다.

지난해 수해와 올 겨울 잦은 폭설은 강릉 등 영동지역 경제를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갔으나 모처럼 봄날다운 자연 덕분에 이곳 관광지 상인들의 주름이 활짝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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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포대에서 바라본 경포호수의 정경이다. (사진 맨위)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는 '월파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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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아침
D·H 로렌스

아아, 열려진 방문 저쪽
저기 있는 것은 아몬드나무
불꽃 같은 꽃을 달고 있다.
- 이제 다투는 일은 그만두자.

보랏빛과 청색 사이
하늘과 꽃 사이에
참새 한 마리가 날개치고 있다.
- 우리는 고비를 넘긴 것이다.

이제는 정말 봄! - 보라
저 참새는 자기 혼자라 생각하면서
그 얼마나 꽃을 못살게 구는가.
- 너와 나는

ⓒ 김경목


얼마나 둘이서 행복해지랴. 저걸 보렴
꽃송이를 두드리며
건방진 모습을 하고 있는 저 참새.
- 하지만 너는 생각해 본 일이 있나?

이렇듯 괴로운 것이라고. 신경 쓰고 말지니
이제는 끝난 일, 봄이 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름처럼 행복해지고
여름처럼 우아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죽었었다. 죽이고 피살된 것이니
우리는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
나는 새로운 느낌과 열의를 지니고 다시 한번 출발하려 마음먹는다.

살고 잊는다는 것, 그리고 또
새로운 기분을 가진다는 것은 사치다.
꽃 속의 새가 보이는가? - 저것은
흔히 취하는 일 없는 큰 소동을 벌이고 있다.

저 새는 이 푸른 하늘 전부가
둥지 속에 자기가 품고 있는 작고 푸른 하나의
알보다 훨씬 작다 생각한다 - 우리는 행복해진다.
너와 나와 그리고 나와 또 너와

이제 다툴 일이란 하나도 없다 -
적어도 우리들 사이에서는.
보라, 방문 밖의 세계는
그 얼마나 호화로운가.


이제 다투는 일은 그만두자

15일 <연합뉴스> 인터넷판은 "미 해병대는 이날 탱크 등 장갑 차량을 앞세운 채 후세인 대통령의 고향이자 추종세력의 마지막 거점지역인 티크리트 중심부를 완전 장악했을"뿐만 아니라 "미 중부사령부는 14일 미군이 이라크의 마지막 거점도시인 티크리트를 장악함에 따라 이라크 내에서의 `결정적인' 군사행동이 끝나가고 있다면서 종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20일(한국시간) BGM-109 토마호크(장거리 순항미사일), GBU-37 벙커버스터 폭탄(지하벙커타격) 등 최첨단기술 무기의 '자로 잰 듯 한' 선제공격으로 개전 된 미·영의 이라크 침공.

'충격과 공포'로 명명된 작전만큼이나 전세계, 이라크 민중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던져졌다.

이들이(미·영) UN 안보리를 무시한 채 전쟁을 강행한 이유가 '석유'와 '중동패권'확보에 있음은 초등학교 아이들조차도 이젠 다 아는 사실이 됐다.

이렇듯 제국주의 열강들의 추악한 욕심은 록히드마틴, 레이시언 등 각 군산업체들의 이익과 맞물려 창고에 쌓여있던 재래식 무기들을 이라크에 쏟아 부어 재고를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 폭탄 등의 신무기를 시험하는 실험장이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2천400만 이라크 민중들은 전쟁의 공포에 사로 잡혀야 했으며, 팔과 다리가 절단되고 약이 없어 죽음을 맞아야만 하는 현실이 그들에게 일상생활이 돼 버렸다. 특히 이라크 인구 중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15세 미만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한다.

종전이 임박한 지금, 이라크는 물과 식량 그리고 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제2의 전쟁'을 치뤄야 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CBU-89 확산탄 등의 불발탄은 또 다른 지뢰가 돼 어린이들과 민간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전장의 동쪽 끝 한반도 남쪽은 봄의 4막 3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초여름 날씨는 봄의 전령들에게 무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사람들은 그 에너지를 빨아들이기에 정신이 없다.

이라크에선 무수한 민간인들이 에너지를 방출하며 죽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세상은 정말 조화로울 순 없는 것일까?
세상은 정말 평화로울 순 없는 것일까?

이라크의 봄은 언제쯤 찾아올지 궁금하기만 하다.

ⓒ 김경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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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봄 빛깔은….

한반도 남쪽은 어딜 가나 벚꽃, 유채꽃 등 갖가지 색깔의 봄옷들로 치장해 있다. 그러나 철조망 너머 북녘 땅에도 봄이 찾아왔는지 알 길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 봄이 왔다면 이곳 만큼이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수백 수만의 봄꽃들이 방긋방긋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 조지W 부시를 비롯한 강경파 보수주의자들은 "이라크 다음은 북한이 될 수 있다"는 협박을 공공연히 교묘하게 퍼뜨리고 있다. 아울러 그들이 한반도는 예외라 단정짓는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 '사탕발림'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이들의(미국) 이익과 북한이 충돌하게 된다면 이라크처럼 한반도의 봄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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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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