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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재
외교통상부는 지난달 부산지방법원의 문서송부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일본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북한과의 수교 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상기 외교문서를 서로 공개하지 말도록 요청하였으며 우리 정부는 이를 수락하였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한일협정 관련문서 송부요청은 징용피해자 6명이 일본 미쯔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제기한 미불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가 '한국정부가 개인의 청구권까지 포기했는가를 명확히 밝히는데 필요하다'는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일본 재판부는 일제 강제동원피해자들이 제기한 수십차례의 소송에서 지난 65년 한일협정을 이유로 장제동원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양국 정부간의 비공개 합의로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는 더욱 어렵게 될 전망이다.

이번 합의의 배경은 피해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외교통상부가 제출한 답변서에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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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의 답변서에 따르면 한일협정관련문서가 공개되면 △부적절한 반일 반한 감정이 고조되어 한일외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고 △일본에서 비공개로 결정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일방적 공개는 외교적 신뢰를 손상할 우려가 있으며 △북일 국교 정상화 노력을 하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해지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 북일관계 정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한일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중 세 번째 이유 즉, 북일 국교정상화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북·일 관계의 정상화는 …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입니다. … 일본 정부로서는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교섭과정에서 1952-1965간 이루어진 한·일간 국교정상화 교섭내용을 준용한다는 입장이고, … 고도의 교섭전략들이 사실상 북한에 그대로 노출되게 되어 일본 정부로서는 향후 북한과의 교섭과정에서 극히 불리한 입장에서 교섭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북일 교섭이 경제협력 방식으로 정리돼 가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북한이 남한의 65년 한·일회담의 결과를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아 이번 북·일회담에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사죄, 그에 따른 정확한 배상을 기대한다"고 주장해 왔던 일제 피해자 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봉태 변호사(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자국민의 권리 보호를 방해하고 있는 외교통상부는 도대체 어느나라 정부기관인지 의문"이라며 "결국 우리나라 피해자들이 모두 사망한 뒤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또 "그 당시 굴욕적 협정의 주역이었던 사람들이 아직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현실이 이 문서 공개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학자 최상천씨는 "북일수교 문제는 북미관계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큰 물줄기가 잡힐 것이며 한일협정 관련문서 공개는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분석하고,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위안부, 원폭피해자 등의 문제에 대해 국민의 이익을 보호할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앞으로 이 문제는 SOFA 문제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우리 정부의 인식이 바뀌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일본 정부와 그런 합의를 했다면 우리 정부가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왜 정부가 그런 합의를 해 주었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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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에서 사회부 문화부 편집부 등을 거쳤습니다.오마이뉴스 대구/경북지역 운영위원회의 제안으로 오마이뉴스 기자로 일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대구경북지역 뉴스를 취재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마이 뉴스가 이 지역에서도 인정받는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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