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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중국. 내가 중국이란 나라를 여행하며 절실하게 느낀 것은 역시 '주마간산'이란 단어였다. 그 드넓은 대륙의 중국을 이해하고 본다는 것은 여행이란 코드로는 다 읽을 수 없는 그 어떤 마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륙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거대한 역사를 만들며 살아온 중국사람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대륙의 횡간을 이해, 소통하며 여행을 하기보다는 관광지로 안내되어진 작은 명소들을 그저 수박 겉핥기로 체험할 뿐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그런 대충의 여행에서 만난 중국의 작은 수로도시 주장(周庄)은 그나마 다른 한 켠에서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 주장의 풍경-1
ⓒ 최승희
중국 속담엔 이런 말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평생 살면서 3가지를 해보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그 3가지는 첫째, 중국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죽는 것이며 두 번째는, 중국말을 다 배우지 못하고 죽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중국 땅을 다 돌아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라 한다.

어차피 다 돌아볼 수 없는 중국 땅, 그 중 중국사람들이 돌아보고 싶은 여행지 중 가장 으뜸인 곳이 바로 이 '주장'이라는 곳이다. 그만큼 중국에서도 이 조그만 수로도시 주장은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마을이었다.

▲ 주장의 풍경-2
ⓒ 최승희
중국 제일의 수향 '주장'은 역사가 900년이나 되는 오래 된 수로마을로 소주와 항주를 잇는 운하의 시대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거대한 중국 땅을 이어주는 운하가 곳곳에 있었는데 당시 경제교역의 중심이 되었던 소주운하의 발달이 이러한 수로마을을 탄생시킨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이곳은 관광지이지만 아직도 예전 그대로의 집과 생활방식으로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존하는 마을이기도 했다.

주장은 900년 전 송나라 유지였던 '조우 디'라는 관리가 자신의 땅을 지역사람들에게 내놓으면서 건설되었다고 한다. 또한 아직도 중국 명나라 시대의 부호 쎤완 싼이 살던 집이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의 유적과 고 가구와 건축양식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유일한 마을이어서 현재 그 가치가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

▲ 주장의 풍경-3
ⓒ 최승희
고대의 수로도시를 여유롭게 걷고 있자니 원나라 때 유명한 시인 마치원이 읊은 '작은 다리 아래 물은 흐르고 거기에 사람의 집이 있구나'라는 시구 한 소절이 절로 떠올랐다.

긴 수로를 따라 작고 아담하게 만들어진 돌다리는 아직도 사람들의 숨결을 간직한 듯 조용하게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나는 수로 옆으로 작게 난 문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역사의 한 단면을 영화필름처럼 적나라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 주장의 풍경-4
ⓒ 최승희
주장! 거기서 나는 새로운 중국을 경험했다. 낯선 여행의 비밀스럽고 즐거운 체험이라고 할까? 낯선 여행에서 자신의 이름을 잃고 새로운 이름으로 강을 찾아가는 여행을 한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은 바로 주장에서 이루어지는 역사 찾기와 그 코드가 절묘하게 같았다.

6백여 개가 넘는 작은 수로골목에서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일상을 만들어가는 풍경은 그것 자체로 무척 이국적이었다. 물론 나도 전혀 다른 곳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것을 조그만 길 자체가 잔잔하게 일러주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곤 했으니까.

▲ 주장의 풍경-5
ⓒ 최승희
그렇게 낯선 땅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주장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골목의 구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보여준 순박하고 때묻지 않는 모습 때문이기도 했다.

개발되지 않은 삶 그 자체로 온전하게 9백년을 내려 왔다는 것 자체가 신비스러운 경험이기도 했지만 그런 삶을 아직도 불평하지 않고 이어가고 있는 그곳 사람들의 인내심과 자부심은 낯선 여행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 주장의 풍경-6
ⓒ 최승희
사스라는 복병으로 인해 이젠 깊은 어둠으로 가라앉은 중국이지만 조만간 다시 그곳의 돌다리를 즐겁게 건널 생각을 하니 마치 지금 내가 그곳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묘한 흥분이 일어난다. 주마간산이었지만 그래도 작은 추억을 안겨준 주장의 봄이 그래서 난 지금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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