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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외출했다 돌아와서 화장실엘 들어갔다. 못 보던 책이 한 권 눈에 띄였다. 무심코 책 제목을 보았더니 <아빠를 팝니다>였다. 제목을 보자마자 움찔했다. 부제를 보니 “실직한 아빠를 리모델링해서 비싸게 팔아먹자!”였다.
순간, ‘누가 이 책을 화장실에 갖다 놓았을까?’ 잠시 생각을 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애들이 나를 보라고, 화장실에 갖다놓은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아빠를 팝니다> ‘아빠를 판다고?’ 애들이 아빠인 나에게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직접 책을 갖다 주고 읽으라고 할 수는 없으니 화장실에 갖다놓고 나에게 일종의 압박감을 주기 위한 의도의 제스추어로 짐작이 되었다.
책 내용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언짢았다. 아무래도 그냥 넘길 수 없어서 아내와 애들 셋을 다 불렀다.
“누가 이 책을 화장실에 갖다 놓았니? 솔직하게 자수해!”
내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랬더니 우리 집 큰아들 아딧줄이
“아빠, 그 책 제가 갖다 놓았어요. 지난번에 학교에서 상품으로 받은 도서상품권으로 어제 책방에서 산 책이예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어보려고 샀어요. 지금 읽는 중인데, 그런대로 재미있어요.”
“야, 임마! 그런데 아빠를 팝니다가 뭐냐? 너 아빠한테 무슨 불만 있어서, 너 아빠한테 충격을 주려고 의도적으로 이 책을 화장실 갖다 놓은 건 아냐?”
(펄쩍뛰며)“아빠, 아니에요. 며칠 후에 학교에서 독서 감상문 발표대회가 있는데 이 책 읽고 독서 감상문 제출해야 되요.”
아내는 재미있다고 웃고 있다. 둘째 넝쿨이 녀석도 덩달아 실실 웃는다. 큰 아들 아딧줄의 말이 사실이었다. 나의 일방적인 상상으로 인한 해프닝이었다. 저녁밥을 먹고 우리 집 가족 홈페이지 ‘느릿느릿 이야기’에 들어가 글을 올리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장시간 운전을 해서 몸은 고단한데, 정신이 말똥말똥 한 게 꼭 커피를 많이 먹고 잠 안 오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앉았다. 자꾸 책제목이 떠올랐다. <아빠를 팝니다>... 그 책 제목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자신이 참 부끄러웠다.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만약 우리 집 큰아들이 내가 처음 상상한데로 아빠에 대한 불만을 갖고 의도적으로 나를 공격한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나는 일단 대단히 불쾌했을 것이고, 아이들을 불러놓고 소리부터 질렀을 것이다.
“그래, 그럼 너희들 아빠한테 불만이 도대체 뭐야?”
아이들은 나의 이런 모습에 긴장할 것이고, 집안 전체의 분위기가 얼어붙었을 것이 분명하다. 옆에서 아내는 아이들 입장에서 내 감정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니 더 부끄럽고 내 자신이 미워진다. ‘내가 고작 이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자괴감이 꼬리를 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이 자는 방으로 갔다. 불을 켜고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았다. 아들 두 녀석이 대자로 누워서 자는데 자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다. 이불을 걷어차고 입은 벌리고 씩씩거리면서 자고 있다. 아딧줄은 키가 나만하다. 산간지역 벌목현장에서 나무 둥치하나가 쓰러져 있는 것 같다. 저놈들이 다 내 속에서 나온 핏줄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잠시 두 녀석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하느님께 ‘좋은 아빠’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나는 남들한테 말할 때에는 신세대 아빠인데 실은 ‘구닥다리’(?) 아빠다. ‘구닥다리’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정다감한 아빠가 되어야지’ 하면서도, 아이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럭 소리부터 지른다. 내 생각대로 아이들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아이들과 대화가 너무 없었다. 내 마음은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면 한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과 생각의 코드가 맞지 않으면, 처음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훈계조로 나가게 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아이들이 아빠가 무서워서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 얼마나 불만이 많을 것인가?
나는 형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아이들이 가는 데마다 따라 다녀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동안 찍어 놓은 아이들 사진이 라면상자로 두 박스나 된다. 아딧줄에게 사진 찍는 걸 가르쳐주어, 이제는 제법 작품 사진 비슷한 걸 만들어 낸다. 여름휴가도 꼭 산이나 계곡으로 가서 함께 텐트를 치고 밥해먹고 부대끼며 보냈다. 아이들을 데리고 등산도 자주 다녔다. 내 딴에는 아이들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나만의 짝사랑이었던가?
또 최근에는 가족홈페이지를 만들어 아이들과 친숙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어 만들었는데, 이 녀석들이 잘 안 들어온다. 아이들에게는 컴퓨터 게임이 더 친숙한 모양이다. 내가 아이들의 아빠로서 눈높이를 좀 낮추어야 하겠다. ‘좋은 아빠’되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닌가 보다.
다시 내 방에 들어가서 아딧줄이 책방에서 사온 <아빠를 팝니다>를 읽기로 했다. 도대체 어떤 책인가? ‘아빠가 얼마나 고물이길래 아빠를 판다고 광고를 냈을까?’ 고물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이 책을 다 읽고 자야 하겠다.
| | 한스 게에제의 <아빠를 팝니다>를 읽고. | | | (교동중학교 독서감상문쓰기 대회 최우수상) | | | |
| | | ▲ 한스 게에제의 '아빠를 팝니다.' | | 우리 가족은 같이 모여 대화할 시간이 별로 없다. 특히 아빠와 대화를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 서점에서 <아빠를 판다>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발견하였다. 왜 아빠를 판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한스 게에제는 직업이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라 독일의 유명한 마케팅 전문가이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실패를 딛고 일어선 성공담을 이 책을 통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디노는 회사에서 00담당 부장을 맡고 있고 곧 부사장 승진을 앞둔 사람이다. 디노는 아내 코라의 권유로 아들 샘의 방에 가서 샘이 읽었던 책을 보았다. 코라는 포르노 잡지 같다고 걱정했는데, 샘이 읽고 있던 10여권의 책은 CEO위한 경영 전문서적이었다. 디노는 샘이 왜 이런 책을 읽는지 궁금하여서 물어보았다. 샘은 솔직하게 말한다고 하면서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샘은 매일같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사는 게 지루하게 생각되고 돈도 많이 벌지 못하기 때문에 아빠처럼 되지 않기 위해 그런 책을 읽는다고 하였다. 디노는 당황하였지만 샘이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회생활이 샘이 생각하는 것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회사에 샘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사장이 케이크 재료비를 줄여야 하고 밀가루는 싼 걸로 쓰고 생과일은 조금만 넣으라고 아빠를 구박 하였다. 한 마디 대꾸도 하지 못하는 디노를 보고 샘은 회사에서 잘리기 전에 사표를 써서 퇴직하라고 한다.
아빠는 그 말을 무시하다가 회사에서 실직 당하게 되고 이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샘은 아빠를 무능한 아빠에서 유능한 아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샘은 트레이닝이라면서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다 꺼내어 아빠의 양복과 구두, 모자를 사주면서 유능한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며 안심시킨다. 샘의 꾀로 아빠는 BMW차를 2주일 공짜로 타게 되고 입사원서란 원서는 전부다 써서 제출하지만 전부 떨어지게 된다. 이에 실망한 디노는 더욱 실망해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샘은 자신의 돈 많은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만나 성공하려면 어떻게 하는지 듣게 된다.
여자 친구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를 외가에 가 계시게 하고 샘은 다시 디노의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디노가 아들에 말에 따라 훈련을 잘 받다가 너무 힘들어서 사흘 만에 가출을 하게 된다. 그 후에도 유능한 아빠로 만들려고 더 원서를 보내지만 다 떨어지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샘은 무능한 아빠는 필요 없다고 하면서 아빠를 팔겠다고 신문에 광고를 낸다.
어머니 코라는 아들이 너무 생각이 짧은 짓을 하였다고 아빠가 신문을 보기 전에 샘과 함께 신문을 땅에 묻어두었다. 얼마 뒤 샘의 집에 디노를 3만 달러에 사겠다는 편지가 왔다. 코라는 샘과 함께 이 편지를 보낸 작자의 얼굴을 한번 봐야겠다고 찾아간다.
그런데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아빠가 유능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가르쳐 준 샘의 여자친구의 아버지였다. 그 아버지는 신문을 보다 그런 광고를 샘이 낸 것을 보고 놀랐다. 저번에 왔을 때도 샘의 가능성을 보고 도와주고 싶어서 3만 달러에 산다고 했었다. 결국 아빠는 3만 달러에 팔리게 되고 샘의 트레이닝으로 디노는 비로소 무능한 아버지에서 유능한 아버지로 바뀐다.
이 책에서는 샘이 실직한 아빠를 트레이닝 시켜서 유능한 아빠로 만드는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보여주었다. 겨우 열네 살짜리 아들이 아빠가 가족을 돌보지 못한 이유로 아빠를 팔아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첫째,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해야겠다. 디노는 사장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한마디 말하지 못하였다. 아빠가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본 샘은 아버지를 트레이닝 시킨다. 무슨 일이든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다면 실패를 해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아빠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이제는 무슨 일이 있든지 당당하게 내 의사를 똑똑히 밝히겠다.
둘째,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 나는 지금까지 가족들과 대화를 하지도 못하고 할 기회도 없었다. 이 책에서는 가족이 서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아버지가 아들의 의사를 존중해주어서 트레이닝을 같이 한다. 이제 우리 가족도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어서 잘 따라주는 그런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셋째, 부모님에게 관심을 가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이 책에서 아들은 부모님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관심을 가지고 아버지가 하고 계신 일을 그만 두라고 권유도 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트레이닝을 시켰다. 나는 지금까지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소설은 소년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샐러리맨의 성공전략이 소년의 관점에서 썼고 실직한 아빠와 가족간의 갈등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과 사랑도 일깨워준다. 디노가 3만 달러에 팔린 후 노트에 쓴 마지막 구절이 생각난다.
“확실한 목표를 가진 사람은 성공의 길에 놓은 장애물을 폭파해버리는 다이너마이트를 가졌다.” / 박아딧줄(교동중학교 3학년)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