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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두고 청와대 참모들은 물론 민주당과 일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들이 분분하다. '헛갈린다'는 반응에서 '애초에 그릇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평가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방미 직후에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나 급격히 떨어졌다'는 우려 섞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개혁세력'으로 뭉뚱그려지는 현 정권의 지지세력들 사이에서 이념적 지향점에 따른 구분이 점점 드러나면서 좀더 왼쪽에서 현 정권을 지지했던 세력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 초 전체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조직의 존속을 결정했던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이하 노사모)'은 지금의 이 '못해먹을'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5·18묘역에서 '우리는 노짱님을 믿습니다'는 현수막을 걸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던 노사모. 아직까지 노사모 게시판에는 '혼란스런 부분이 없진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노짱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내용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노사모 여러분! 우리 그를 조금 믿고 기다려 주면 안됩니까?"

작성자 '함께가는길'이라는 회원은 '다시 가입했습니다'는 글에서 "많이들 마음이 착잡하시죠. 저도 많이 착잡합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들 하죠. 요사이 그런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며 현재의 심정을 밝히고는 "하지만 그가 힘들 때는 항상 옆에 있을 생각입니다. 그분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잊고 있지 않는 한 말이죠"라는 말로 끝맺으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진보와 보수가 망라된' 노사모의 정체성을 근거로 다소 '과격한 톤'의 글은 삼가자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노사모는 '생활인'의 모임이다!'이라는 글에서 '윤이다'는 회원은 "노사모 구성원에게는 '개혁세력'이라는 말보다는 '생활인'이라는 말이 적절하고 노사모에는 진보와 보수가 망라된 다양한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면서 "이 다양성을 훼손하는 일은 우리가 경계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총련 대응'과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는 분들이 더 과격한 톤의 글을 썼다고 보여집니다"고 적었다.

좀더 강경하게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회원들도 있다.

전교조 관련해서 'mondragon'이라는 회원은 "저는 만일 전교조가 정말로 연가투쟁에 들어간다면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전교조에 대한 응분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의 난마처럼 얽힌 이해집단들의 정부에 대한 불법적인 실력행사를 막을 길이 없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모질게 먹고 가장 사랑하는 이의 목조차 칠 수 있어야 합니다"는 다소 과격한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통령의 복선을 자세히 보십시오. 적을 치려면 나의 팔 다리 하나쯤은 잃을 각오를 해야할 것 아닌가요", "노사모 여러분! 우리 그를 조금 믿고 기다려 주면 안됩니까? 마음의 부자가 되길 바라는 노사모 여러분, 장기 홀딩 합시다"등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옹호성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진정 아낀다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kanjikim'이라는 회원은 "이익단체든 시민운동단체든 그들이 하는 말들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고 입닥치라고 할 수는 없다.(중략) 나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내 주위엔 보수주의자들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는 소리는 안나오게 되길 바란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지금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잘못가면 언제든지 비판하겠다'며 존속을 결정했던 노사모 회원들 사이에서는 대체적으로 '100일도 채 안된 대통령을 흔들기보다는 아직은 힘을 더 실어주어야 할 때'라고 보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좀더 지켜보며 노짱의 깊은 의중을 헤아리지 않으려 하는' 현재의 분위기가 못내 아쉽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노사모 신규용 상근자는 "지금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노사모 회원 수가 크게 변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회원중 일부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 정부가 내놓은 하나하나 사안들마다 노사모가 태도를 표명하기보다는 애초에 우리가 추구한 정치, 언론개혁을 꾸준히 해나가며 힘을 실어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은 좀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이후라도 현 정부의 정책이 정말 잘못돼 간다면 우리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차상호 노사모 대표일꾼도 23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현 정국을 바라보는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 정권이 진보세력들이 이룬 반쪽짜리 정부도 아니고 노무현도 전 국민의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 일고있는 (진보적)목소리를 다 수용한다면 일부세력의 대통령밖에 안 되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보수세력도 설득하면서 개혁을 해나가야 하는데 '우리편'이니까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면 정말 오해받고 결국엔 고립무원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믿고 뽑았고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이 있고 그에 따른 생각이 있을 것테니까 오히려 지금은 좀더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혁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얇은 개혁세력' 분열시킬 것인가 통합시킬 것인가

방미문제가 불거지기도 전에 가졌던 <오마이뉴스>와의 열린인터뷰에서 박주현 국민참여수석은 "개혁세력이 매우 얇은 것을 실감한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정권의 핵심참모마저 자신들이 믿고 기댈 개혁세력이 그리 많지 않다고 고백하고 있는 판국에 현 정권의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일부 세력과 대립관계를 보이는 지금의 '혼란상'이 노사모에게 부담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술자리에서 "너 아직도 '노빠(노무현 열성 지지자)'냐"는 식의 비아냥대는 말을 듣기도 한다는 한 노사모 회원의 심정이 어떠할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분명한 것은 '다양한 세력들이 모여' 열정적으로 노무현을 응원했던 이들 노사모와는 달리 '정몽준의 배신'에 다급한 마음으로 노무현에게 한 표를 던진 진보세력들의 이탈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교조와 한총련이 그렇고 대선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정치현실'을 택한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불사하고있다.

많지도 않으면서 '개혁세력'으로 뭉뚱그려져 있던 지지세력 내부에서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노무현을 지지했던 '실리추구파'들과 전략적 사고로 '비판적 지지'를 보냈지만 그래도 명분은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는 진보 세력들과의 구분이 확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틈을 봉합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님은 완전히 갈라 세워서 현 정권의 입지를 더욱 줄일 것인지는 오직 '노짱'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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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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