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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대전시청 20층 '시사랑'에서 '모두사랑' 장애인야간학교 김시구(46)씨와 정명선(33)씨가 백년가약을 맺었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아아~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여름으로 가는 길목, 훈훈하면서도 상쾌한 바람이 5월의 마지막 신부를 반긴다. 24일 오후 2시 대전시청 20층 '시사랑'에서 열린 김시구(46)씨와 정명선(33)씨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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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에 이어 '모두사랑'에서 탄생하는 두 번째 부부이다. '모두사랑' 장애인야간학교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백년가약을 맺게 된 이들은 서로를 바라만 보아도 한없이 기쁘고 설렌다.

'모두사랑'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이세구(서일고) 교사의 사회와 오용균 교장의 주례로 진행된 결혼식에는 수많은 하객이 모여 함께 울고 웃었다.

신랑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낙하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언어장애를 갖게 됐다. '모두사랑'이 개교한 2001년 6월 초등과정부터 시작한 김씨는 현재 중등과정에 있으며,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모두사랑' 오용균 교장(왼쪽)과 함께
ⓒ 오마이뉴스 정세연
신부 정씨는 어려서부터 정신지체 장애를 겪으며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정씨는 '모두사랑'에 입학하면서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여기에는 '모두사랑' 김창순 교감의 공이 컸다. 김 교감은 남편의 여동생인 정씨를 '모두사랑'에 입학시키고, 함께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가르친 것.

2년 전 '모두사랑'에서 만나 오랜 시간 한 교실에서 공부하며 서로를 알게 된 김씨와 정씨는 조금씩 조금씩 사랑을 키웠다. 승용차를 가지고 다니던 김씨는 수업이 끝나면 언제나 정씨를 집까지 데려다 줬고, 그러는 사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물론 두 사람의 결혼에 주위의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정신지체 장애를 겪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 결혼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두 사람의 믿음과 사랑 그리고 가족의 따뜻한 배려로 정씨는 5월의 신부로 다시 태어났다.

오 교장은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는 곳이 '가정'임을 명심하고 서로 버팀목이 되어 예기치 못한 어떤 일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지금의 다짐과 약속이 변하지 않고, 서로의 믿음 속에 오래오래 기쁨과 사랑을 나누는 가정을 꾸리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김씨 부부는 24일 유성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신부의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이날 새로운 가정을 이룬 김씨와 정씨 역시 "사랑과 믿음으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며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중부대 길민호 교수의 축가 '사랑으로'가 이어지자 하객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와 정씨가 오랜 시간 겪어왔을 고통과 어려움을 훌훌 털어 버리고 진정한 사랑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마음 속으로 바라고 또 바라면서 말이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그러나 솔잎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우리 타는 가슴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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