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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아산 마당바위. 5월 초순이 되면 산철쭉이 마당바위를 화사하게 수놓는다.
ⓒ 최연종
산이고 들이며 온통 푸른빛이다. 나날이 푸름을 더해가는 신록의 계절이다. 싱그러운 내음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이때 이름모를 풀들의 풋풋한 향기를 맡으러 화순 백아산으로 떠나보자.

마당바위, 고산철쭉, 빨치산, 휴양림하면 금세 떠오르는 산이 백아산이다. 곳곳에 솟아 있는 기암괴석은 백아산을 명산으로 가꾸어 놓았다. 산 이름도 재미있다. 푸른 소나무 숲 속에서 하얗게 내민 바위무리가 마치 흰 거위가 노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백아산(白鵝山,흰 거위 산)이다. 산 전체가 석회암지대를 이루면서 흰 거위가 탄생한 연유다.

▲ 북면 수리에서 바라본 백아산.
ⓒ 최연종
백아산 산행은 볼거리가 많은 만큼 가는 길도 여러 갈래다. 휴양림 쪽에서 가는 길이 3갈래요, 마당바위 방향에서도 3갈래의 길이 있다. 볼거리도 크게 두개의 군으로 묶을 수 있다. 마당바위에서 천불봉을 거쳐 정상을 둘러보는 코스와 휴양림에서 전망대, 문바위, 빨치산 진지인 비트를 돌아오는 길로 나뉜다.

▲ 백아산 남릉. 숲속에서 내민 바위무리들이 흰 거위를 닮았다.
ⓒ 최연종
휴양림에서 전망대까지는 어느 길로 가든 가파른 능선을 만난다. 전망대에 오르면 발 아래로 펼쳐지는 희끗 희끗한 바위 무리들이 마치 흰 거위가 춤을 추듯 장관을 이룬다.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흰 거위들이 낯선 인기척에 놀라 파드닥 나래짓을 하며 날아오를 것만 같다. 흰 거위 산의 멋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전망대 아래 남릉이다.

▲ 휴양림 뒤쪽에 있는 팔각정 전망대.
ⓒ 최연종
휴양림 전망대는 최근에 보수를 마치고 새롭게 단장됐다. 전망대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능선을 타고 나지막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동쪽 기슭에 흰 바위무리인 문바위가 눈길을 끈다. 겹겹이 포개진 바위들이 비단병풍을 만들며 줄지어 산 아래로 달린다.

▲ 백아산 정상인 매봉(810m).
ⓒ 최연종
문바위를 지나면 매의 발톱처럼 생긴 작은 바위들이 낯선 이방인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백아산 정상인 매봉(810m)이다. 마치 토벌대가 올라오는지 숨을 죽이며 응시하는 빨치산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 빨치산의 거점인 '비트'.
ⓒ 최연종
백아산 곳곳에는 이념 대립의 아픈 상처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휴양림에서 산허리를 타고 회차장쪽으로 가다보면 빨치산이 구축했던 '비트'라는 방어진지가 10여개 있다. 너댓명이 들어갈 수 있는 이 진지는 사방을 돌로 쌓아놓고 올라오는 적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다.

주변에는 야트막한 굴이 있는데 암벽사이에서 쉴 새 없이 샘물이 솟아 장기전을 펼 수 있었다. 백아산은 지리산, 백운산과 함께 빨치산 3대 성지로 이름을 떨쳤으며 빨치산은 산속 곳곳에 발동기와 연자방아를 두고 식량을 조달했다.

▲ 마당바위 위에 소나무, 묘지, 헬기장이 있다.
ⓒ 최연종
백아산의 얼굴은 마당바위(756m)다. 마당바위는 전국의 이름 있는 산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바위. 하지만 백아산 마당바위는 생김새가 반반하고 널찍하면 흔히 떠오르는 그런 바위가 아니다. 철계단을 타고 바위에 오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수백평은 족히 되는 넓은 마당에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바위 위에 흙과 잔디가 깔리고 소나무 숲이 생긴 것이다. 바위라기보다는 마치 널따란 평원에 서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바위 위에 묘지와 헬기장이 있는 것도 이채롭다.

높이도 이십여미터나 되는데다 사방이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면서 바위 자체가 천혜의 요새다. 이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빨치산과 토벌대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수많은 희생자를 낸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 마당바위 위에 있는 전망바위. 멀리 모후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 최연종
산불감시초소 뒤쪽에는 툭 튀어나온 바위가 있으니 전망바위다. 전망바위에 서서 발 아래를 굽어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사방이 확 틔어 무등산과 모후산, 동복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당바위 옆으로 절터바위, 상여바위가 북쪽을 향해 내달리는가 하면 건너편 능선에는 천개의 불상을 닮았다는 '천불봉'이 버티고 있다.

5월 초순이 되면 산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마당바위를 화사하게 수놓는데 분홍색 바탕에 흰색을 물들인 것 같은 산철쭉은 은은한 색깔을 띠며 차분한 느낌을 준다.

철쭉 개화시기에 맞춰 이곳 광장에서 북면 청년회 주관으로 철쭉제와 위령제가 열린다. 지난 3일 올해로 6회째를 맞아 희생자들의 원혼(寃魂)을 달랬다.

▲ 백아산 천연동굴. 입구가 좁아 출입이 어렵다.
ⓒ 최연종
백아산에는 천연동굴이 2개나 있다. 휴양림 입구 수리저수지 앞 산 중턱에 있는 이 동굴은 석회암동굴로서 동굴 길이는 80여미터. 동굴 중간쯤에 가면 폭이 4m나 되는 광장과 2억년 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종유석을 만난다.

이 동굴을 나오면 또 다른 동굴로 이어지는데 10m 높이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천연폭포를 연상케 한다. 동굴은 입구 직경이 겨우 50cm 내외로 일반인의 출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 전국에서 시설관리가 제일 좋다는 백아산 휴양림.
ⓒ 최연종
백아산 휴양림은 화순군이 자연휴양림으로 가꿔 운영하고 있다. 전국 100여개 휴양림 중 시설관리가 제일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많은 공무원이 상주하며 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단장된 '숲속의 집'이 13동이나 되고 야영장, 자연관찰로, 조류 관찰장, 약수터 등을 갖춰 청소년 수련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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