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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새벽 사건이 발생한 현장
ⓒ 류종수
'미선이·효순이 사건' 1주년을 앞두고 미군 범죄에 대한 분노가 다시 '울컥'하고 솟아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3명의 미군병사가 택시요금을 내지 않고 도주하다 붙잡히자 이를 추격한 택시 기자와 시민에게 맥주병을 휘두르며 폭행을 가한 것.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 붙들린 이들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수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이날 새벽 3시경에 미 헌병대로 넘겨졌다.

이들을 태우다 봉변을 당한 모범택시 기사 이모(64)씨는 당시 목 부분에 병 유리가 박혀 피를 흘리는 등 심한 타박상을 입어 2주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귀가 중 도주하던 미군을 발견하고 이를 인근 세곡동 파출소에 신고한 목격자 이씨는 당시 현장에서부터 수서 경찰서에서 조사 받기까지 있었던 일을 <오마이뉴스>에 밝혔다.

"한국 경찰이 조사도 안하고, 어떻게 미군에게 범죄자를 넘기나"

그가 전하는 목격담과 경찰조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술에 취한 울페 일병을 비롯한 미군 3명은 용산구 미군기지에서 모범택시를 타고 성남비행장 근처 세곡동 4거리 주택가에 도착했다. 이때 갑자기 뒤 자석에 있던 울페 일병이 자신이 입고 있던 러닝셔츠로 택시기사 이모씨를 뒤에서 붙들어매고 있는 사이 나머지 2명은 달아났다.

이에 택시기사 이모씨가 울페 일병을 뿌리치고 도망가던 이들을 향해 "강도야"라고 외쳤고 휴대하던 가스총을 하늘로 향해 발사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박모(27)씨가 도망가던 울페 일병의 발을 걷어차 넘어뜨리면서 추격전이 벌어졌고 이를 지켜본 또 다른 미군 한 명이 동료를 구한다며, 되돌아와서는 맥주병(경찰은 소주병으로 보고있음)으로 택시기사 이모씨의 목 부근을 내리쳤다. 이 병사는 또 깨진 병 조각을 박모씨에게 던지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에 이들 두 명은 체포가 되고 나머지 한 명은 자수를 해왔다.


이씨는 "미군들이 파출소로 붙잡혀 와서는 오히려 자기들이 폭행을 당했다며 욕설을 해대고 소파에 벌렁 눕고, 탁자에 걸쳐 앉는 등의 자세를 취했다"며 무례한 행동을 지적했다. 또한 "미군이라는 이유만으로 신병파악만 하고 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경찰의 모습이 더 어이가 없었다"면서 당시 경찰 대응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다급한 상황에서 신고까지하며 어렵게 미군을 체포했지만 피의자는 오히려 큰 소리치고, 이를 붙잡은 한국 경찰은 별다른 조사도 못 해보고 신병을 순순히 미군 헌병에 인도하는 광경을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살인 등과 같은 흉악범이 아니고서는 우리가 미군 신병을 구금할 수 없다"

이 사건을 담당한 수서경찰서 담당 형사는 "체포된 이들이 술에 너무 취한 상태여서 조사도 잘 안되고, 안하무인격으로 행세하면서 아주 무식하게 굴었다"면서 "소파 규정상 살인 등과 같은 흉악범이 아니고는 신병을 미 헌병에 인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와 피의자,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일단 이번 사건을 이들 미군의 의도적인 범행이기보다는 술 먹고, 자행한 우발적 사건으로 짐작하고 있다.

담당 경찰은 "미군 범인들은 처음엔 거의 다 오리발을 내밀면서 기억 안 난다고 잡아떼고는 증거를 들이밀면 시인하곤 하는데 이들의 행동을 보면 아주 미련하고 저질이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이들 3명 모두에게 사기죄를, 자수한 한 명을 제외한 두 명에게는 폭행죄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사건조사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시를 통해서 미군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를 받아야 가능한 상태다.

소파규정에도 있는 '예비조사' 권한이지만…

이러한 경찰 대응에 대해 '불평등한 SOPA개정국민행동' 김판태 사무처장은 "미군이 아무리 건방지게 굴고 조사에 불응하더라도 우리 경찰은 소파규정에도 있는 예비조사를 미 헌병의 신병인도 전까지 실시할 수 있음에도 한국 경찰이 이에 매우 소극적으로 임해 대부분 초등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소주병 조각이 아니라 미국산 맥주병의 작은 조작들이 현장에 흩어져 있다. 목격자 이씨에 따르면 자신이 당시 맥주병 조각을 주워서 옆으로 옮겨 놨으나 아침에 청소부에 의해 치워진 것 같다고 했다
ⓒ 류종수
이번 사건에 경우에도 미군 병사가 들고 내리친 병에 대한 경찰조사와 목격자 이씨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도 하얀색의 미국산 버드와이저 병이 깨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도 경찰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길가에 있던 소주병을 사용해 폭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고 있었다.

경찰은 사건현장에서 어떤 병이 사용됐는지를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이들의 이런 '미련한' 행동을 단순 우발적 사건으로 결론 내리고 있는 셈이다. 애초에 예비조사를 목적으로 초동수사에 성실히 임했다면 미군이 의도적으로 들고 있던 맥주병을 내리친 것인지 우발적인 폭력인지 확인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차후 검찰의 지시를 받아 경찰이 이들을 미군으로부터 신병을 인도 받아 조사할 때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김판태 사무처장은 "비록 이번 사건이 심각한 수준의 것은 아니지만 소파규정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공무집행 외에 벌어진 미군 범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재판권을 가지고 있으나 소파규정에 의하면 우리가 현장에서 체포한 미군 범인이라 하더라도 '살인과 같은 흉악범'이 아닌 경우에는 재판 종결시까지는 미 헌병에게 신병을 인도해야 하는 실정이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 '살인과 같은 흉악범'이라는 조건을 없애고 '7년 이상의 중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무조건 우리가 체포에서부터 신병을 계속 구금할 수 있도록 고쳐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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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꿈을 해몽한다" 작가 김훈은 "언어의 순결은 사실에 바탕한 진술과 의견에 바탕한 진술을 구별하고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질문을 구별하는 데 있다. 언어의 순결은 민주적 의사소통의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말은 질펀하게 넘쳐났고 삶의 하중을 통과하지 않은 웃자란 말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불어갔다"고 부끄럽게 회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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