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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자그마한 마을 콩코드에 있는 호수의 이름이다. 무척이나 맑고 깊다는 점을 빼놓고는 이렇다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작은 호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의 오대호(슈피리어호, 미시간호, 휴런호, 이리호, 온타리오호)는 알아도 월든 호수를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소로우의 <월든>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의 미국 여행 일정에 오대호 대신에 아마도 월든 호수를 넣을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무명의 호수 월든을 이제는 전세계 독자들의 영혼과 지성에 맑고 깊은 영감을 제공해주는 불멸의 호수 <월든>으로 만들어 놓았다. 미국의 오대호가 아무리 그 광대한 넓이를 자랑한다고 하더라도 소로우의 <월든>이 전세계에 걸쳐 이루어 놓은 저 무한한 감동의 지평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나 <월든>은 지금도 그 넓이를 조금씩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는 살아 있는 호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나도 <월든> 호수를 기꺼이 나의 마음 속에 담아두기로 한, 그리하여 <월든> 호수의 넓이를 전보다 조금 더 넓히는데 한몫한 수많은 독자들 중 하나다.

나는 소로우의 <월든>을 읽어 나가면서 우선 유려한 문장들과 만나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의 글은 거침 없으면서도 부드러우며,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드는 인용에도 불구하고 현학적이지 않으며, 통렬한 비판 속에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위트와 유머가 보석처럼 박혀 있다.

또한 월든 호수와 그 호숫가 주변 숲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과 나무들의 사계를 그는 너무나 생생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는 소로우가 자연을 단순히 바라봄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몸으로 사는(체험하는) 대상으로 여겼고 실제로 2년 동안 자신의 몸으로 자연을 체험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월든 호수의 깊이를 실제로 재어보고 지도를 그려보는 것과 같은 그의 과학자같은 탐구 자세는, 시적인 상상력만으로는 묘사할 수 없는 다양하고 생생한 표정을 월든 호수와 그 숲에서 살아가는 많은 동물들과 나무들에게 부여해주고 있다. 그는 시인인 동시에 과학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도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우리의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삶을 살아나가야 할 것인가?”하는 다소 진부한 물음에 대하여 소로우의 <월든>은 그 어느 책보다도 진지하게 그러나 낮은 목소리로 나를 설득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세속적인 성공이나 부(富) 그리고 명성의 덧없음을 인적 드문 호숫가 작은 통나무집에서의 2년간의 생활을 통하여 철저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그것은 꼼꼼하게 계산된 그의 숲속 생활 2년 동안의 수지계산서가 말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숲속 생활의 결실인 <월든>이라는 경이로운 책 한 권이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 소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1817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서 태어나 1862년에 죽은 미국의 저술가이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나 부와 명성을 쫓는 화려한 생활을 따르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와 측량일이나 목수일 등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글을 썼다.

그러나 소로우는 생전에 자신의 저술로 그 어떤 경제적인 성공이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자급자족한 2년 간의 경험을 기록한 <월든>도 1854년 출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월든>은 19세기에 쓰여진 가장 중요한 책들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여 수감되었던 사건을 통해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 권력의 의미를 깊이 성찰한 그의 또다른 책 <시민의 불복종>은 '세계의 역사를 바꾼 책'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권위와 인습과 체제에 대한 강한 비판정신이 담겨 있다. 그에게는 웅장한 이집트의 피라미드조차도 수많은 사람들의 전 인생을 허비시킨 ‘어떤 야심만만한 멍청이의 무덤’에 불과할 뿐이다.

소로우가 <월든>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자주적 삶에 대한 사유일 것이다. 나는 그가 제시하는 자주적 삶의 방식을 ‘항상 깨어 있으면서 자기 자신의 눈으로 진실을 바라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그러나 항상 깨어 있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기 자신의 눈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버려야만 하는가! 또한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기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주적 삶은 계속 추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삶의 어두움을 밝혀줄 아침은 단지 기다린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깨어 기다릴 때만이 동이 트기 때문'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진실을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월든(Walden)>(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강승영 옮김/도서출판 이레 펴냄/2001년 4월)

월든 (예스 특별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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