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네이스", "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올 1학기를 달군 교육계 최대 이슈를 놓고 신문과 방송이 제각기 갖다 붙인 이름들입니다. 이름은 달리 불렀어도 기사의 소재는 엇비슷했는데요. 대부분이 어른들의 '싸움'을 중계하는 것이었죠.
학생들은 없다
정작 자신들의 정보인권을 놓고 벌이는 한 판 싸움인데 학생들은 빠져있었네요. 결국 지켜보다 못한 학생들이 6월부터 소리를 지르며 나섰는데요. 10대 학생 2만2천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아이두넷'(www.idoo.net) 사이트는 최근 '네이스를 치워라'는 인터넷 캠페인을 벌여 21일엔 서명인원 1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neis.idoo.net) 첫 화면을 열면 '시끄러운 언론'이란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거짓기사와 왜곡보도, 그리고 어른들 싸움만 중계하는 언론보도를 참다못해 이 참에 언론도 바꿔보려고 나섰다"는 게 아이두넷 대표 이준행(18)군의 설명입니다.
"NEIS판을 벌여놓고 언론들이 온통 세상을 시끄럽게 했지만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인 셈이지요. 그럼 사이트의 '시끄러운 언론'이란 간판을 클릭해 보죠.
첫 화면에 나오는 네 개의 간판
눈에 확 들어오는 네 개의 코너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네요.
"1. 여론몰이 <조선일보> 양아무개" , "2. 거짓기사 <중앙일보> 강아무개", "3. 경마중계 방송" "4. 인권 없이 승패보도만"
이 코너 이름만 봐도 이들의 생각을 금방 알 수 있네요. 'NEIS를 다룬 언론들은 여론몰이와 거짓기사를 갖고 경마 중계식 승패보도만 했다'는 얘기죠. 이런 와중에 '인권문제는 사라졌다'는 날카로운 지적인 것입니다.
그럼 왜 '여론몰이 <조선일보> 양아무개'일까요. 학생들은 다음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양아무개 기자는 작년 9월 27일자 <기자수첩>에서 '교육부의 정보인권에 대한 이해 부족'을 탓한 바 있습니다. … (이런 보도를 한) <조선일보> 양아무개 기자는 올 5월 14일 '기자수첩'에서 인권위의 NEIS권고를 '뻔한 인권위원'들의 '뻔한 인권 타령'의 차원으로 격하시켜 그 자신의 '인권 타령'에 대한 기억이나 성찰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거짓기사 <중앙일보> 강아무개'에 대한 항목은 배우는 학생들이 볼까봐 걱정되는 내용이 담겨 있네요.
"<중앙일보> 강아무개 기자는 이미 많은 학생들에게 알려진 대로 '전교조도 NEIS 선택했다'는 거짓기사(6월 5일치)를 송고해 시골학교 교장선생님을 황당하게 만들고, '청소년 서명운동 유언비어 쏟아낸다'라는 거짓기사를 송고해 스태프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주인공입니다."
이어 더 심한 '기자윤리' 관련 글귀가 나오지만 더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학생들의 눈초리가 매섭네요.
이 <조선>과 <중앙> 기자는 둘 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출입기자들. 이른바 교육기자들이기 때문에 더욱더 학생들의 이 같은 비판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들의 손과 귀는 어디에 있었나
아이두넷은 '비방기사에 대한 반론'이란 글에서 다음처럼 신신당부를 하고 있네요.
"언론은 더 이상 사실을 은폐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NEIS 문제의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사실만을 성실히 보도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이쯤 되면 저를 포함한 전문지, 일간지, 방송할 것 없이 교육담당 기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가 NEIS를 다룰 때 우리의 손과 귀는 어디에 있었나요. 혹시 교육부 정보담당부서와 일부 교원단체한테만 쏠려 있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