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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요코(70)는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의 일본인 부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노 요코는 40년 이상을 주류문화와 주변문화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작가다. 그녀는 작곡, 설치미술, 퍼포먼스, 지시문 작업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반전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다.

이번 전시는 2000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미국 내 6개 미술관에서의 순회전 이후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설치, 오브제, 비디오, 영화, 사진자료 등 126점이 전시되고 있는 회고전 첫날이었던 지난 6월 21일, 단체, 혹은 연인, 친구사이의 많은 사람들이 회고전 특별 강연회를 찾았다. 이 날 관객들은 직접 작품에 참여하며 오노 요코의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플랙시글래스로 만든 미로 같은 형상의 <경이>라는 작품이 보인다. 동음이의적인 언어유희(amaze(경이) a maze(미로))를 사용하고 있다. '위험하니 한명씩만 들어가시오'라고 쓰여있다. 신발을 벗고 투명한 벽을 조심조심 건너다니는 사람이 있고,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하고 줄 서 있다.

그 뒤편으로 <소망나무>라는 작품이 있는데, 사람 키 정도의 나무에 소망을 적은 작은 조각들이 잔뜩 걸려있다. 그 앞에는 관람객이 진지한 모습으로 종이에 펜으로 소원을 적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본격적인 전시회장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 공간에 <천장회화(Yes Painting)>라는 오노 요코의 유명한 작품이 있다. 관객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장에 매달린 돋보기를 가지고 깨알같은 크기의 글씨를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천장에는 'Yes!' 라고 씌어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오노의 기본사상이 배어있는 이 작품을 통해 존 레논은 동양의 작은 여성작가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천장회화>가 있는 옆의 벽에는 그녀의 지시문 작업인 <그레이프푸르트>들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들은 플랙서스나 개념미술과 같은 국제적 미술운동의 중심이 될 '언어'와 '참여'개념의 근본을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공간을 돌아 나오면 <새벽 눈 내리는 소리>라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눈 내리는 소리를 담은 20cm 정도의 테이프다. 이 작품을 보면 절로 미소가 나올 듯하다. 그 옆에는 <만지는 시>라는 작품이 있는데 두 사람의 머리카락 자른 것을 책에 붙여놓은 것이다.

하얀 방에 작은 파란색의 화면이 걸려있다. 이 설치 작품의 이름은 <블루룸 이벤트>. 벽에는 여러가지 지시문들이 쓰여져 있다. "이 선은 무한히 큰 원의 한 부분입니다", "여기에 큰 창이 있습니다"등 어찌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지시문 들이다. 로댕갤러리 큐레이터는 "이 작품이 관객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워 주려고 노력한다" 고 말한다.

관객들이 요코의 옷을 한 명씩 가위로 조각조각 잘라내게 한 퍼포먼스의 기록영화 <자르기> 도 선보였다. 이 작품으로 오노 요코는 페미니스트로 알려지게 되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신체의 훼손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다.

<자르기> 작품을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대중매체를 이용한 오노의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이 있다. 정착 작업을 하지 않은 사진을 봉투에 넣은 <이것은 여기에 없다>는 봉투를 열었을 때 사진이 점점 희미해져 가다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 공간의 끝에 두 가지 짧은 영화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엉덩이>와 <날기>이다. <날기, Fly >의 '파리'와 '날기'라는 동음이의적 언어유희를 사용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체의 여성 몸에 꿀물을 발라 파리가 여성의 온 몸을 탐험하도록 한다. 카메라는 파리를 클로즈업한다. 파리를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다 마지막에 파리가 날아간다.

다음 공간에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공동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신혼여행 중 한 <평화를 위한 침대시위> 장면을 비디오와 사진으로 남겨 놓은 것이다. 이 이벤트와 그 해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전쟁은 끝납니다!> 광고 게시판으로 두 사람은 국제 평화운동의 우상이 되었다.

전시장의 제일 안쪽에는 방의 반(Half-a-Room)이 설치돼 있다. 방의 모든 가구를 반으로 잘라내 나머지 반은 관객이 상상해서 채우게 한다.

오노 요코의 작품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함께 하고 있다.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모든 기득권을 벗어 던지고 반전과 평화, 사랑을 주창해왔던 오노 요코. 뉴욕에 이어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존 레논에 가려져 미쳐 보지 못했던 오노의 자유로운 예술 세계를 볼 수 있다.

오노 요코의 작품들은 2003년 6월 21일부터 9월 14일까지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전시되며 개관시간은 화요일에서 일요일 10시부터 6시까지이다. 요금은 일반 4000원, 학생 2000원이며 전시 설명프로그램이 매일 오후 1시, 3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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