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들과 같은 열정을 갖고 있을까? 나는 정말 기자란 직업에 대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기자만들기 캠프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두려웠다. 캠프에 오는 이들 중에는 언론고시를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대학기자, 또 언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즐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과 비교한다면 난 무엇 때문에 기자가 되려하는가? 그런 걱정 담은 생각들이 내 주위를 감아버렸다. 사실, 난 무엇 하나, 사회의 잘못된 것을 올바로 고치는 시민 기자라는 이름을 당당히 밝힐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주 오래 전 마치 꿈처럼 인터넷 리포터 활동을 했다는 사실밖에, 그리고 또 대학신문사라는 곳에서 나 자신의 편견으로 심한 논쟁 끝에 신문사를 그만 두었다는 아픈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렇게 부족한 내가 과연 기자만들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가지 내 자신에 대한 다짐이 나를 기자만들기 캠프로 인도했다. 적어도 다시는 내 자신이 후회할 행동은 하지 말자. 대학신문사를 그만두었을 때 느꼈던 기자관의 상실, 그 아픔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말자. 그런 다짐을 하며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서울에선, 비가 소슬하게 내리고 있었다. 캠프를 떠나기엔 정말 좋지 않은 날씨임에 틀림없었다. 제일 먼저 출발장소에 도착했는데 <오마이뉴스> 관계자들 외, 아직 아무도 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오마이뉴스> 관계자 중 한명은 많은 분들이 제대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바람과 폭우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예약 버스를 가득 메운 기자들의 열정으로 단번에 사라져 버렸다.
마흔해를 넘긴 아저씨에서부터 갓 대학에 입학한 대학 새내기까지, 그들의 나이 차는 서로의 가치관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나이였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기자란 꿈이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제일 먼저 도착해서 한 일은 방 배정을 받는 일이었다. 반은 모두 9개로 나누어졌다. 총 94명의 수강생이 한 조에 열댓명이나 되는 조원들로 정해졌다.
서로 간단한 인사를 하고 첫 과정이 시작되었다. 내가 속했던 조는 E반였는데, 다양한 나이의 구성원이 모여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이내 언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게 되었다.
모두가 강의실에 모여 처음으로 한 일은 94명 기자만들기 수강생들 대표인, 몇몇 사람들의 자기소개를 듣는 일이었다. 그런 대표자들 중에 우리 반의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기자만들기에 신청하고 오게된 김성욱입니다"라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김성욱 씨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감 있는 행동, 그리고 또박또박한 말씨 그리고 당당함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기자만들기 수강생들의 당당한 모습은 기자들의 열의 있는 특강에서도 열심히 듣는 자세로 나타났다.
특강 기자들, 우리에게 가슴 벅찬 언론의 의미를 알려주다!
특강수업은 첫째날, 둘째날 셋째날까지 합쳐 총 9명의 기자들의 강연으로 진행되었다. 단 3일 내에 그렇게 많은 특강을 듣는 것이 처음엔 좀 걱정도 되고 했지만, 막상 특강이 시작되자 기자지망생들은 기자들의 특강내용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특강기간 내내 존경하고 정말 멋지다 생각되는 기자들을 수없이 만났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고 막연했던 기자라는 내 자신의 꿈을 좀더 확연히 알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겨레신문> 손석춘 논설위원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느낌은 아직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참 오랫동안 잊지 못할, 벅차오름을 만들었던 그 분은 맑은 눈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강연에 능숙한 달변가도 아니었고, 또 젊은 기자지망생들이 감동할만한 어떤 멋진 멘트도 미리 준비하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나, 아니 젊은 기자 지망생들에게 열정을 안겨주었고, 꿈을 실어 주었다.
기자란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보여주는 것", "복잡한 사회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라는 그의 진실 담긴 말은, 젊은 기자 지망생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만이 아니었다. 김은혜 MBC 기자 겸 앵커의 당당한 모습은 조그마한 인터뷰 취재 하나에도 걱정하고 부끄러워하는 내 자신에 대해 반성의 계기를 갖게 했다.
그녀가 젊은 기자지망생들에게 해주었던 진솔한 취재기는 그들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좀더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언론고시에 학벌의 영향은 정말 크겠지요? 저는‥기자가 정말 되고 싶은데‥."
한 기자지망생이 던진 물음은 모든 기자를 꿈꾸는 이들의 고민을 대변한 말이었다. 학벌주의가 만연해 있는 우리 언론에선 곧 학벌이 기자를 평가하는 전부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당히 이겨내라"는 김은혜 기자의 한마디는 우리에게 그런 언론현실을 이겨낼 용기를 갖게 해주었다.
특강이 끝난 후, 우리들을 즐겁게 했던 일은 특강 내내 인기(?)가 많았던 김은혜 MBC 기자 겸 앵커를 비롯, 많은 기자들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사실 직접 기자와 아나운서를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존경하는 기자, 아나운서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는 일은 어쩜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기자 분들은 바쁜 와중에서도 친절히 우리들을 대해줬고, 그런 모습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다.
밤을 지샌 예비언론인들의 뜨거운 토론! 그들의 열정은 아름답다
많은 기자들의 특강을 받은 후, 이틀 밤동안 우리들이 했던 일은 남녀반을 두 반씩 묶어 토론을 하는 것이었다. 많은 일정을 소화해 낸 고단함 때문에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토론에 대한 관심은 높았고, 그래서 밤을 지새우며 뜨거운 토론이 지속되었다.
내가 속한 E반은 여자 A반과 함께 '나는 왜 기자가 되려고 하는가? 어떤 기사를 다루려고 하는가?' 등에 대해서 심도 깊은 토론을 했다. 사실 그동안 사람들과 기자가 되려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주제의 토론을 한 것은 정말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고 좀더 자세한 토론을 하는 도중, 한 기자지망생의 발언은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대학생인 권경아(22)씨의 말이었는데 그녀는 이곳에 오게 된 계기가 교수님이 추천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론 부럽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추천을 해줄 수 있을 만큼의 믿음, 그것은 적어도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이 기자란 꿈에 대한 생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실 내가 기자란 꿈을 지금까지 간직할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 적어도 나 자신을 믿어줄 사람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주 오래전 인터넷 리포터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 열의 하나만 있던, 그래서 부족한 나였지만, 그런 나를 믿어주었던 담당기자가 있었기에 아직까지 그런 고마움을 가슴에 전하며 기자란 꿈을 간직해 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 기자를 꿈꾸는 내가, 믿음을 줘야 하는 사람은 단지 몇몇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올바른 언론을 믿고 있는 독자가 되어야겠고, 또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적어도 내가 생각했던 기자란 이런 의미였고 이런 생각을 다른 기자지망생들에게 전했었다.
다른 이들의 기자란 꿈을 가진 이유, 그들 역시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자에 대한 믿음과 확신으로 기자를 꿈꾸고 있다. 그런 토론의 과정에서 우리의 2박 3일 오연호의 기자만들기는 끝나가고 있었다.
우리의 열정을 가득 담은 기자만들기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적어도 예비언론인으로서, 그리고 아직 언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이런 열정이 우리 사회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해온 언론의 잘못을 고치고 바꿔 나간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 관계자가 바라본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18기의 모습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캠프에서, 단연 기자 지망생들의 눈길을 끌었던 한 사람이 있다. 밝은 미소와 분홍색 니트가 인상적인 김선애(27) <오마이뉴스> 편집 디자이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자 지망생들은 그녀가 자신들과 같은 기자 지망생인지 아니면 <오마이뉴스> 안내담당 관계자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실 그럴만도 하다. 기자 지망생들의 눈에 비친 그녀는 때론 열성적으로 기자들의 특강에 귀를 기울이고, 또 때론 성심을 다해 특강기자들과 기자 지망생들은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에게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18기 캠프의 의미는 남다르다. 기자란 무엇일까라는 부푼 꿈을 안고 기자만들기를 신청한 기자 지망생들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여러 특강 기자들의 강의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고 한다. 사실 그것 때문에 기자 만들기 캠프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힌다.
하지만 특강 기자들과 기자 지망생들을 안내하랴, 특강 기자들의 강의를 열성적으로 들으랴 정신없어 보였다. 그런 와중에 생긴 에피소드는 기자만들기 캠프 참가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녀의 에피소드는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특강 최초로(?) 2쪽 분량의 인쇄물을 가져온 전영기(중앙일보 정치부 차장) 기자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말한다. "중앙일보 기자분께서 시간에 딱 맞춰 인쇄물을 가져오시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100부나 되는 인쇄물을 복사하려면 특강을 하는 시간에 못 맞출지도 몰랐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바쁠 때였는데 하필 그때 행정실 문이 잠겨 있는 거에요. 정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죠. 결국 다행히 관계자의 도움으로 복사를 할 수 있었긴 했지만‥."
그녀는 그때를 회상하며 인터뷰 도중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캠프에서 본 18기 기자지망생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그녀 역시 신문방송학을 배우면서 한때 기자를 꿈꿨었다. 하지만 그녀는 광고제작이라는 또다른 흥미를 가졌고 결국 그 흥미를 직업으로 살렸지만, <오마이뉴스>라는 과거의 꿈과 관련된 매체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좋게 생각한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의 기자 지망생들은 어떤 모습일까?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 다닐 때 저는 신문 방송학을 전공으로 공부했는데, 그만 기자라는 꿈을 이룰 기회를 놓쳤지요. 여기 모인 분들은 열성도 있고 그런 모습들이 정말 부럽네요"라며 그녀가 느낀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김선애씨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는 어떨까? 18기 기자만들기를 취재하고 있는 김연심 < 오마이TV > 기자는 김선애씨와 만난 지 2박 3일밖에 안되었다며, "마마님이에요. 마마님" 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필자가 이유를 묻자 김연심 기자는 눈치를 힐끔 보며 말을 잇는다.
"상대적인 것, 절대적인 것이 있겠지만 다른 <오마이뉴스> 여성 기자들에 비해 다소곳하고 얌전하다"고 말하며 큰소리로 웃는다. 이런 이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18기 기자지망생들과 마찬가지로 <오마이뉴스>를 만들어 가는 이들 역시 아주 큰 열정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오마이뉴스>는 이렇게 열정을 간직한 이들이 만들어 가는 것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열정을 가진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18기 캠프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우리들의 목표를 완성해 가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