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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7시 성매매 피해여성을 위한 자립 및 창업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 '언니에게 희망을'이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다.

▲ '언니에게 희망을' 홍보 포스터
ⓒ 새움터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센터 새움터와 지현 앤 컴퍼니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콘서트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최근 서울시가 텍사스촌(강동구 천호동의 성매매업소 집결지)의 재개발을 확정하면서 성매매 피해여성의 재활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움터는 이러한 논의에서 성매매를 실질적으로 유지시키는 포주와 성구매자, 일상의 가부장적 문화는 빠져있음을 지적하고,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한 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문제 의식에서 열리는 '언니에게 희망을' 콘서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 마련 사업을 좀더 본격화하고 그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첫 번째 노력이다.

이름없이 목숨을 잃은 피해여성들에 대한 위령제로 시작되는 이번 콘서트에서는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을 비롯한 장필순 등의 음악 공연과 뮤지컬 배우 김영주, 김선영, 박준면이 펼치는 뮤지컬 <시카고>와 퍼포먼스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전시회 '언니들 내음'을 통해 성매매 피해여성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지현은 이번 공연에서 여성들로만 구성된 밴드와 함께 '아저씨 싫어', 'What's up' 등의 노래와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또한 몇 해 전부터 뮤지컬 배우로서의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소망을 키워왔다는 국내 정상급 뮤지컬 배우인 김영주, 김선영, 박준면은 새움터의 제의를 받고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어려운 삶을 표현해보기로 결심했다.

새움터는 어떤 곳인가요?

1996년 11월 두레방에서 일하던 실무자와 자원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열게된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센터이다. 공동작업장 이외에 상담 프로그램과 기지촌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운영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998년 여성발전기금과 시민운동지원기금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 송민성
<시카고> 원작에서 살인죄로 투옥된 여섯명의 여죄수들의 사연을 연기하는 부분이 성매매 피해여성의 삶이 닮아있다는 발상에서 <시카고>의 백미 'Cell block tango'와 'All that jazz' 장면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 밖에 허스키한 중저음이 독특한 장필순과 오소영 등의 독특한 무대가 준비되어있다. 이번 콘서트는 가수와 밴드 등 출연진 전원이 여성이라는 기록적 여성문화예술인들의 마당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콘서트를 기획한 새움터 김양영희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콘서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콘서트를 기획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지난해 인사동에서 '언니들 내음'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던 적이 있거든요. 직업재활센터에서 만든 비즈 공예작품과 십자수 등을 전시한 자리였는데 이때 지현씨가 축하공연을 해주시러 오셨어요. 그 공연이 인연이 되어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오고갔고 그러한 제안이 이번 '언니에게 희망을' 콘서트로 발전한 것이죠.

많은 분들이 왜 굳이 콘서트라는 형식으로 기금을 모으냐고 물으세요. 훨씬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콘서트만큼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열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의 치유적 기능과 무대를 함께 꾸며가며 느끼는 창조적 에너지, 공동작업을 통한 이체동심의 마음 등이 큰 매력으로 생각되었던 거죠."

-이번 콘서트의 준비 과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각 학교 여성운동 단위들과 공연예술이나 성매매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난 3월부터 '언니에게 희망을 콘서트 기획단'이 꾸려졌어요. 현재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센터 새움터, 연세대 총여학생회, 이화여대 여성위원회, 고려대 여학생위원회, 관악여성 모임연대, 숭실대 총여학생회 등이 참여하고 있어요. 기획단 회의와 언니들(성매매 피해여성들)과의 회의를 통해 기획을 잡고 이를 바탕으로 홍보와 기업 등의 후원, 출연자 섭외, 조명음향 등의 하드웨어 선정 작업이 진행되었어요."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어려웠죠. 경제불황으로 기업들의 후원이 눈에 띄게 감소한데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돕는 것이 기업 이미지에 좋지않다는 노골적 차별과 편견으로 기업 후원을 받지 못했답니다. 가수를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같은 가수들도 '성매매 문제는 너무 어둡다', '행사 취지가 너무 심각하고 무겁다'는 식의 반응이었거든요. 지금은 물론 훌륭한 분들이 무대를 꽉 메워주시기로 하셨지만요.

또 하나는 언니들의 신변을 보호하면서 홍보를 해야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는 거에요. 더 많이 홍보하고 공개하면 좋겠지만 언론에 대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에요. 저희야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동참했으면 하고 바라지만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려는 노력들이 아직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보니 방어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이번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언니들이 활기에 넘치신다는 점이에요. 위령제나 특별 공연 등은 모두 언니들의 아이디어예요. 그야말로 언니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거죠. 언니들의 굉장한 창조력을 보고 많이 기쁘고 놀라기도 했어요. 또한 콘서트를 계기로 언니들과 더 가까워진 것같아 모두 만족스러워 하고 있구요. 또한 함께 해주시는 좋은 분들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하다는 점도 꼽을 수 있겠네요."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언니들이 말하는 희망이 무엇인지를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해본다는 사실이겠죠. 언니들의 인간적 삶을 털어놓음으로써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고 나아가 함께 새로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번 콘서트의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언니에게 희망을'이 성공한다면 현재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언니 몇 분이 창업 등의 구체적인 경제적 대안을 찾으실 수 있을 테구요. 이러한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여성들이 성매매 피해를 극복하는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번 콘서트는 단순히 열광하고 흥분하다 돌아가는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틀을 깨면서 느끼는 희열과 인간적인 감동, 예술적 완성도가 함께 하는 공연이 될 것입니다. 이번 콘서트가 많은 분들이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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