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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있어 책은 '만병통치약'이다. 창작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쏟아내고 독서를 통해 고통을 치유받기 때문이다. 그는 수업 시간이나 인터뷰를 할 때나 항상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이 나를 살게한다"는 최현무 교수의 책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지식이 부족하면 인간은 약화된다

ⓒ 송민성
"요즘 젊은이들 참 현실적이고 실용적이에요. 책읽는 것도 마찬가지죠. 깊이있는 책은 부담스러워하고 가벼운 책만 찾구요."

최현무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이 '유아화'됐다는 따끔한 지적부터 한다. 최교수가 대학생일 무렵에는 '대학생으로서 뭔가를 추구한다'는 의식이 강해 많은 학생들이 책읽기에 열을 올렸다. 그가 처음 강단에 섰을 때까지만 해도 적지않은 학생들이 자신을 살찌우기 위해 책을 집어들었다.

"예전에는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개성적으로 조각하려고 애쓰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질문들을 책에서 찾으려는 노력도 많이 했구요."

그에게는 프랑스에서 수학하던 시절 보았던 사람들의 책읽는 모습도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프랑스의 교육은 우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 사실이에요. 방법 자체가 다른 거죠. 학교에서 배우는 문학작품의 양부터 다릅니다. 자국의 문학을 소화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죠."

프랑스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시를 외고 책을 읽는다. 그 분야 역시 철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하다.

"책 한 권을 다 읽도록 교육을 시킵니다. 그러니 우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 거죠."

그러나 오늘날 우리 학생들은 자존적인 사고를 요하는 책은 무조건 어려워하고 힘겨워한다.

"수업 시간에 책을 추천해줄 때도 조심스러워지죠. 깊이있는 책은 부담스러워하니까요."

대신 손쉬운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웹서핑은 새벽 두세시까지 하면서 그 시간에 책을 읽으라고 하면 질색을 하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다.

그는 인터넷의 편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식 창구로서의 역할은 책 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줄 수 있는 지식은 한정적이고 때로는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지식을 얻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물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이 덜 들어가면 인간은 약화되기 마련이에요."

최 교수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진정한 지식이 바로 책에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채널을 통한 지식 접촉에 대해 진지한 문제 제기가 있기 전까지는 인터넷과 같은 채널의 지식 체계는 계속 약화되리라고 전망한다.

책읽기에 정도는 없다

최현무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즐겨했다. 주변에 책이란 책은 모조리 섭렵해버린 그는 초등학교 3·4학년때 이미 <허영의 시장> <무정> 등을 읽었다. 그는 몇학년때 무얼 배웠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몇학년때 무얼 읽었는지는 다 기억할 수 있다며 웃는다.

"뜻도 모르고 읽은 거죠. 하지만 그 작품들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나이때 유독 민감하게 다가오는 문제들은 있게 마련이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소화하는 거에요."

그래서 최 교수는 책읽기에는 정도(正道)가 없다고 말한다. 많은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음식점의 겉모습만 보고 음식이 맛있을지 없을지를 가늠하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다보면 직관적으로 자신이 읽어야 할 책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쩌다 생긴 체계"에 따라 책을 읽는다.

"많은 책을 읽다보니 편견없이 책을 대할 수 있게 되더군요. 어떤 기상천외한 발상이나 이야기라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는 거죠."

특히 소설을 쓰면서 동료의 작품을 보는 마음은 남달라진 구석이 있다.

"아무래도 좀더 민감하게 꼼꼼하게 읽으려고 하죠. 동업자적 감각으로 '이 사람은 이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바라봤구나' 등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보게 되는 것같아요."

그는 자신의 책읽는 방식을 '모험'이라고 표현한다. "어느 달에는 한달 내내 역사서를 읽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다른 책을 집어드는" 식으로 "변덕을 부린다"고 말한다. 그는 그것이 책읽는 재미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도 꼭 다시 읽게되는 책들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 나를 감동시킨 작품들은 꼭 다시 읽어봐요.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면서요. 니체나 프로스트,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작가들이 그래요."

최 교수는 이렇게 "에둘러갈 수 없는" 책들이 바로 좋은 책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접근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책이야말로 가치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일단 본질을 뚫고나면 아류나 거품, 모방에 대해서는 금방 식별안이 생긴단다.

이러한 '본질적인' 책들을 중심으로 책읽기를 시작하다보면 사고의 폭도 넓어지고 지식의 양도 늘어날 것이란다.

"이런 좋은 책들이 많은 것같아보여도 실제로는 그리 많은 것도 아닙니다. 한 분야에서 열권 정도 읽는다고 생각하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죠? 또는 열 작가 정도 선정해서 이들만 관리하겠다고 마음 먹어 보세요. 그 작가들이 내는 책만 따라 읽어도 책을 놓고 살지는 않을 수 있답니다."

책은 나의 만병통치약

그에게 있어 책은 만병통치약이다. 자신의 궁금증과 고통을 치유해주는 만병통치약. 그는 책은 삶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삶에 대해 던지는 모든 질문들이 책 속에 있고 그 답도 책 속에 있어요. 책이 내가 현실을 보는 눈을 길러주고 책을 통해 내 현실을 이야기하죠. 이렇게 끝없이 순환하면서 성장하는 것같아요."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로 이상, 강경애, 카프카, 사르트르 등을 꼽았다. 최근에는 버지니아 울프가 좋아졌다. 독자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은 끝도 없이 나열된다. 그 중 "문학 작품이면서도 철학적이고 삶에 대한 질문을 무한히 던져주는" 작품들로 라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부인>,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 에밀 졸라의 <야수 인간>,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등을 추천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작품을 읽을 때 간접 경험을 한다는 마음으로 읽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소설은 인간의 본성과 인류의 생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삶에 대한 대응력이 늘어나는 것이죠."

최현무 교수는 청춘은 자신의 젊음과 재능을 실험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가방 속에서 하나씩 꺼내버리고 대신 깊이있게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가방을 두둑히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두둑한 가방을 짊어매고 인생이라는 여행길에 오르길 바란다. 그래서 내일도 그 다음날도 그는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세트] 허영의 시장 1~2 세트 - 전2권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지음, 서정은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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