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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강역
ⓒ 권기봉
어딜 나가자니 엄두가 안난다. 선풍기 바람 쏘이면서 수박이나 한쪽 먹고 싶고, 괜히 은행에 가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나 쐬고 싶은 여름. 초복도 지나고 이제 한여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런데 덥다고 마냥 집안에만 머무를 수는 없잖은가?

아이는 휴일이라도 함께 놀자고 보채고 사랑스런 연인은 그동안 변변한 데이트 한 번 못했다며 인상을 찌뿌린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후끈후끈’ ‘끈적끈적’ 불쾌지수가 높아만 가는 7월 중순. 나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쩌면 그러한 고민은 사치 혹은 게으름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꼭 50년 전의 한반도는 열기 그 자체가 휩쓸고 있었다. 찌는 듯한 더위? 당시 사람들에게도 역시 후텁지근한 날씨였겠지만 아마도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 게다.

1950년 6월 25일을 기해 시작된 한국전쟁. 그 지리한 싸움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는 휴전을 몇 시간 앞둔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증오와 한 치라도 더 땅을 늘린 상태에서 정전을 맞아야 한다는 강박은, 최후의 한 순간까지도 양측 군인들을 극단으로 몰아갔다. 그들에게 있어 여름은 사치였을 것이다. 그저 잔인한 전투만 있었을 뿐.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 경의선 타고 언제쯤 신나게 달릴 수 있을까
ⓒ 권기봉
전쟁의 흔적과 2003년의 휴전 상황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일산을 지나 자유로를 달리면 그 끄트머리에 쇠락한 건물 하나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임진각. 지난 19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의 상흔이 아로새겨져 있는 곳으로, 임진강지구 전적비를 비롯해 1983년 버마 아웅산 국립묘소를 참배하다 북한에 의해 폭사한 17명의 외교관을 추모하는 위령탑 등이 있어 지나간 '야만의 시대'와 그 이후의 반 세기를 돌아보게 한다.

임진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타는 사람 없어 쓸쓸한 바이킹도 아니고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을 특산물이랍시고 파는 특산물 판매대도 아니다. 일명 ‘자유의 다리’와 폐허로 남은 철교의 교각, 그리고 그 옆의 복구된 경의선 철로를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자유의 다리는 지난 1953년 한국전쟁에 의한 포로 1만2773명이 귀환할 때 넘어온 다리로, 이 일을 통해 ‘자유의 다리’라 불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동과 서에 두 개의 교량이 있었으나 전쟁을 거치면서 모두 파괴되고 고작 교각만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전쟁 포로 송환을 위해 서쪽 교각 위에만 철교를 다시 복구하고 그 남쪽에 임시 다리를 만들었는데, ‘자유의 다리’가 바로 그 다리다. 임진강을 건넌 포로들이 이 자유의 다리를 지나 남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이 다리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목재 부분이나 철제 부품 등을 대부분 교체해, 지난 1996년 12월 24일 이후 경기도 기념물 제16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 자유의 다리
ⓒ 권기봉
물론 지금 자유의 다리는 ‘다리’가 아니다. 다리의 본래 목적이란 것이 길을 잇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 자유의 다리는 길을 잇고 있다기 보다 단순히 길의 끝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은 갈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암시할 뿐이다.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인지 그 옆으로는 임진강역을 지난 경의선이 도라산역을 향해 내달리고 있으니 자유의 다리도 다시 길의 역할을 할 날이 올까?

자유의 다리 근처에 있는 망배단은 매년 설날이나 추석 때면 고향을 북에 두고 오거나 가족 친지를 남겨 두고 온 이라면 꼭 찾아 차례를 지내고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지금은 더 북쪽의 도라산역이 개방되어 이곳의 의미가 퇴색되기는 했으나 이곳에서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 너머로 보는 북녘 땅의 의미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전망대에서 보는 북녘 역시 푸르겠지?

▲ 한반도 모양을 본뜬 연못이 자유의 다리 옆에 있다
ⓒ 권기봉
그러나 임진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를 타고 임진각으로 오기 전에 있는 오두산성 자리의 통일전망대가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이 지역은 북한 지역과의 직선 거리가 460m로 비무장지대(DMZ)가 휴전선 155마일 중 가장 짧은 곳이다. 북쪽 지역이 보임은 물론이다.

한편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 55번지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최북단역인 도라산역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서 고작 56km, 평양에서는 205km 떨어져 있는 이 역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역으로, 지금은 남북간 갈등 요소가 거듭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면 남북 화해의 물꼬가 될 역설적인 곳이다.

도라산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라전망대가 있다. 송악산 OP(Observation Post; 관측소)가 폐쇄되면서 마련된 것으로, 북한땅을 볼 수 있는 최북단 전망대다. 이곳에서는 개성의 송학산과 개성시 외곽 등을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다.

물론 더욱 북쪽으로 올라가면 판문점에 다다른다. 지난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을 체결한 곳으로, 남북 대화나 군사정전회담 등이 열리게 되면 줄곧 판문점을 이용해왔다. 원래는 남북 각각 35명의 장병들이 함께 경비를 했으나, 지난 1976년 8월 18일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 중 남북간에 벌어진 충돌로 분할 경비를 서고 있다.

일부 시설은 가기 전에 신청해야

ⓒ 권기봉
그러나 국경이 지척인 만큼 출입에 제한이 따르는 곳도 있어 떠나기 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도라산역으로 가는 열차는 하루 3회이며 일단 임진강역에서 내려 출입 허가 절차를 밞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또 하루 출입이 가능한 인원이 300명인 관계로 기차표 발매 역시 이에 따른 제한을 받기 때문에 미리 철도고객센터(전화: 1544-7788 ; 전국 공통) 등에 문의하는 편이 낫다. 도라산역 연계 관광 프로그램은 도라산역과 도라전망대, 제3땅굴, 통일촌 등을 어른 8700원, 어린이 6700원, 장애인 및 국가 유공자 3300원의 요금에 이용할 수 있고, 서울역에서 출발할 경우 도라산역까지 기차삯은 편도 1300원이다.

▲ 자유의 다리 한쪽에 있는 솟대. 어떤 꿈을 갖고 비상할까.
ⓒ 권기봉
또 판문점은 만 10세 이상 30~43명의 단체에 한해 관람이 허용되는데, 몇몇 여행사에서 대행하기 때문에 단체 요건을 충족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판문점 역시 미리 관람 신청을 해야 하는데, 거주지의 시도 국가정보원 상담소(전화: 080-999-1113 전국 공통)를 통하면 된다. 관람 신청 후 실제 관람하기까지 약 2~6개월이 걸려, 판문점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미리 신청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파주관광안내센터를 통해 여행과 관련된 사항들을 문의할 수 있는데, 031-953-4744나 www.dmzpaju.com/travelbrochure/travelbrochure.htm을 이용하면 편하다. 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면 각종 주제별 여행 안내 및 식당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 예부터 ‘파주’ 하면 알아주던 매운탕집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비가 그치면, 떠나자!

이번 주말에는 비가 온단다. 마치 잘 만났다는 듯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꺾일 모양이다. 자 귀여운 아이들 손을 꼭 붙잡고, 사랑하는 연인과 팔짱을 끼고 집을 나서보자. 혼자라고? 걱정할 것 없다. 혼자 하는 여행의 매력, 이거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으로부터 53년 전 시작된 전쟁, 그리고 50년 전 휴전한 전쟁. 말 그대로 한국전쟁은 양상을 달리할 뿐이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일지 모른다. 날로 드세지는 핵 갈등의 끝이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러한 일이 아직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지 궁금하고, 또 답답하다면 임진각을 비롯한 파주 근방을 찾아볼 일이다. 당신은 그곳에서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게될 것이고, 인간 존재의 미련함을 보게될 지도 모를 일이다.

▲ 임진각에 있는 자유의 종
ⓒ 권기봉

임진각과 통일전망대, 어떻게 가나?

▲ 경의선 열차 출발지 기준 운임표
ⓒ파주시

첫 기차는 서울역에서 오전 6시 출발하며, 마지막 기차는 오후 10시 40분 출발이다. 임진강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철 기차는 임진강역에서 오전 10시 21분 출발하며, 마지막 기차는 오후 6시 21분이다.

한편 임진강역에서 출발해 도라산역으로 들어가는 기차는 하루 3회 있는데, 오전 10시 39분, 오후 12시 39분, 오후 2시 39분 출발한다. 도라산역에서 임진강역으로 돌아오는 기차는 각각 오후 1시 19분, 오후 3시 19분, 오후 5시 19분에 임진강역에 도착한다.

한편 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해 통일전망대와 임진각 등에 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떠나기 전에 파주시 홈페이지에 들러 자세한 도로 정보 등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1. 통일전망대

◇ 대중교통이용
- 철도 및 버스 : 경의선 금촌역하차~성동리행2번버스~통일동산 주차장
- 버스 : 909(불광동), 912(서울역), 158-2(서울역)금촌역앞 하차~성동리 행 2번 버스 / 567(신촌역,일산경유), 77-33(신촌전철역,일산경유), 금촌역하차~성동리행 2번~전망대

◇ 성동리행 2번 버스 배차시간
금촌터미널 - 대동리
06:20 - 07:00
07:40 - 08:20
08:50 - 09:30
10:20 - 11:00
12:05 - 12:45
13:30 - 14:10
15:00 - 15:40
16:20 - 17:00
18:10 - 18:50
20:30 - 21:10
20:40 - 22:20

◇ 자가용 이용
- 김포국제공항~행주대교~자유로~통일전망대 주차장(30분)


2. 임진각

◇ 대중교통 이용
- 철도 및 버스 : 경의선 문산역 하차 ~ 문산역 ~ 94버스 ~ 임진각
- 버 스 : 909(불광동), 922(광화문) 문산터미널 하차 ~ 94버스 ~ 임진각

◇ 자가용 이용
- 서울(남대문) ~ 벽제 ~ 문산 ~ 임진각관광지(1번국도 종착점) - 80분소요
- 김포공항 ~ 행주대교 ~ 자유로 ~ 문산 ~ 임진각관광지 - 40분소요


3. 제 3 땅굴

◇ 대중교통
- 철도·버스이용 : 경의선 문산역 ~ 문산터미널(94번스) ~ 임진각도착
- 버스이용 : 909(불광동), 922(광화문), 문산터미널(94버스) ~ 임진각도착

◇ 관광버스
- 서울 ~ 통일로 ~ 벽제 ~ 문산 ~ 임진각 ~ 통일촌 ~ 제3땅굴
- 김포공항 ~ 행주대교 ~ 자유로 ~ 임진각 ~ 통일촌 ~ 제3땅굴


4. 도라 전망대

◇ 대중교통
- 철도·버스이용 : 경의선 문산역 ~ 문산터미널(94번스) ~ 임진각도착
- 버스이용 : 909(불광동), 922(광화문), 문산터미널(94버스) ~ 임진각도착

◇ 관광버스
- 서울 ~ 통일로 ~ 벽제 ~ 문산 ~ 임진각 ~ 통일촌 ~ 제3땅굴
- 김포공항 ~ 행주대교 ~ 자유로 ~ 임진각 ~ 통일촌 ~ 제3땅굴
※ 승용차 : 진입불가(통제)

"* 문의 : 파주관광안내센터(031-953-4744)
파주시 문화재 안내(ww.dmzpaju.com/travelbrochure/travelbrochure.htm /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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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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