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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 권우성, 권박효원 기자
정리 : 김영균 기자



7월 22일 핵폐기장 반대 부안 1만인집회 및 경찰진압 스케치
촬영-장광수, 김정수(핵추방 범부안대책위)/편집-김효정(전주환경운동연합)


▲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선정위원회 장인순 위원장이 24일 산업자원부 대회의실에서 부안군 위도를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의 적합부지로 확정,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13신: 24일 오전 11시 30분>

산자부, 위도 핵폐기장 부지 최종 선정
대책위 "산자부의 탁상공론 예견된 결과"


산업자원부는 24일 오전 11시경 부안군 위도면을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 하지만 부안 군민들은 25일 전북도청 앞에서 1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산자부는 이날 오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를 열고 위도의 부지 적합성 여부를 심의했다.

경찰청, '핵폐기장'시위 특별수사 지시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 경찰청은 24일 전북 부안군 핵폐기장 유치 반대 시위와 관련, 한휴택(韓休澤) 전북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편성, '중요 피의자' 11명을 조기 검거하라고 전북경찰청에 특별 지시했다.

조기 검거 대상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진원 부안군 농민회장과 서순양 전 농민회장, 최동화 농민회원, 김종성 부안군의회 의원, 긴급체포 대상자인 고영조 개혁국민정당 부안위원장 등이다.

경찰청은 또 김종규(金宗奎) 부안군수 '체포조' 대장인 김종균 부안 격포 지역 발전협의회 사무국장과 각서를 받은 뒤 훈방했던 신 권 전 체포조 대장, 허윤하.김창호.김현채.권구호 농민회원 등을 소환수사하고 이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청은 또한 시위 관련자를 임의동행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할 때 훈방 등 임의로 처리하지 말고 반드시 형사입건 위주로 사법조치하고 경찰청에 즉시 보고한 뒤 사전 지휘를 받도록 했다.

경찰청은 이밖에 순찰차 등을 최대한 동원해 순찰을 강화하고 조사계 직원 등 경찰관을 최대한 동원해 신속히 수사하도록 했다.
부지선정위는 "지질조사 및 해양지구물리탐사 결과, 위도는 대규모 암체가 잘 발달돼 있고 주 암종인 응회암이 매우 치밀하며, 과학기술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및 사용후핵연료중간저장시설의 위치 기준상의 결격사유인 활성단층 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범부안군민대책위 측은 "부안은 서해안 중 지진다발 지역이다. 또한 핵폐기장이 들어설 위도면 치도리 일대에는 위도에서 유일하게 논이 있고 위도민의 식수를 공급하는 등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지하수층이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대책위는 "10여일동안 핵폐기장 부지 지질 조사를 해서 적합 판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활성단층 여부를 조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부지선정위원회는 정부 3인, 학계 및 연구계 8명, 언론계, 사회단체, 한수원 각 1명 등 전체 14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15일부터 6차례의 회의를 통해 종합 평가작업을 진행했다. 선정위는 지질, 지질, 수문조건 등 부지환경과 투자효율성, 부지활용성, 항만설치 용이성, 전력. 용수 인프라 접근 용이성 등 17개 항목으로 부지적합성을 평가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위도는 내년 8월까지 1년간 환경조사를 거친 뒤 토지 매입 등 부지조성작 업을 시작한다. 관리센터는 오는 2006년부터 건설될 예정이다.

한편, 부안 현지에서는 곧 산자부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2시 부안시내 수협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대책위는 이날 발표에 대해 "산자부가 급조한 부지선정위원회를 통한 형식적인 탁상공론의 전형이며 부지선정위원회의 전문가들은 부안을 핵폐기장으로 결정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이용된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성명을 밝혔다.

대책위 집행부 측은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고, 오늘 특별히 과격하게 시위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민들이 산자부 발표에 분노하고 있어 대책위 집행부가 이들의 돌발적인 행동을 통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책위 측은 25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 23일 오후 핵폐기장 건설 반대와 군수 퇴진을 촉구하는 부안군민들이 군청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 부안군 수협앞에서 집회를 마친 군민들이 군청을 향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12신: 23일 오후 7시 30분>

충돌없이 군청 앞 집회 마무리
"끝까지 싸우자" 장기전 결의


부안군민들은 오후 7시까지 부안군청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군민들은 이날 경찰에 대해 전혀 폭력을 쓰지 않았고 군청 진입도 시도하지 않았다. 시위 지도부는 "오늘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날이다. 내일과 내일 모레 싸우자"며 비폭력을 유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원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농성장은 이가 듬성듬성 빠진 상태. 학생 참가자와 주부 참가자들이 먼저 자리를 떠났지만, 환자복을 입은 채 끝까지 농성에 함께 한 참가자도 있었다. 농성이 끝날 때까지 군민들의 자유발언과 노래가 이어졌다.

발언이 길어질 때에는 주변 동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군민들은 대부분 발언에 대해 '그러죠' '옳소'라며 박수를 보냈다. 김종규 부안군수나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되면 '나쁜 XX'라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노래에는 '얼쑤'라고 흥을 돋구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이마를 찍혔는데 피가 흐르지는 않고 대신 골이 아프다"는 문정현 신부는 전날에 이어 다시 군청 앞 시위에 결합했다. 문 신부는 "이런 군수와 도지사를 국회의원 시킬 수 있냐. 다음 총선에 두고보자"고 발언해 박수를 받았다. 군민들은 문 신부에게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외쳤다.

농성이 끝날 무렵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도착했다. 전날 시위 폭력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단의 일원으로 이선종 교무와 함께 부안에 내려온 서 총장은 "내일이면 변호사도 내려올 것이다. 병원과 경찰서를 방문해 폭력진압 상황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또한 "15년 동안 아무 곳에서도 핵폐기장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정부는 그 근본원인을 생각해서 정책을 바꿔야 한다"며 "어느 곳에서도 핵폐기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돌발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부안이 다시 21일과 같은 '전쟁터'가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가 폭력 자제를 호소하고 있고, 군민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해서는 이길 수 없다"는 여론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후 부안의 반핵운동은 장기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군민들은 "폐기장 유치를 막기 위해 150일간 싸웠던 고창처럼 우리도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자주 했다. 법적대응, 서명 및 모금운동 등이 제안되기도 했다.

당분간 군민들은 매일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25일 오전에는 전북도청 앞에서도 핵폐기장 반대집회를 가진다는 계획이다.

▲ 군청앞에서 부안제일교회 어린이들이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11신: 23일 오후 6시>

둘째날 집회 충돌 없이 마무리 국면


부안군수, 정 의원에 TV토론 제의

(부안=연합뉴스) 박희창 기자 =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는 원전관리물 센터 유치와 관련한 22일의 군민반대 시위와 관련,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 갈등과 분열을 끝내고 미래를 위한 합리적 논의에 군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지역구(고창.부안)의원인 민주당 정균환의원에게 TV 찬반토론을 제안했다.

김군수는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통해 "군정의 책임자로서 안타깝고 유감스럽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없다"며 "집단의 힘으로 정부 정책을 바꾸려는 시도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고 폭력과 대립이 난무하는 갈등은 지역 발전에 백해 무익하다"고 밝혔다.

김군수는 주민들은 원전센터가 세워지면 '죽음의 땅'이 되고 '결혼조차 어렵다'는 식의 선전 선동과 터무니없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군수퇴진운동까지 벌어지는 마녀사냥식 폭압이 난무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각종 집회에 참석, 원전센터 유치에 반대하고 있는 정균환의원에게 TV 찬반 토론을 제의했다. 김군수는 정의원이 만약 TV토론에 나서지 않을 경우 참여정부 출범이후 불안해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만회하기위한 수단으로 핵반대 여론에 편승한 것으로 밖에 볼수없다고 덧붙였다.

김군수는 원전센터와 양성자가속기 2개의 국책사업을 유치하면서 개인적인 이해나 추후의 정치적 입지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며 "결과로 보여주고 당당하게 심판받겠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안전성 확인을 위한 국내외 관련시설의 견학, 반대측 인사들로 구성된 주민감시위원회 구성 등도 약속했다.
오후 6시 현재 부안군청 앞에 모여 있는 군민들은 약 800여명 정도다. 이 외에도 주변에 흩어져 있는 집회 참가자들은 약 10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오후 4시부터 현재까지 군민들의 자유발언과 노래자랑 등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일부 군민은 김종규 군수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고, 때때로 아리랑이나 각설이타령과 같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대열 뒤쪽으로는 몇 군데씩 모여 앉은 농민들이 맥주나 막걸리잔을 나누고 있다. 인근 방앗간 주인은 시위대를 위해 떡을 제공하기도 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남자는 "김종규가 돈에 눈이 멀어 고향을 팔아넘기고는 경찰을 호위병 삼아 몇 백명씩 달고 다닌다"며 "이런 사람이 우리 지역 군수인 것이 남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대건(73)씨는 "내가 20년만 젊었어도 같이 했을텐데 기력이 쇠해 그러지 못한다. 핵폐기장 반대에 나선 젊은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이번 싸움은 장기전으로 갈 것 같으니 법적 대응 뿐 아니라 서명운동, 모금운동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한 "경찰이 무슨 죄가 있냐. 경찰에게 두꺼운 옷을 입혀 짜증나게 하는 것이 독재시절부터 써먹은 정부의 심리전"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집회에 앞서 부안제일교회 신자 100여명은 핵폐기장 유치 신청 철회를 위한 기도회를 잠시 가졌다. 군민들과 함께 행진하다가 먼저 군청 앞에 도착한 신자들은 "핵은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아닙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황진형 목사는 "핵폐기장이 들어서지 못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고 부안을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집회장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등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지만 더운 날씨와 지루한 대치로 전날과 같이 격앙된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일부 군민들 사이에는 지친 표정이 엿보이기도 했다.

군민들은 신문을 나눠보며 핵폐기장 관련 기사들을 확인했는데, 현장에 나온 기자들에게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군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일부 군민들은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건넸지만 대부분은 "언론은 우리를 폭도로 몰고 있다. 취재 필요없으니 나가라"며 불신을 나타냈다.

대책위는 군민들 사이에서 음주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폭력 충돌을 우려해 둘째날 집회를 일몰전까지만 진행할 예정이다.

▲ 22일 시위에서 부상당한 군민들이 환자복을 입은 채 집회에 참석했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10신: 23일 오후 4시30분>

"김종규는 미꾸라지" "신종 '김종규병'이 돈다"
부안군민들 부안 군수 집중 성토


23일 오후 2시20분부터 시작된 집회장은 김종규 군수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이날 집회의 발언대에 선 부안군민들은 김종규 군수의 이름을 불러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진(변산면) 군의원은 "군의회에서 부결시킨 핵폐기장 유치를 김종규가 신청한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며 "미꾸라지 하나가 물을 흐리고 있는데 미꾸라지는 추어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부안군에서 한의원을 열고 있는 한의사 서동진씨는 "요즘 '김종규병'이라는 새로운 병이 나돌고 있다"며 "이 병의 증상은 '무엇이든지 혼자 결정하고 하루 만에 말을 바꾼다'는 것인데, 의사로서 안타까운 것은 이 병엔 몽둥이밖에 약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서씨는 또 전북의사협회가 '핵폐기장 유치 찬성' 성명을 발표한데 대해 "의사협회가 강현욱 지사에게 속고 있다"며 "오늘(23일) 전북의사협회에 대표자를 보내 사과성명을 요구했으며, 모레까지 효과가 없으면 전주 의사협회 사무실에 가서 집회를 열 예정이니 부안군민들도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3시30분이 되면서 참가자들은 시내를 돌며 군청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부안군민대책위는 행진 도중 발생할 '폭력 사태'를 우려해 미리 "어떤 무력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며 참가자들에게 주의를 줬다.

대책위는 "절대로 폭력을 써서는 안되며 함성이나 연호도 하지 말고 그냥 침묵을 지키며 시위하자"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참가자들도 풍물패만 앞세워 행진할 뿐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

오후 4시경 군청 앞에 도착한 이들은 군청 앞에서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경찰은 전날의 폭력사태를 사전에 막으려는 듯 군청 앞 거리에 대형 덤프트럭 2대를 세워뒀다. 일부 참가자들이 덤프트럭을 밀어내 3m 가량 뒤로 밀어냈다. 오후 4시30분 현재 집회 참가자 1800여명과 경찰 800여명이 군청 정문 앞에서 대치중이다.

"부안군민들의 관용을..."
핵폐기장 유치 위원장 사퇴... 찬성 단체 '사과 성명'

▲ 이영택 전 부안군 핵폐기장 유치위원장의 사퇴서.
ⓒ전북 인터넷 대안언론 참소리 제공
23일 열린 부안군 위도면 핵폐기장 유치 반대 집회에서는 전날 대책위 집행부에 전달된 2장의 '사과문'이 공개됐다. 하나는 부안군 핵폐기장 유치위원장인 이영택씨의 위원장직 사퇴서를 겸한 사과문, 다른 하나는 부안군 중기인연합회에서 보낸 성명서다.

이영택씨는 현재 병원에 있으며, 23일 동생을 통해 위원장직 사퇴서를 '핵발전소 추방 부안군민대책위(집행위원장 김종성)'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안군 중기인연합회도 22일 성명을 통해 "지역발전을 바란 작은 애향심이 얼마나 무모하였는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부안군민들의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용서를 구했다.

다음은 이영택 전 위원장의 사퇴서와 중기인연합회 성명 내용.

"핵폐기장이라는 어마어마한 난제를 놓고 깊은 생각과 지식, 성찰 없이 지역개발이라는 작은 애향심의 발로가 큰 착각과 과오를 가져오게 했다. 저의 잘못을 크게 반성하고 유치위원장직을 사퇴한다. 더 이상 반복과 갈등이 없기를 바라면서 우리 군민이 하나로 뭉쳐 핵반대 대열에 설 수 있도록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에게도 관용을 베풀어 달라."(이영택 전 부안군 핵폐기장 유치위원장)

"김종규 부안군수의 원전수거물 유치 결단은 지역경제 발전의 호기라는 짧은 생각을 지역신문에 게재하였으나, 우리들의 작은 애향심이 얼마나 무모하였는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 우리들의 작은 힘이나마 핵폐기장 반대 대열에 쓸 수 있도록 관용을 베풀어 달라."(부안군 중기인연합회) / 김영균 기자

<9신: 23일 오후 3시>

깁스하고 붕대 감고 다시 거리로
부안군민들, 핵폐기장 유치 반대집회 재개


23일 오후 2시20분경 핵폐기장에 반대하는 부안군민들의 이틀째 집회가 시작됐다. 장대비가 쏟아진 전날과 달리 무더운 날씨에 햇볕까지 강해 군민들은 주변 가게에서 모자를 사서 쓰거나 우산을 펼쳐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부안군 수협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약 1800명 정도. 첫날 집회보다 인원이 많이 줄었지만 곳곳에 깁스를 하고 붕대를 맨 참석자들이 있어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부안군민들의 결연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집회 현장에는 또 전날 시위대의 부상을 치료했던 부안성모병원 의사, 간호사들과 이사진 등 병원 관계자들까지 '핵폐기장 반대'라는 머리띠를 매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22일 시위에서 경찰의 방패에 맞아 목뼈에 골절상을 입은 부안군민 신권(57)씨.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목에 깁스를 한 채 집회에 참석한 신권(57)씨는 "어제 시위에서 방송을 담당했는데 그것이 경찰에게 표적이 돼 무차별 구타를 당했다"며 "도망치는 나를 경찰 10여명 정도가 30미터를 쫓아와 폭행하면서 안경을 빼앗아 부서뜨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씨는 전날 시위 도중 부상으로 일곱번째 목뼈가 골절되고 찰과상이 남아있어 몇주 정도 치료를 해야 하지만 응급치료만 받고 집회장으로 나왔다.

신씨는 "정부의 부도덕성을 알리고 힘을 보태기 위해서 아픈데도 불구하고 참석했다"며 "군수 퇴진만이 전부가 아니라 정부가 근본적으로 핵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참가자인 이순렬(46)씨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이씨는 "뒤통수가 찢어져서 17 바늘을 꿰맸다"며 "전날 다른 시위 참가자가 팔에 피를 흘리고 있어 지혈해 주고 있었는데 경찰이 느닷없이 방패로 찍었다"고 말해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했다.

이씨는 또 "어제 군민들이 너무 과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처음에 군민들은 젓갈을 던지며 항의했을 뿐"이라며 "경찰에서 먼저 소화기를 쏴서 군민들이 흥분, 돌을 던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단순히 젓갈만 던졌을 뿐인데, 사람이 다칠 일도 없는 것을 두고 경찰이 소화기를 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부안에 국립공원을 만들면서까지 '아름다운 부안'이라고 하더니 이제와서는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바다에 핵폐기장을 세웠다가 문제가 생기면 우리나라 바다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시위로 밀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한 성모병원의 한 의사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첫날 시위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으나, 23일 집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해 전날과 같은 충돌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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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시위, 왜 폭력으로 막아서나"
환경사회단체, 청와대 앞서 규탄 기자회견

▲ 23일 오후 반핵국민행동 주최로 '합법적 부안군민 핵폐기장 백지화 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과잉진압 규탄 기자회견'이 청와대 부근 신교네거리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22일 부안군민들의 '핵폐기장 유치 반대'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대응과 관련 환경단체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 사회단체와 부안군대책위는 23일 오후 청와대 앞 신교사거리에서 '합법적 부안군민 핵폐기장 백지화 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과잉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폭행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환자복을 입고 참석한 이병학 (47) 전북도의원은 "부안군수은 군민의 의견 수렴없이 단독으로 일을 처리했다"며 "이에 대한 합법적 시위였는데도 경찰의 폭력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염형철 (반핵국민행동) 실장은 "집회는 오히려 끝나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경찰이 시위대 행렬로 밀고들어오면서 일방적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염 실장은 트럭으로 경찰을 밀어붙인 것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염 실장은 "어제의 충돌은 경찰간부들과 정부로부터 유도되고 조장되었다"고 말했다.

서지원 (위도대책위)씨는 "주민들이 보상금과 유언비어에 속아 찬성하게 되었다"며 "보상금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주민들이 반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현 변호사는 "핵은 단순한 혐오시설을 넘어선 대단히 위험한 시설"이라며 "정부는 핵폐기장으로 발생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핵국민행동 측은 "정확한 파악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100여명이 부상당하고 입원한 환자만 50명, 중환자가 40명이 이른다"면서 경찰청장의 사퇴와 관련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환경운동에 대한 이러한 탄압은 없었다"며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흥식 사무총장은 "지난번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농민이 실명을 하는 사태에 대한 공동조사가 이루지는 과정에서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전농이 총력투쟁으로 규탄할 것"이라며 시민단체와의 연계의 뜻을 밝혔다.

불교계 대표로 참석한 세영 스님은 반핵국민행동 입장발표에서 △노무현정부의 경찰 문책 △부안 군민의 민의와 진심파악 △핵 정책 폐지와 대안정책 제시를 요구했다. 반핵국민행동은 기자회견 뒤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접수하고 경찰청 책임자와의 면담에 나섰다. / 정민규 기자

<8신:23일 낮 1시>

조용한 일상의 모습을 되찾은 부안
오후 2시 열릴 시위 대비해 곳곳에 경찰 배치...긴장감 감돌아


23일 오후 1시 현재, 부안 시내는 조용한 일상의 모습을 되찾았다. 전쟁터를 방불했던 전날의 시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대부분의 가게가 영업을 재개했으며, 부안군청측은 유리병과 돌, 젓갈 등으로 어지럽던 도로를 깨끗이 청소했다.

하지만 오후 2시에 열릴 군민들의 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시내 곳곳에 경찰들이 대기하는 등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경찰측은 22일 격렬한 시위로 군민들이 많이 지쳐있고, 산업자원부가 오늘(23일) 전북 부안군 위도에 대한 원전수거물(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 지정을 연기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시위 규모는 다소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김제나 익산 등에서 경찰을 파견받아 곳곳에 배치해두었다.

경찰은 또 부안군청 내에 종합상황실을 두고 병력 배치와 시위 상황을 논의하고 있다.

군청 앞 컨테이너 박스에는 김종규 군수에 대한 욕설이 빼곡하게 낙서되어 있다. 시내 가옥이나 택시들은 핵폐기장 반대 깃발을 달았다. 오후 2시에 열릴 집회 참가를 호소하는 방송이 간간이 들리고, 군민들도 삼삼오오 모여서 핵폐기장의 위험성이나 전날의 시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한편 전북 경찰청 공보실 관계자는 22일 경찰 피해상황에 대해 "총 66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은 찰과상 등의 경상으로 응급실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부대로 돌아갔다. 단, 군청 앞으로 돌진하던 시위 트럭에 치인 경찰 10여명은 현재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서울기동대 소속 박모(21)일경은 골절과 무릎 손상 등의 중상을 입어 23일 새벽 서울로 긴급 후송됐다. 트럭을 운전한 이모(27)씨는 22일 시위 당시 경찰들에게 연행됐다.

공보실 관계자는 "곤봉 사용을 자제하고 방패만을 사용해 경찰 피해가 컸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군민 대부분은 방패에 찍혀 다쳤다"고 말하자 이 관계자는 "방패를 뺏고 뺏기며 실랑이하는 과정에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 22일 오전 전북 부안군 수협앞에서 8천여명의 군민이 참석한 가운데 '핵폐기장 건설 반대 및 군수퇴진을 위한 부안군민 일만인 궐기대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부안군청앞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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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부안군 수협앞에서 열린 핵폐기장 건설반대 집회장에 환자와 간호사가 함께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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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시위대가 부안 교육청앞 네거리에 쌓아둔 폐타이어에 불을 붙여 외곽으로 통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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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신: 22일 오후 10시 30분>

"부안에서 이렇게 큰 시위는 처음
군민들, 끝장 볼 때까지 싸우겠다"


부안군청 앞에 모인 군민들은 오후 10시경 자진해산했다. 군민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떠나며 "내일 또 와야지" "다음엔 제대로 하자" 등의 대화를 나눴다. 군민들은 빗속에서 오랫동안 시위를 벌여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이날의 시위와 경찰 진압에 대해 "광주 민주화운동 때같다"고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한 70대 노인은 "부안 살면서 이렇게 큰 시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원전센터 반대시위 10∼20여명 체포 검토
전경 1명, 시위 차량에 치여 중태

(부안=연합뉴스) 임 청 기자 = 시위대와 전경 등 8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원전수거물관리센터(원전센터) 유치 반대시위 폭력사태를 수사중인 전북 부안경찰서는 현장에서 촬영한 주동자와 폭력가담자의 사진을 판독하는데 주력했다.

경찰은 시위현장에서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군 청사에 돌을 던지는 등 폭력에 적극 가담한 100여명을 채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경찰은 23일 오전 수사관계자 회의를 열고 채증작업을 토대로 분류한 주동자와 적극 가담자 10-20여명을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2일 오후 10시께 해산한 시위대가 또다시 군 청사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경찰이 바짝 긴장했으나 밤사이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시위대는 이날로 예정된 산업자원부의 원전센터 설립지 최종 발표가 나오면 오후에 부안읍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어서 경찰과 충돌이 예상된다.

군 청사 앞에서 경비를 서다 청사로 돌진한 1.5t 화물차(운전사 이모씨.27)에 치였던 서울기동대 소속 박모(21)일경이 부안 모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중 중태에 빠져 이날 새벽 서울 대형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 연합뉴스
군민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핵폐기장은 유치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권정자(62)씨는 "오염이 되면 부안이 잘 살 수 있겠냐. 영광만 봐도 처음에는 돈 준다고 해서 핵시설을 유치했는데 지금 상황이 안 좋다더라"며 "전북 뿐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 핵폐기장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43)씨 역시 "우리 시대 편하려고 후손들에게 위험한 핵폐기물을 남겨줄 수는 없다. '한국 수력원자력'측은 안전하게 한다고 하지만 인간이 한계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는 몇 번 하다 말 거라고 여기지만, 우리 군민들은 끝장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서중 3학년인 장모(16)군은 "친구들끼리 핵폐기장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데, 유치하면 죽는다고들 한다. 농사짓는 고장에 핵폐기장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참가했으며 일부 고등학생은 교복을 입은 채 각목을 들고 자발적으로 '사수대' 활동을 하기도 했다.

군민들은 다음날인 23일 오후 2시 다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22일의 시위가 부안 사상초유의 대규모 집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다시 1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일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23일 산업자원부가 부안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여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어서 부안의 반핵시위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군청 상황실에 따르면 22일 부안읍 시위에서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한 부상자는 경찰과 군민 포함 110명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상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상자중 중태에 빠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핵폐기장 유치를 신청한 부안 위도는 핵폐기장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과 환경운동가가 핵폐기장의 위험성을 홍보했지만, 아직 반대입장이 50%를 넘지 못하는 상태다. 위도 주민들은 대부분 3억원 이상의 보상금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벌인 소규모 설문조사에서 주민들은 "핵폐기장에 대한 설명회를 듣지 못했다" "보상금을 받지 못한다면 찬성입장을 철회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른 지역이 모두 핵페기장을 거부한 상황에서 산자부 측은 위도를 '핵폐기장 부지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어, 군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핵폐기장 유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는 부안민심을 달래기 위해 위도에 대한 특별지원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으며, 18일 장관회의에서 '위도 특별법' 제정이 논의된 바 있다.

"치명적 오염피해" "군민 합의절차도 안 거쳐"
[해설] 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하는 이유

▲ 대책위 지도부가 온몸에 쇠사슬을 감고 행진을 벌였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1만여명이나 되는 부안군민들이 22일 '총궐기'한 것은 핵폐기장이 유치되면 환경오염이 불보듯 뻔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특히 군민들의 대부분이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피해는 정부의 보상금으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부안 격포 지역은 젓갈과 회로 유명해 핵폐기장이 들어선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군민들은 "당장 시설이 들어서면 어떤 손님이 이 지역의 농수산물을 구입하겠냐"면서 "또 누가 이 지역에 관광하러 오겠냐"고 우려하고 있다.

부안군민들이 핵폐기장 유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김종규 부안군수가 유치 신청 전 군민들의 합의조차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의회에서도 핵폐기장 유치신청건이 부결(찬성 5 반대 7)됐으나, 김종규 군수는 강현욱 전북도지사와 면담한 뒤 김형인 전북군의회 의장과 함께 산업자원부에 폐기장 유치를 신청했다.

군민들은 김 군수에 대해 "고향을 팔아먹은 매향노"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김 군수는 며칠 째 군청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잠적한 상태다. 전주 내 모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이 들릴 뿐이다.

반면, 육지에서 다소 떨어진 위도는 핵폐기장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적은 편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위도 주민 서대석씨는 "처음에는 핵폐기장 찬성여론이 90%였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나온 박사라는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다고 하니까, 다른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위도 주민들은 그런 줄로만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권박효원 기자


▲ 부안군청앞에서 도망치는 시위자의 뒤통수를 향해 경찰이 방패로 가격하고 있다. (왼쪽 사진) 쓰러져 있는 시위대를 방패로 내려찍고 있다. (오른쪽 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시위가 격렬해지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오후 4시 50분경 시위대의 방송차량이 부안군청앞에 서 있는 경찰을 향해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여러명이 다쳐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6신: 오후 9시10분>

부안구청 앞 마무리집회, 부상자 100여명…더 늘어날 듯


오후 9시10분 현재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앞서 시위대는 오후 7시30분경부터 부안군청 앞에서 약 6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마무리 집회를 열었으며, 충돌은 이 때부터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현재 부상자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약 100여명에 이르는 군민들이 부상당해 부안성모병원, 혜성병원 등에 분산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위도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부안지역대책위 홈페이지에는 오후 9시10분 현재까지 모두 54명의 부상자가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경찰의 방패에 맞아 코뼈가 함몰되거나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책위는 현재 인근 부안 원불교 교당에서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5신:22일 오후 7시>

시위대, 프로판 가스통에 불을 붙여 경찰 저지
도로 곳곳에서 울리는 앰블런스 사이렌 소리


핵폐기장 유치 반대를 외치는 부안 군민들과 경찰의 몸싸움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부상자가 계속 속출하고 있고, 부안읍 거리 여기저기서 앰블런스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있다.

현재 군민들은 부안군청과 부안 경찰서와 교육청 사거리, 부안 여자상업고등학교 앞 등 시내 곳곳에서 흩어져 경찰과 대치하면서 격렬한 집회를 벌이고 있다. 특히 군청 앞에는 1000여명의 군민들이 군청 점거를 위해 1000여명의 경찰 병력과 대치하면서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군청 앞에 모인 군민들은 이날 오후 6시경부터 3-4차례에 걸쳐 여성 시위대 200여명을 앞세우고 청사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 병력이 2-3겹으로 시위대를 가로막았다. 경찰병력은 이 과정에서 소화기를 뿌리거나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의 군청 진입을 막았다.

한차례 심한 몸싸움을 벌인 뒤 부상자가 속출하자 군민들은 자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시위대는 "국가의 폭력 앞에 우리가 폭력으로 맞서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전경 때리면 우리도 다칩니다." "비폭력" "돌을 던지지 맙시다"라고 외치며 폭력시위를 자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6시40분경, 경찰이 급작스럽게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군청 앞 도로와 잔디밭으로 진격하자, 시위 대열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한 군민은 프로판 가스통에 불을 붙여 경찰의 진격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시민들은 경찰에 밀려 군청 앞 도로쪽으로 밀려 나왔다.

방패에 맞은 군민 5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장면이 목격됐지만, 아직 정확한 부상자 수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문규현 신부도 경찰의 방패에 오른쪽 어깨를 맞았다.

현재 군청 앞 도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변 상가는 대부분 문을 닫고 있고, 시위 현장을 옥상에 올라가 지켜보는 군민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한편 부안성모병원 응급실에는 경찰과 시위대 등 6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경찰과 시위대를 합쳐 최소 60여명 정도가 병원에 실려왔다"며 "하지만 응급실에서조차 환자의 인원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19 구급차량을 운전하는 한 소방대원은 "이번 시위에 구급차 5∼6대가 동원 됐는데, 우리 차량이 약 10번 정도 부상자를 실어 날랐다"며 "전체 부상자가 약 100여명은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뒤섞여 치료를 받고 있는 성모병원 응급실에서는 한때 소란도 있었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부상을 당했다"는 부안군민들이 "경찰과 함께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잠시 실랑이가 벌어진 것. 병원측은 현재 충돌을 우려해 경찰과 시위대 부상자들을 분리 치료하고 있다.

▲ 부상당해 실려온 경찰과 시위대 수십명이 부안성모병원 응급실에서 함께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몇시간 뒤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요구로 경찰과 시위자는 분리되어 치료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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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대체 : 22일 오후 6시>

집회 참가자들 폐타이어에 방화, 시커먼 연기로 뒤덮혀
곳곳에 앰블런스 사이렌 소리... 전쟁터 방불


22일 오후 4시 45분께 부안 군청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군민과 경찰간의 싸움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부안군청 앞 도로에는 곳곳에서 앰블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등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또 오후 5시께 부안교육청 앞 4거리에 모여 있던 군민들 일부는 폐타이어 수십개를 쌓아두고 불을 질러 시커먼 연기가 부안군 중심가를 뒤덮고 있다. 상공에는 헬리콥터 1대가 선회하며 주민들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이에 앞서 집회 참가자들이 돌을 던져 군청 유리창을 깨거나 각목을 휘두르는 등 격렬하게 대항했다. 특히 한 참가자는 1.5톤 트럭을 경찰 대오를 향해 몰고가 경찰 1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가 격해지자 경찰도 이에 맞서 강경진압에 나섰다. 진압이 시작되자 대열을 향해 진격한 경찰은 도망가는 군민을 향해 방패를 휘둘렀으며 땅에 넘어진 사람에게 여러 명이 달려들어 방패로 내려찍기도 했다. 경찰은 군민들의 집회차량 창문도 방패로 깨트렸다.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 참가자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 갔으며, 곳곳에서 다른 군민들의 치료를 받는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오후 5시 현재 후송된 부상자들은 총 10명이며 이들은 인근 혜성병원을 실려갔다.

한편 부안우체국 앞에서 군민과 대치중이던 경찰은 오후 4시 15분께 뒤로 후퇴하며 길을 열어줬으며, 대열은 부안 군청 앞에 4시 30분께 도달했다. 군청 앞에는 경찰 1000여명이 여러 겹으로 막고 있으며 군민들은 다시 젓갈과 돌을 던지며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군청 건물 유리창이 군민들이 던진 돌에 맞아 깨지기도 했다.

오후 5시30분 현재 집회에 참가한 부안군민들은 면 단위로 나뉘어져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부안군청과 읍내 주요 도로, 시설을 점거하고 장기 농성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집회에 참가한 한 군민은 "부안읍 주민들은 따로 군청점거를 시도하고, 나머지 12개 면에서 참석한 사람들은 면 단위로 부안군 주요 거점으로 이동, 부안으로 통하는 도로 등 점거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언론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 취재기자들이 협조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주민은 "핵 폐기장을 유치하겠다는 부안군수의 말은 크게 실어주면서 부안군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했다.

오후 5시 45분 현재 부안군 읍내에 위치한 부안성모병원 응급실은 전장의 야전병원처럼 환자들이 실려오고 있다. 응급실에는 경찰과 지역주민들이 뒤섞여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20여명의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으며, 일부는 다친 채로 치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병원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나붙어 '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하는 부안군민들의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안내> 부안군내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에 대한 당 병원 전 임직원 일동의 참여로 인하여 금일 오후 2시 이후부터는 모든 진료가 응급실에서 이루어지오니 불편하시더라도 이점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부안성모병원 임직원 일동)

▲ 부안군청으로 행진을 벌이던 시위대가 부안우체국앞에서 저지하는 경찰에 돌을 던지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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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22일 오후 4시 20분>

집회 끝낸 군민들 분뇨 뿌리는 등 경찰과 몸싸움


22일 오후 3시 40분께 '핵폐기장 유치 반대' 본대회를 마친 군민들은 부안군청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대열 앞에는 문규현 신부를 비롯,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군민 대표들이 쇠사슬을 몸에 감은 채 행진을 이끌었다.

노 대통령, "핵폐기장 유치 신속히 확정하라"

노무현 대통령은 전북 부안군에서 추진되고 있는 핵폐기장 유치 문제와 관련 "주민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17년간 끌어온 사업인 만큼 산자부뿐만 아니라 전 부처가 나서서 적극 설득하면서 지원할 수 있는 사업들을 신속히 검토해 확정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자부장관으로부터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 추진현황' 보고를 듣고 이같이 지시한 뒤 지역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자유의사 표시를 방해하는 불법 폭력이 있다면 단호하게 대처하라"면서 "은밀하게 위협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각별하게 사전 차단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하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안전에 우려가 없도록 신뢰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이에 상응한 지원을 중앙정부가 할 것이다. 국가적 사업에 협력하여 더불어 사는 모범사례를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 구영식 기자
하지만 군민들은 오후 3시 55분께 부안우체국 앞에 차도에서 300여명의 경찰에 가로막혀 심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군민들은 화단에 있던 자갈을 경찰을 향해 던지기도 했고 깃대를 휘두르고 젓갈을 뿌리는 등 강력히 대항했으며 경찰은 이에 맞서 소화기를 뿌렸다.

이에 앞서,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한 본대회에는 전교조 전북지회 등 사회 단체 회원들과 개혁당, 사회당,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지구당 위원들, 그리고 지역 의사회, 약사회 등 직능단체 회원, 종교인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 김선곤, 이병학 등 전북 도의원과 최우현, 최석운 등 부안군 의원 등이 함께 했다.

집회 초반 비가 조금 내렸으나 참가자들은 자리를 이탈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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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본대회에서는 "핵폐기장 계획이 백지화 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문이 채택됐다. 결의문에서 채택한 행동강령은 다음과 같다.

- 모든 일손을 놓는다.
- 모든 운송수단은 도로에 주차시킨다.
- 핵폐기장 반대깃발, 스티커 등을 단다.
- 매일 오전 10시 터미널 4거리로 모인다.


▲ '핵폐기장 결사반대' 머리띠를 하고 집회에 첨석한 정균환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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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본대회에서 부안, 고창 지역구 국회의원인 정균환 민주당 원내총무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총무는 "핵 폐기장이 국책사업이지만 나는 이에 반대한다"고 못박은 뒤 "이제 대체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며, 관광 자원이 뛰어난 부안에 혐오시설이 있어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어제 국무총리를 만나서 사업을 밀어붙이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말했지만 일부 군민들은 "그만해라", "말로만 하지 말아라"면서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사회자인 김종성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국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 의원에게 "임기내 결사적으로 막는 것이냐"고 물은 뒤 "군 의원이나 국회의원은 군민들과 함께 하지 않으며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진 군민 발언에서 고영조씨는 "강현욱 전북 도지사는 지금 새만금 사업, 동계 올림픽, 핵폐기장 등의 사업을 한다면서 전북을 광기의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며 "강원도는 지금 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해서 초상집인데 위로는 하지 못할 망정 여기(강원도)가서 항의할 수 있나? 한심한 일"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한편 전날 "핵폐기장 건설에 찬성한다"는 이유로 군민들에게 폭행당했던 김동규 군의회 의장에 대해 군민들은 "그건 폭행이 아니었다. 군민들의 민심 어긋난 짓을 했기 때문에 폭행이 아닌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집회를 지켜보는 것을 알아낸 군민들이 이에 항의하며 잠시 동안 몸싸움을 벌였지만 환경단체 회원들의 중재로 해결됐다.

▲ 22일 오전 전북 부안군 수협앞에서 8천여명의 군민이 참석한 가운데 '핵폐기장 건설 반대 및 군수퇴진을 위한 부안군민 일만인 궐기대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 22일 오후 2시 30분>

링거 맞은 환자까지 "핵폐기장 반대"
부안수협 앞 '국민대회' 사전집회 모습


▲ 여성들이 스크럼을 짜고 부안군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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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 10분 현재, 전북 부안 수협 앞에서는 '핵폐기장 반대 부안 국민 1만인 대회' 사전 집회가 열리고 있다.

변산, 부안 등 각 지역의 깃발 아래 모인 8천여명의 참가자들은 가요 '아빠의 청춘'을 개사한 '군민의 마음'을 따라 부르며 흥을 돋구고 있다.

▲ 목 보호대와 링거를 한 환자가 집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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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중에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학생 등 청소년은 물론, 수액제(링거)를 맞은 채 나온 환자까지 있어 지역 주민들의 핵폐기장 반대 여론을 보여주고 있다.

참가자들은 '핵폐기물 절대 반대'라고 쓰여진 머리띠를 두르고 있고 '핵 없는 세상', 반핵마크 등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채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무대 위에는 핵폐기물을 상징하는 드럼통 위에 해골이 올려져 있는 조형물과 약 4m 높이의 핵폐기물을 실은 배 모형이 설치돼 있다.

부안 시내 곳곳의 가정집 대문이나, 택시, 전신주 등에는 핵폐기장 반대 깃발이 꽂혀져 있고 이와 관련한 포스터나 현수막도 자주 눈에 띈다. 일부 점포들은 '핵 반대 금일 휴업'이란 종이를 붙인 채 문을 닫고 있다.

한편 이날 본행사는 오후 2시부터 열릴 예정이었으나, 사전 행사가 길어지면서 다소 지체되고 있다.

<1신 : 22일 오전> '부안 핵폐기장 유치 반대 군민 1만인 대회' 열려

▲ 22일 오후 전북 부안군 수협앞에서 핵폐기장건설 반대와 군수퇴진을 위한 부안군민 일만인 대회가 8,000여명의 군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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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센터 부지 확정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2시 전북 부안 수협에서는 '부안 핵폐기장 유치반대 군민 1만인 대회'가 열린다.

이날 집회에는 부안군민 뿐 아니라 전국 환경단체와 인근 지역주민, 일부 군의원도 함께 할 예정이다. 5000명이 참가한다고 해도, 이 지역 인구가 7만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유례없는 대규모 집회인 셈이다.

원전을 둘러싼 부안의 지역여론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추세. 주민들은 자녀 등교거부 운동, 김종규 부안군수 체포조 활동 등을 벌이고 있으며 부안군 공무원직장협의회 역시 유치 반대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핵폐기장 백지화 부안군민 대책위원회'는 이미 지난 13일부터 연일 집회를 열고 있다.

부안군 의회 역시 21일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수가 독단적으로 원전수거물관리센터를 신청했다"며 김종규 부안군수에 대한 사퇴권고 결의안을 가결했다.

또한 21일에는 원전센터를 찬성하던 김형인 부안군의회 의장이 주민에게 구타당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원전센터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전북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비해 부안의 경비병력을 15중대에서 40중대로 증가시켰으며, 인근 경찰서에서 경찰관들을 차출하고 있다.

한편, 산업자원부 부지선정위원회는 21일 부안군 위도면에서 부지 실사 작업을 벌였으며, 23일경 최종 부지로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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