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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280-23번지 일대.

이곳은 2002년 3월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돼 올 1월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토지 및 지장물 보상을 위한 물건조사를 하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실시될 보상가 책정을 위한 감정 평가가 끝나면 9월부터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에 들어가, 2004년 6월 착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양림주거환경개선지구 주민대책협의회(대표 오준호)'를 결성하여 반발하고 있다.

"집 부수지 않고도 충분히 '주거 환경 개선'할 수 있다"

"멀쩡한 집을 왜 부수나. 소방도로 확충과 개·보수만으로도 발전은 충분히 가능하다."

공동주택건설방식을 반대하는 이모(44·남)씨는 "굳이 집을 헐고 아파트를 새로 지을 필요 없이 보조금으로 주택을 개·보수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주택 개·보수와 함께 소방도로 등 도로 정비만 잘 하면 양림지구의 환경개선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이란?

주거환경개선사업이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된 지역 또는 공공시설의 정비상태가 불량하여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의 건설, 건축물의 개량, 공공시설의 정비, 소득원의 개발 등 주거환경개선을 위하여 구청장 등이 수립한 주거환경 개선계획에 따라 행하여지는 사업이다.
여기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공동주택건설과 현지개량 방식이 그것. 전자는 대한주택공사나 지방공사 등이 불량·노후 주택을 전면 매수한 후 철거하여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불량·노후 주택을 현상 유지하면서 도로 등 공공시설 정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주택개량은 주민 자력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 김윤정 기자
주민대책협의회 측은 최근 구철로 이전으로 도로폭이 넓어졌으며, 도청 및 전남대학병원, 조선대학병원 등과는 걸어서 10분 내지 15분 밖에 안 되는 시 중심부라 교통에 전혀 불편이 없고, 경전철 신설 등의 소문이 나돌면서 양림지구의 발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위의 이씨는 "준상업지역으로 상가 건물이 들어서는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데도 무조건 아파트만 지어버리면 주거지역으로 굳어져 버린다"고 덧붙였다.

"우리만 왜 보상가를 낮게 책정하나"

그러나 주민 대다수는 보상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보상가를 올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아직 감정평가가 실시되지 않아 정확한 보상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보상가에 대한 근거 있는 소문들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을 2채 가지고 있다는 박모(51·여)씨는 "낙후된 지역이라 개발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현재 추산되는 보상가로는 도저히 이후 생계를 꾸리기 힘들다"며 "보상가를 올려주면 사업에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전셋집에 살고 있는 김모(62·여)씨 역시 "현재의 보상가만으로는 어디 가서 전세 얻기도 힘들다"며 보상가 인상을 요구했다.

때문에 오준호씨 등 주민대책협의회 측은 처음엔 공동주택건설 방식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대다수 주민들이 보상가 인상에 몰두하자, 협상의 방향을 그쪽으로 수정한 상태다. 즉 보상가의 최고와 최저가격 공개를 요구하고, 가주주가 소유한 필지와 아파트의 맞교환을 주장하는 것이 그것.

다만 주거환경개선사업 설명회 당시 제반 문제 사항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점, 사업에 대한 주민 동의서를 서면으로 받을 때 찬성·반대에 단순히 'O' 표시를 하게 하는 등 허술했던 점, 보상가가 적은 평수의 주민과 노인 가구에 대한 입주 대책 촉구 등은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양림지구의 한 주민은 "구청과 주택공사 측이 설명회 당시 공동주택건설의 좋은 점만 얘기하며 밀어붙였고 그 나쁜 점이라든지 현지개량방식이 있다는 사실조차 말하지 않았다"고 분개해했다. 그는 "양림지구엔 4,50대도 적은 편이고 60세 이상 노인층이 대다수다. 그분들은 설명회를 하면 다 좋은 줄로만 알고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즉 주민들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청과 주택공사 측의 사업 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실제로 양림지구 총 500여 가구 중 진정서에 서명한 가구주 241명의 60%는 60대 이상의 노인들이고 생활 수준도 영세적이다. 일부 노인들은 "집을 나가라하면 앉아서 죽겠다"며 생계의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대책협의회 대표 오준호(66·남)씨는 "주택공사의 실제조사에서도 분양아파트에 입주 가능한 대상자 중에 실제 입주할 제반 여건이 되는 가구는 20% 미만이라더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 대다수가 재산의 일부를 저당잡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란다.

주택공사, "주민들 편의 최대한 고려했다"

이에 대해 대한주택공사 광주전남지사의 한 관계자는 "주택공사도 이윤을 내야 하는데, 이렇게 시세보다 낮게 주니 뭐가 남겠는가"라며 "1구역엔 분양아파트, 2구역엔 임대아파트를 짓는데, 분양아파트만 고집하지 말고 임대아파트에 싼값에 들어오면 주민들에게 좋은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공사 측에서는 주민들의 사정을 감안해 영세한 소유자나 세입자가 큰 부담 없이 재입주할 수 있도록 24평형 이하의 소형평형 아파트의 경우 시중시세의 7,80% 수준으로 보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들은 5년 뒤 재분양 받아야만 하는 임대아파트는 '내 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멀쩡한 내 집이 있는데 뭣하러 내 집도 아닌 임대 아파트에 돈 더 주고 들어가나. 분양아파트를 애초에 주든지. 내가 가진 땅 1평당 아파트 1평을 주기 전엔 못나간다."

주민 홍모(65·여)씨는 대한주택공사 측이 시세의 7,80% 정도로 임대아파트를 주는데 갈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우 격분하여 답변했다.

광주광역시 남구청 건축주택과의 한 관계자는 "양림지구는 불량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사업 실시에 따라 주민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고,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도시미관 향상, 재해방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사업 방식 역시 무조건 아파트만 짓는 것이 아니라 일부 현지개량 방식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건교부 승인과 주민의견 수렴을 받았고 법적 절차 상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그러나 만약 주민들의 시위가 계속된다면 사업 방법을 변경하거나 아예 취소하고 다른 지역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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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의 기자만들기> 18기 김윤정입니다. 강의를 듣고 시민기자로 활동하지 않는다면 제 자신에게 부끄러울 것 같아 등록합니다. 기사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르포나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소외되고 버려진 곳, 주변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등을 찾아 기사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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