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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정치 수배자들에게 '수배 생활'은 곧 '창살 없는 감옥'이다.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바라는 동국대인 기자회견'이 열린 6월17일 한 수배자가 스스로 모형 감옥 안에 들어갔다. 자신과 다름없는 150여명의 한총련 수배 학생의 처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그가 창살 없는 세상에서 환하게 웃을 날은 언제쯤 올까.(사진은 기사와 직접관련 없음)
한총련 정치 수배자들에게 '수배 생활'은 곧 '창살 없는 감옥'이다.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바라는 동국대인 기자회견'이 열린 6월17일 한 수배자가 스스로 모형 감옥 안에 들어갔다. 자신과 다름없는 150여명의 한총련 수배 학생의 처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그가 창살 없는 세상에서 환하게 웃을 날은 언제쯤 올까.(사진은 기사와 직접관련 없음)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안녕하세요? 저는 2년째 한총련 수배자로 살아가고 있는 학생 입니다.

그동안 기자님의 성함은 많은 기사에서 접해왔기에 익숙했지만, 딱히 기사를 보면서 누가 쓴 기사인지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5일 기사부터는 좀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어 이렇게 글을 띄웁니다.

25일 검찰의 발표를 접하고 저를 비롯한 많은 한총련 수배자들과 가족들은 당황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100여 명에 대한 기소유예를 주장했던 저희로서는 선별해서, 그것도 불구속으로 '관용'을 베푼다는 발표는 분명 어이없는 것이었습니다.

대검의 '수배해제 조치' 기대이하... 그 문제점 지적했어야

하지만 11기 대의원들에 대해 일괄 수배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만큼은 적지않은 성과이고 한총련 합법화 투쟁의 진전이었기에 수배해제모임을 비롯한 사람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속내는 선별적 수배해제 조치에 따른 혼란과 이후의 투쟁에 대해 더 많은 고민으로 머리를 싸쥐었던 것이 모든 수배자들과 한총련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자님께서 쓰신 기사는 일단, 선별적 수배해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26일 <한겨레> 사설은 '검찰의 수배해제조치가 미흡했다'라고 평가하였고 <민중의 소리>도 선별 수배해제와 관련한 문제제기를 다룬 기사를 실었습니다. 25일, 김지은 기자님의 기사는 세 개나 실렸으나 모든 기사가 지난 투쟁을 눈물겹게 뒤돌아보며 샴페인을 터뜨리는 내용 뿐이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특히 기사 아래의 '온라인poll'은 저를 매우 당혹케 했습니다. 152명의 수배자 중 79명에 대한 수배해제 조치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설문조사에 저는 당연히 '적절하지 않다'라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설문결과를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 질문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답하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와같이, 또는 <한겨레>사설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같이 152명 중 79명만에 대한 수배해제 조치를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응답했어야 하는 것이었나요?

당시 한총련 의장의 긴급 성명과 수배해제모임, 시민사회단체 등이 밝힌 '환영'은 11기 대의원에게 일괄 수배를 내리지 않겠다는 발표에 대한 입장이었지, 152명 중 79명에게만 수배해제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가 입모아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라고 평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내용을 포함한 설문을 작성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어제 올리신 "자진출두 놓고 내홍 겪는 한총련"이라는 기사는 저에게는 결코 유쾌한 기사가 아니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한총련 학생들의 입장까지 배려해서 기사를 쓰실 이유는 없지만 왜 그런한 내홍을 겪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보다는 한총련의 분열상만을 조목조목 드러내는 기사로 보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대다수 한총련 학생들이 수배해제 투쟁을 벌이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일정 정도 예상되는)선별해제에 따른 내부의 혼란과 분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검찰 발표는 그것을 정확히 이용한 것이었고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지금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수배해제에 대한 한총련 내부의 이러저러한 복잡한 이견들은 검찰의 선별적 수배해제에 그 원인이 있으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선별적 조치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하나하나 분석한 기사를 보니, 앞으로 이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겠구나 하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총련, '펜'에 받은 상처 커... '초심' 지키는 언론되길

오늘 기자님께서 쓰신 "저보고 한총련에 편향된 기자라구요?"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기자님께서 겪으셨던 고충과 좋은 뉴스를 위한 노력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총련의 편에서서 기사를 써달라고 하지도 않겠고,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총련 또한 잘못이 있으면 대중에게 분명히 비판받아야할 것이며, 지금 한총련의 모습 중에는 비판받을 부분이 적지않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한총련은 거대 언론의 펜휘둘림에 이리저리 치이고 상처받았던 것이 너무도 많았기에 아직도 언론 보도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자가 무심히 쓴 기사 하나가 힘없는 자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난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한국학생운동의 대표조직인 한총련은 그것을 이겨낼 힘이 부족합니다. 더욱 세심한 기사들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오마이뉴스 자발적 유료화 팝업창을 보고 좀 씁쓸했습니다. 수배학생의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오마이뉴스가 없었다면'을 따라 읽어보았습니다. 이 사회의 소외된 현실까지도 예리하게 담아내겠다는 그 정신을 얘기하고자 한 거라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래의 온라인poll은 검찰의 선별적 수배해제조치와 뒤따르는 잇따른 탄압과 기만술을 떠올렸을 때 분명 적절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변했다는 얘기를, 관점이 이상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즐겨찾기' 메뉴에서 이미 지워버렸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저의 경우, 평소 열독자라고 할 수 없었기에 <오마이뉴스>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매체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더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함은 잘 알고 있습니다.

건강한 진보, 열린 진보를 지향하는 매체로서의 <오마이뉴스>의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소신있는 언론 정신을 기대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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