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재욱 제11기 한총련 의장(우측 두번째) 등이 지난 25일 오후 열린 '대검 조치에 대한 특별 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욱 제11기 한총련 의장(우측 두번째) 등이 지난 25일 오후 열린 '대검 조치에 대한 특별 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지난 25일 발표된 대검찰청의 '한총련 구속자·수배자에 대한 관용조치'에 대한 대응 방법을 둘러싸고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도 제11기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보고 수배자에 대해 선별 불구속 수사를 결정한 대검의 조치에 불응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현실을 바로보고 단계적으로 수배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현실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강경론 "대검 조치 거부하고 '전원 수배해제' 요구해야"
현실론 "터무니 없는 소리... 현실 직시하고 받아 들여야"


대검은 지난 25일 "한총련 중앙조직 가입 등의 혐의로 내사중이거나 지명수배 중인 152명 중 79명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기로 결정했다"며 "제11기에 대해서도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일괄 수배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찰의 발표에 정재욱(23. 연세대 총학생회장) 제11기 한총련 의장은 특별성명을 내고 "늦었지만 정부당국의 이번 발표는 한국사회 인권보장과 민주주의 발전의 새 지평을 여는 적절한 조치"라며 "특히 이번 조치는 제11기 한총련에 대한 '실질적인 합법화'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한총련(hcy.jinbo.net) 사이트 게시판에는 수배해제 조치 및 경찰 출두 거부를 주장하는 강경론과 단계적으로 볼 때 수배해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론이 맞서 팽팽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제일 먼저 대검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쪽은 경기인천지역총학생회연합(경인총련)이다. 한총련 내에서도 강경노선으로 알려진 경인총련은 지난 29일 게시판에 의장 명의의 글을 올려 "선별적 수배해제를 거부하자"고 호소했다.

경인총련은 이 글에서 "79명의 선별적 수배해제(불구속 수사)와 11기 대의원에 대한 일괄 수배 절제라는 대검의 발표에 기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으나 불구속 수사는 수배해제가 아니며 선별적 수배해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경찰에 출두하지 말고 향후 더 강하게 전원 수배해제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중앙대에서도 강경론이 터져 나왔다. 0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현재 3년째 수배중이라고 밝힌 박아무개씨는 30일 올린 '전국의 수배자에게 드리는 제안-출두요구를 거부하고 전면 수배해제를 요구하자'는 글을 통해 경인총련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박씨는 "그간 나는 구속이 두려워 수배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한총련이 정당하기 때문"이라며 "이제 검찰이 불구속 수사를 약속했다고 해서 출석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박씨는 "공안당국의 한총련 이적규정을 인정하지 않기에 그간 경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수배의 길을 택했다"며 "이는 한총련과 한국 학생운동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검 발표의 취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검의 발표는 한총련 운동의 정당성을 심각히 훼손시켰고 한총련 수배자들을 우롱했다"며 "우리(수배자)는 검찰의 '권고'를 거부하고 끝까지 (수배해제와 합법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의 조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는 한총련 사이트 게시판.
대검의 조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는 한총련 사이트 게시판.
하지만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박씨의 글이 오르자마자 반론이 이어졌다.

김아무개씨는 30일 올린 글에서 "강경론을 펴는 이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나 현재의 강경론은 위험하다"며 "이번 검찰의 발표에 대해 열어두고 사고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수배자 전원에 대해서 불기소, 즉 전원 수배해제라는 깔끔한 해결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며 "79명 이외의 나머지 수배자 문제는 이번 기회에 함께 풀 수 없는 사안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머지 수배자들의 문제는 단계적으로 혹은 별도로 논의돼야한다"며 "79명의 문제까지 함께 해결하려 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제11기 한총련 대의원을 일괄 수배하지 않겠다는 대검의 조치를 예로 들어 "이번 발표를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성과로 받아 들여야 한다"며 "현재의 수배해제 방침에 응하면 그간의 원칙성과 투쟁성이 훼손될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중용'을 주장하는 의견도 올랐다. '경상대학교 정치수배자 모임'은 30일 "이번 문제에 대한 대처 방향은 개별적인 주장이 아닌 전체 수배자들의 평가와 비판을 통해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의 제안이나 주장이 아닌 적절한 전체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당혹한 한총련 지도부, 간담회 통해 조율 시도

한편 지난 29일부터 갑자기 강경론이 터져 나오자 한총련 중앙 간부들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우대식(경희대 총학생회장) 대변인은 "어느 집단이나 이견은 있을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의견(강경론)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총련 내부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갑자기 터져나온 강경론에 난처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해 진통 해결이 쉽지 않음을 보였다.

한총련은 이미 이견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모임'(이하 수배해제 모임)은 경인총련 등 강경론을 주장한 이들에게 간담회를 제안했고 경인총련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수배해제 모임은 "곧 간담회를 열어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는 8월 1일 '전국 수배자 및 수배자 가족 총회'를 열어 출두 여부 등 최종 대응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총련 내의 '강경론'과 '현실론'


다음은 한총련 사이트(hcy.jinbo.net)내 속보 게시판에 올라온 '강경론'과 '현실론' 요약이다.

강경론 : "나는 구속이 두려워 수배생활을 한 것이 아니다"
- 30일 0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 박아무개씨가 올린 글

"나는 왜 수배생활을 해왔나? 나는 구속이 두려워서 출두하지 않고 수배생활을 해 왔던것인가? 이제 검찰이 불구속 수사를 약속했으니 가서 조사를 받고 수배를 풀면 되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불구속 수사를 약속 받았다고 해서 출두할 이유는 없다.

나는 공안당국의 한총련 이적규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그간 한총련과 한국 학생운동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소환에 응하지 않고 모진 고난을 감내하면서까지 기꺼이 수배의 길을 택했다. 구속이 두려워 출두를 거부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수배해제'라는 검찰의 발표는 한총련 운동의 정당성을 심각히 훼손시켰고 더 나아가서는 한총련 수배자들을 우롱했다. 우리는 검찰의 '권고'를 단호히 거부하고 싸워야 한다.

선별 수배해제 조치를 단호히 거부하고 '전면 수배해제'와 '합법화'를 요구하자."

현실론 : "한꺼번에 해결하려하면 답이 없다"
- 30일 김아무개씨가 올린 글

"합법화 국면이면 으레 등장하는 논리가 일종의 강경론이다. 그들의 심정이야 왜 이해를 못하겠는가? 그러나 현재 나타나는 강경론은 위험하다.

한총련에서는 검찰의 이번 발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성과와 한계가 무엇인지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뜸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배자 전원에 대한 불기소, 즉 수배해제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79명 이외의 나머지 수배자 문제는 이번 기회에 함께 풀 수 없는 사안이다. 79명과 나머지 수배자들의 문제는 단계적으로 혹은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면 답이 없다.

이미 이번 검찰의 발표로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 제11기 대의원은 그 활동의 자유를 확보했으며 향후 합법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얻었다.

일부는 현재의 수배해제 방침에 응하면 원칙성과 투쟁성이 훼손될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이번 검찰의 '선차적 수배해제'에 대해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지난 25일 대검은 뭐라고 했나
대검 한총련 수배해제 방침 요약

다음은 지난 25일 대검찰청의 발표 요약이다.

구속자·수배자에 대한 관용조치

- 검찰은 한총련 중앙조직 가입 등의 혐의로 내사중이거나 지명수배중인 152명 가운데 79명에 대해 우선 불구속 수사하기로 결정하고, 이들에 대해 조사 후 별도의 중대범죄를 범한 사실이 없다면 수배를 해제하고 불구속 수사하여 가급적 관용조치를 취할 예정임.

- 의장단과 지역총련 의장, 총학생회 회장 등 중앙위원 이상 핵심주동자들의 경우 일반 형사범과의 형평성을 고려, 법에 따라 엄정처리 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번 불구속 수사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이들도 수사기관에 자수하고 반성할 경우 불구속 수사 등 최대한의 관용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질병이 있는 경우 건강상태를 확인해 수감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불구속 수사할 예정임.

제11기 한총련에 대한 수사계획

- 현재까지 확인된 제11기 한총련의 강령·규약 및 총노선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여전히 이적성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되어, 그 핵심주동자 및 과거 폭력행위 관여자에 대하여는 내사를 계속하여 혐의 확인시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나,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적인 수배조치를 하지는 않을 계획임.

관련
기사
<속보> 검찰, 한총련 수배자 79명 불구속 수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