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와이(小岩井)농장
11: 30 이와테현 고이와이(小岩井) 농장에 도착했다. 이 농장은 메이지 24년(1891년)에 개설했다는데, 세 사람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철도 부사장 오노 기신(小野義眞), 미쯔비시 사장 이와사키 야노수케(岩崎弥之助), 철도국 장관 이노우에 마사루(井上勝)가 그 세 사람으로 그들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고이와이(小岩井)’라고 명명하였다고 한다.
농장의 넓이는 3000헥타르(약 900만 평)로 삼분의 이는 산림이요, 삼분의 일은 목초지라고 했다. 이 농장의 주요 사업은 임업과 낙농, 환경녹화, 종계(種鷄), 관광 등인데, 종업원이 1,000 명으로 한 해 매상고가 약 400 억 엔이라고 했다. 농장 일부를 관광객용으로 개발, 연중개방하고 있었다.
나는 이 농장을 들어서는 순간, 마치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 온 기분이었다. 용인 자연농원을 만든 사람이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이었던 바, 그 분은 해마다 연말연시는 일본에서 보내면서 사업구상을 했다는데, 그때 이 고이와이농장을 둘러보고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농장을 세운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이 고이와이(小岩井)농장은 일본 어린이들의 꿈 동산으로, 어린이 관람객이 많았다. 한창 눈 축제가 열리고 있을 때라 눈썰매장, 얼음집, 얼음조각전에서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뛰놀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눈 밭에는 이 고장 출신 작가, 미야지와 켄지의 <은하철도의 밤>에 나오는 열차를 세워뒀고, 마차와 제트 스키기가 눈밭을 헤집고 다녔다. 고전놀이기구와 초현대 놀이기구가 한데 뒤섞였다.
수많은 전시관 중에서 양관(羊館)에 들어갔더니, 양 축사에는 갓 태어난 어린 양들이 어미젖을 빨거나, 조금 큰 녀석들은 건초를 씹고 있었다. 어린 것들은 다 예쁘지만 양 새끼처럼 귀여우랴. 그래서 착하고 귀여운 사람은 양으로 비유하나 보다.
축사 옆에는 양모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있었는데, 여러 종류의 양모 제품, 털실과 모직물, 모자, 머플러 그리고 인형 조각품이 눈길을 끌었다. 전시관 한편에는 엄마와 두 딸이 크레용으로 양을 그리고, 판매원 아가씨가 어린 손님들에게 털실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눈썰매장이나 얼음조각상에는 어린이들이 몰려들어 뒹굴었고, 가마쿠라라는 눈 집에서는 바깥에다가 메뉴판을 붙여놓고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계절을 최대한 이용한 비상한 상술이었다.
12: 30 농장 안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주 메뉴는 이 농장에서 생산한 양고기였는데, 양고기는 입에 익지 않아서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14: 00 이와테 최대의 온천 단지라는 모리노가제 오오슈크(森の風鶯宿)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또, 어떤 풍물을 볼 수 있을까?
잔뜩 구름이 낀 하늘에서는 계속 눈을 조금씩 뿌렸다.